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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와 함께 사는 미래, 인문학 더욱 중요해질 것”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2020년 12월호

 

때: 2020년 11월 4일(수) 오후 2시
장소: KAIST 교학부총장 집무실
대담: 주호성 『나라경제』 편집주간

1954 서울
서울대 산업공학과, 프랑스 응용과학원 전산학 박사
1985~2020 KAIST 전산학과, 바이오및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1994~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1996~1997 미 스탠퍼드대 초빙교수
2001~2004 KAIST 국제협력처장
2005~2006 한국생물정보학회장
2006~2010 KAIST 교무처장
2006~2012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2014~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2016~2018 사단법인 미래학회장
2019~ KAIST 교학부총장


코로나19로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화제입니다. 부총장님께선 댁에 계실 때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집콕생활 노하우가 있다면?
집에 있는 날은 주로 책을 읽습니다. 항상 일이 많다 보니 집콕은 해보지 않아 노하우가 없네요(하하). 그동안은 외부활동이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었어요. 대신 혼자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 코로나19가 제게 준 좋은 점이죠.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사회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부총장님께서도 그 문제를 지적하신 바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코로나19를 이야기하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본질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이 현상을 보는 인식이 정해지고 그 틀 속에서 해법이 나오겠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크게 보면 독감 바이러스하고 비슷한 종류입니다. RNA(RiboNucleic Acid) 베이스의 바이러스이고 계속 변종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독감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매년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대비해 예방주사를 맞잖아요. 슈퍼백신이 나와서 독감 바이러스를 다 퇴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애프터(after) 코로나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애프터는 존재하기 어렵고 위드(with) 코로나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계속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죠. 지금까지 우리는 애프터 코로나를 위해 미뤄왔잖아요. 그런데 독감처럼 생각한다면 ‘아! 어차피 할 일은 해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세계관이 바뀌는 겁니다. 우리 인간은 연결이 주 무기예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된 것은 연결 때문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소통을 해서 힘을 모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연결에 문제가 생겼어요.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500~600만 년 동안 해오던 생존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도 연결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사이버로 가는 것이고, 비대면 사회로 가는 것입니다. 사이버로 가는데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가 오고 있잖아요. 연결이 굉장히 지능적이 됩니다. 요즘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내가 잘 보던, 좋아하는 기사들이 떠요. 그런 정보들을 몇 십 년 접하다 보면 정보의 편식, 교류의 편식이 심화되겠죠.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게 된다면 사상이나 이념의 편향성도 커질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이 나타나는 거죠. 이게 우려되는 미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한 해결방안은 나올 거라고 봅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서 채워주는 AI 큐레이터가 개발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지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몇십 년 전에 SF 영화에서 봤던 것들이 현실에서 하나둘 보이는 것을 보면서 영화적 상상력에 놀라게 되는데요. 2050년쯤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합니다.
2050년이면 아마 싱귤래리티(Singularity) 시대가 돼 있을 겁니다. 싱귤래리티 시대는 AI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거의 비슷해지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인간에 대한 큰 혼동을 겪을 것 같아요. 우리의 사회규범, 가치관은 모두 인본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잖아요. 인간이 최고 중요하고 인간만이 있는 거예요. 그 외의 것은 다 도구인 거죠. 그런데 인간하고 비슷한 지능을 가진 물체가 새로 생긴다면 이런 가치관, 윤리체계, 규범이 바뀔 수밖에 없겠죠. 우리의 윤리체계는 2,500년 전에 소크라테스나 싯다르타, 공자 이런 분들이 세운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인데, 새로운 소크라테스나 싯다르타가 나타나야 되지 않을까요(하하)?

AI 윤리 제정 같은 문제가 아닌 좀 더 근원적인 윤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좋은 예로 예전에 노예제도가 있었잖아요. 노예가 해방되면서 사회제도가 바뀌었어요.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달라지는 거예요. 여성 참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여성 참정권이 대단히 오래됐을 것 같지만 불과 100년밖에 안 됐어요. 여성이 참정권을 갖느냐 안 갖느냐에 따라서 사회제도도 많이 바뀐 거죠. 그러면 노예가 해방되고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여자와 노예가 남자하고 지능이 비슷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렇게 된 겁니다. AI도 마찬가지인 거죠.

부총장님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력을 조금 수동적으로 생각하면 코로나19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그때그때 대처해서 미래에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절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를 100명 이하로 유지·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모든 방역시스템, 병원관리시스템을 실행하면 미래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즉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한다면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은 필수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함께 언급되는 것이 노동의 미래였습니다. 로봇,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신기술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겠지만, 더불어 인간이 하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단순 노동뿐 아니라 전문 분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부총장님께서는 노동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궁극적으로 길게 보면 AI가 인간의 노동을 많이 대체할 것입니다. 과거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고도 계속 일자리가 생겼어요. 그건 뭐냐 하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주체가 로봇이었어요. 기계장비잖아요. 새로운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대신하지만 우리에게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일자리가 생긴 거죠. 그게 2차, 3차 산업혁명이에요. 그런데 지금 4차 산업혁명은 주로 소프트웨어가 일자리를 대신해요. 자동차를 찍어내려면 인력이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복사할 때 클릭이면 끝나요. 자동차와 달리 소프트웨어를 찍어내는 사람이 필요 없는 거죠. 앞으로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더 많아질 겁니다. AI 개발자, 로봇 주인, 즉 사장님 빼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실업자가 될 겁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없을까요?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잖아요. 호모사피엔스라는 건 지혜로운 동물이에요. 첫째, 잡셰어링(job sharing)이 돼야 해요. 보통 일자리를 만들면 5일을 출근하잖아요. 이것을 3일만 출근하는 것으로 바꿔 많은 사람이 나누면서 일하는 거죠. 하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그렇게 해도 실업자를 도울 재원이 필요할 겁니다. 재원은 세수로 확보해야 합니다. 기계세라든지 로봇세를 신설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로봇이 내 일자리를 대신하고 여기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가져갔어요. 그러니까 로봇이 세금을 내야 하는 거죠. 이론은 이렇지만 현실은 어려워요. 로봇에 세금을 징수하면 우리 로봇산업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전 세계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보조를 맞춰가는 게 필요합니다.

 

부총장님께서는 세상을 바꿀 혁신적 미래기술로 어떤 기술을 꼽으십니까?
제 전공이 AI입니다. AI가 전문 분야인데 저는 30년 전에 AI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AI가 대접을 못 받다가 근래에 와서 AI가 뜨면서 기분이 좋습니다(하하). 그런데 저는 이런 세상이 오면서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어요. ‘포스트 AI’를 연구하는 거죠. 포스트 AI를 연구하려면 다시 기본으로 들어가야 돼요.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은 10~20년 후면 AI가 다 해줄 거예요. 그런 세상이 되면 인간이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일까? 그것을 알려면 상상을 해야 하는데, 상상은 인간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인간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죠.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거기에 응답해주는 기술을 개발해야 됩니다. 그래야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남이 한다고 해서 그냥 열심히 따라가면 결국은 2등밖에 못합니다. 인문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의 AI 기술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숫자로 말할 수는 없고요, 개개인 AI 연구자들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 숫자가 너무 적다는 거죠. 숫자가 적다 보니 시스템화가 안돼요. 예를 들어 중국은 길거리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누가 교통신호를 어겼는지 찾아내잖아요. 그것을 우리는 실험실에서 해요. 우리도 할 수는 있지만 적은 숫자의 사람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거죠. 중국처럼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려면 그만큼 대규모의 지원과 인력이 필요해요. 중국은 규모가 크고, 숫자가 많고, 자본도 되고, 규제도 없어요. 우리는 길거리에서 그런 것을 한다고 하면 개인정보 때문에 못 해요. 결국 안면인식 기술 개발이 안되는 거죠. 그런데 중국은 계속 하잖아요.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다 필요한 기술이 될 텐데, 그때가 되면 중국에서 기술을 사다 써야겠죠.

윤리적인 문제냐 산업화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그렇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전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윤리는 기술개발의 규제로 작동하게 되는데, 이 규제 수준을 너무 앞서갈 수도 없고요, 너무 뒤처져도 절대 안 되고요.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곁눈질을 잘 해가면서 가야 돼요(하하).

부총장님께서는 한 강연에서 “AI 시대에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미래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AI가 나온 지 60년밖에 안 됐거든요. 편의상 미래로 50~60년 후를 본다고 하면, 인간과 AI의 지능을 비교할 때 지능은 AI가 더 뛰어날 거예요. 그런데 창의성은 우리를 못 따라올 것으로 봐요. 있는 지식을 찾아내는 건 AI한테 대적할 수 없겠지만, 새로운 생각 같은 것은 사람이 더 잘할 겁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그때도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거죠. 인본주의 사상을 인간이 포기하겠어요? 중요한 의사결정을 인간이 하기 때문에 인간 사이의 관계가 지금하고 다른 면은 있겠지만 여전히 중요할 겁니다. 또 AI가 도입된 세상은 기계가 많으니까 드라이할 거예요. 드라이한 세상일수록 인격적으로 따뜻하고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더 빛나겠죠. 인간성과 창의성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겁니다.

인본주의 사상을 뺏기면 어떻게 되나요?
그때는 우리 인간의 역사가 아닌 겁니다. 완전히 판이 바뀌는 거예요.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 게 되는 거니까요. 인간이 지배하는 한 창의성과 인간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죠.

인간을 알기 위해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창의력도 같이 올라갈까요?
모든 것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질문이 바로 창의력이에요. 지금 내가 하던 것에서도 질문이 생길 수 있지만, 그것에서 멀리 떨어진 것을 자꾸 생각해야 해요. 새로운 질문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새로운 질문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냐? 이 상황에서 인간은 뭘 원할까, 나는 뭘 원할까, 내 친구는 뭘 원할까 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나와요. 그래서 저는 인간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문학에서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역사는 인간이 투영된 거예요. 우리 유전자는 2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나고부터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간은 1천 년 전이나 500년 전이나 똑같아요. 삼국지는 2천 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 사정하고 똑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기록을 보면 우리가 그렇게 되는 거다 예측할 수 있고 거기에서 새로운 질문을 찾아낼 수 있죠.

부총장님의 연구실에서 유독 성공한 벤처 창업가가 많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벤처 창업의 대부’로도 불리고 계신데, 부총장님 연구실이 스타 벤처 창업가의 산실이 된 특별한 계기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창업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교육이 무엇이냐부터 이야기해야 된다고 봅니다. 저는 교육은 학생을 교수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아, 꿈을 품게 만드는 것이라고 봐요. 마음속에 꿈을 품잖아요. 그러면 힘이 나서 저절로 해요. 그다음은 손 댈 필요가 없어요. 잘못 가는 것만 봐주면 돼요. 저는 연구실에서 논문 안 쓰고 창업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으면 항상 하게 해줬어요. 꿈은 다 다르다고 보거든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창업을 하면 눈총을 받았습니다. 신성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 개인 이익을 위해 회사를 한다고요. 그래서 독립운동 하듯 몰래 하느라고 어려웠죠(하하).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습니다. 일상에서, 직장에서, 삶에서 불확실이 뉴노멀이 됐는데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 한 말씀 해주십시오.
지금 시대는 불확실 시대죠. 그런데 저는 그게 희망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사주팔자라는 것이 있잖아요. 태어난 연월일시에 의해 정해진 사주팔자대로만 간다면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사주팔자가 안 맞으니까 노력할 여지가 있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불확실하니까 우리 미래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정해지지 않은 거니까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이런 큰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K방역으로 우리 진단키트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졌잖아요. 전 세계 민주국가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을 보세요.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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