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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노동개혁은 지속 가능한 일터 만들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2023년 03월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숭실대 대학원 노사관계학 석사
1986~2004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기획조정국장, 대외협력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2004~2006    건설교통부 장관실 정책보좌관
2007~2010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012~2017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 정책본부장
2017.4~2020.4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2022.5~        고용노동부 장관


일시: 2023년 2월 15일(수) 오전 9시 30분
장소: 서울고용노동청 9층 회의실

30여 년간 노동계에서 활약하며 ‘노동계의 브레인’으로 불리셨는데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바라본 노동시장 모습은 어떤지요?
우리 경제는 전환적 변화의 시기를 직면하고 있음에도 노동시장의 의식·관행·제도는 70년 전의 획일적·경직적인 ‘공장법 체계’와 1987년 노동체제의 후진적 모습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현재 노동시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노동개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3대 개혁’ 중 하나가 노동개혁입니다. 이 배경에 관해 설명해 주십시오.
노동개혁은 미래 세대와 국민을 위한 지속 가능한 일터를 만들고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함입니다. 법과 제도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제·사회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현행 임금체계는 기업에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해 일자리 창출 여력을 감소시키고 고령자의 계속고용을 저해합니다. 또 정규직·비정규직 등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는 유지된 채 주52시간제가 도입돼 국민은 ‘공짜노동’, 투잡·쓰리잡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렸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법의 모호성에 따른 사법리스크와 현장 불법행위로 인한 노사관계 불안정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저출생·고령화 등 변화에 직면한 지금,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 법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노동개혁에서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정부는 그간 부당한 산업현장의 관행을 방기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동개혁은 현장의 ‘비정상적 행위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노사법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입니다. 노사 법치가 현장에 자리 잡지 못한다면, 법·제도가 바뀌어도 노사는 이를 준수하지 않습니다. 노노 간, 노사 간에도 법과 원칙을 토대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법과 원칙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일으키므로 이런 방식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노조 회계 투명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뜨겁습니다.
‘노사관계’ 하면 대립과 갈등이 연상됩니다. 합리적인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은 모두가 공감하는 지점이자 이번 노동개혁의 지향점입니다.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노조의 ‘대외적 자주성’과 ‘대내적 민주성’이 확보돼야 하며 그 근간에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노조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그간 정부와 노조 모두 이를 방기해 왔습니다. 노조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노동운동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높아진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고려할 때, 노조도 스스로 회계 투명성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정부는 앞으로 노조가 법을 준수하는지 감독하고, 조합원들의 알 권리 찾기를 도와 노조의 합리적 운영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첫째, ‘회계장부 비치·보존에 관한 점검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조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입니다. 미제출 노동단체에는 과태료 부과 및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노동단체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겠습니다. 또한 노조조합비 세액공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둘째, 현재 회계·세법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해외사례, 유사 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3월 초 종합적인 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겠습니다. 셋째, 노조 회계 공시를 비롯해 회계감사원의 전문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정보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에는 ‘약자 보호’라는 목표도 있습니다.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은 어떤가요?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받는 ‘12%의 대기업·정규직’과 보호에서 배제된 ‘88%의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중구조입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 여부에 따라 일에 대한 보상과 보호 수준이 달라지고, 그 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 확대됐습니다. 1·2차 노동시장 간 이동도 매우 적어 청년들이 2차 노동시장에 입직하면 1차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단절돼 있습니다.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상생과 연대의 산업·노동 생태계를 조성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일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이해당사자인 조선업 원청·하청 대표 등이 직접 참여한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운영해 최근 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보상의 격차 해소, 임금체계 개편, 공정한 거래환경 구축 등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들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대우조선 사태’ 등 원청·하청 간의 신뢰가 부족한 조선업에서 이중구조 해소의 첫 번째 모델이 만들어진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타 업종의 원청·하청에도 상생협력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고리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부는 원청·하청 이중구조의 원인을 정규직 노조의 연공급제 같은 하나의 특정 요인이 아닌 획일적·경직적 노동규범, 상생 인식과 성과 공유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임금체계는 원청·하청 간 임금 격차를 구조화하는 핵심적 매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대응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대기업·정규직 노조가 연공급 임금체계에 따라 매년 임금이 상승하는 등 과도하게 보상받는 반면, 하청·비정규직 등 조직화되지 못한 근로자는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소속 사업장이나 노조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일의 특성,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임금체계가 필요합니다. 노동시장 내 이러한 보상체계가 확립될 때 원청·하청 간 임금 격차가 줄고 근로자들의 수평적 이동이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쟁의활동 보장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장관님은 반대 입장이신데요.
제가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민법」상 도급계약의 법리’와 충돌되며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큽니다. 또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원청 사업주에게 사용자로서의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원청은 단체교섭 상대방과 범위를 예측할 수 없는, 법적 안정성이 저해된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단체교섭 의무 미이행 시 형사처벌됨을 고려할 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됩니다. 둘째,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됩니다.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 행정적·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부분까지 합법적인 쟁의의 대상으로 확대되는 반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 노사균형에 어긋나는 입법입니다. 아울러 2009년부터 노조에 제기된 전체 151건의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의 95%가 특정 노조에 집중돼 있고 9개의 대규모 사업장 분쟁이 전체 청구액의 81%를 차지함을 고려할 때, 현 개정안은 소수의 특정 노조를 위한 특혜이며 86%를 차지하는 미조직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근로시간 제도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셨습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당시 공장제 시대상을 간직하고 있어 지금 우리 노동시장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에 유례없는 5중 규제(1일·1주 단위 법정근로, 1주 단위 연장근로에 더해 연장근로 할증률, 형사처벌 등)로 인한 과도한 경직성 때문에 1만 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한 명의 근로자가 하루 한 시간만 넘겨 일해도 사업주가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생계를 위해 투잡·쓰리잡을 뛰어야만 하며, ‘공짜야근’ 등 편법 노동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아 주52시간제 본연의 취지인 실근로시간 단축을 하자는 것이 근로시간 개혁의 요지입니다. 근로시간 제도는 급변하는 노동 수요와 근로자 선호에 맞춰 노사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임금체계는 여건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체계로 자유롭게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장근로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사 선택지를 넓히고 선택근로제를 활성화해 주4일 근무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편엔 근로시간 제도 개편으로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노동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핵심은 실근로시간 감축을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연장근로를 총량으로 관리하는 경우 11시간 연속휴식 등 건강보호 조치를 의무화하고 연장근로 총량관리 단위 기간이 길어지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는 안전장치도 마련할 것입니다. 아울러 ‘공정과 법치’에 반하는 사업주의 포괄임금 오남용 행위는 강력한 감독과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뿌리 뽑을 것입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근로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장기휴가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지난 1월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이전과 차별되는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일자리정책의 목표인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에 현금지원, 직접일자리 확대 등 단기적·임시적 처방이 아닌, 민간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자리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먼저, 재정투입을 통한 구인난 대응이 아닌 노동시장 체질 개선을 통한 근본적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에 집중하겠습니다. 둘째, 고용안전망은 현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재취업지원서비스 등 노동시장 참여촉진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셋째, 공공일자리 제공에서 벗어나 민관협업을 통한 고용서비스,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하겠습니다.

고용정책 방향을 보면 특히 실업급여 수급자의 구직활동 촉진 기능이 강화된 것 같습니다.
실업급여는 실직기간의 생활안정과 함께 실직자의 구직활동 촉진 및 재취업지원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단기취업과 급여수급 반복, 형식적 구직활동이나 부정수급 등의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OECD는 우리나라의 과도하게 높은 구직급여 하한액이 근로의욕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구직활동 촉진 기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면접 불참, 취업 거부 시 구직급여 미지급 등 실질적 제재조치를 적용하는 등 노사, 전문가와 논의해 추가적인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도 상반기 중 마련하겠습니다. 

고령자 고용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알고 싶습니다.
교육·건강 수준이 높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고령층의 숙련과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층이 노동시장 내 핵심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유도하고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 등 체계적인 재취업을 강화하며 중장년층 수요 맞춤형으로 직업훈련도 개선할 예정입니다. 또 고용상 연령차별을 해소하고자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연령차별 구제절차를 개편하겠습니다. 과거 급격한 정년 의무화 및 연장으로 일부 고령층 조기퇴직이나 민간 부문의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던 만큼, 기업의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해서는 노사 간 대화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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