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1994 원광대 전기공학과 교수
1996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1998 미국 MIT 마이크로시스템 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
2002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교수
2009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016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
2018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2022. 5.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장관으로 취임하신 지 1년이 돼갑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기업, 대학교, 연구소 등 정책현장을 살펴보고 현장의 소리를 담아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러한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대표정책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과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와 관련해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우리가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누리호 성공이 확인된 순간 장관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앞으로도 ‘과학기술 강국 도약, 디지털 모범국가 실현’이라는 미션을 달성해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관님은 어릴 적 꿈도 과학자셨나요?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초등학교 동창의 말에 따르면, 자연 과목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더운 날 주전자에 차가운 물을 넣고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현상을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제가 유일하게 답했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자란 영향인지 어릴 때부터 자연 현상이나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당시 신기술인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반도체, 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가장 재미있는 ‘공학자’입니다.
장관님은 반도체 석학으로 유명하신데요, 장관님께서 개발한 벌크핀펫이라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기술인 ‘벌크핀펫’(트랜지스터의 일종)을 발명하고 개발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핵심구조가 상어의 등지느러미를 닮아 이름에 ‘핀(Fin)’을 넣었어요. ‘펫(FET)’은 전계효과[전류통로(채널)에 생기는 전기장의 작용] 트랜지스터를 의미합니다. 특수 기판에 비해 값싼 벌크 실리콘 기판에 만들기 때문에 벌크핀펫이라 합니다. 벌크핀펫은 고속 스위칭 특성을 유지하면서 트랜지스터의 축소화에 유리해 고성능, 고집적이 가능한 기술로, 비메모리 업계의 표준기술입니다. 과거에는 평면구조(2차원)의 모스펫(MOSFET)을 사용했는데, 크기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각종 성능 저하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발명한 벌크핀펫은 2차원 소자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22nm부터 3nm 또는 5nm 기술 세대까지 업계의 표준 소자기술로 양산에 적용됐습니다. 벌크핀펫은 최첨단 CPU, GPU, NPU, AP 등 각종 프로세서를 양산할 때 적용되는데, 특히 AI 칩의 계산 능력을 크게 개선해 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에 이어 지금 3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2차 발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5월 24일 발사를 앞둔 3차 발사는 1·2차 발사와 달리 실용위성이 탑재된다는 점에서 첫 실전 발사입니다. 또한 처음으로 민간기업(체계종합기업)이 발사체 운용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우주개발을 전담할 우주항공청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누리호와 다누리가 성공했지만 우리 기술력은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60~70% 수준입니다. 글로벌 우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꼭 필요합니다.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0%가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 개청을 목표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법이 통과되면 전문성과 혁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우주전담기관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3월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민간 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요,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초기시장 창출, 스타트업 육성, 기반 확충, 제도 정비 등 4가지 방향으로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먼저,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앞으로 예정된 위성개발과 발사서비스를 점차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겠습니다. 둘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우주펀드(2023년 50억 원)를 확대하고, 창업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우주산업클러스터 사업과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산업의 기반을 확충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우주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및 법령을 기업 친화적으로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달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국가전략기술’과 특별법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첨단 과학기술이 경제와 외교, 안보까지 좌우하는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가 생존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 12개(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AI,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제조, 양자)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했습니다. 이번 3월에 제정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전략기술을 안정적·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부처에 산재한 연구개발(R&D) 전략을 하나로 모아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 향후 5년간 약 25조 원을 투자해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입니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대 분야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3대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뒤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번 전략에는 3대 주력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와 함께 선정한 100개 핵심기술에 대한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향후 5년간 정부와 민간이 총 160조5천억 원(정부 4조5천억 원, 민간 156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인력양성 등 측면 지원도 꼼꼼히 챙길 것입니다.
‘창조적 혁신’ 측면에서 연구소 R&D 기반 딥테크 창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준비 중인 혁신창업 활성화 방향은 무엇인가요?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딥테크 유니콘 기업 창출을 위해 지난 1월 ‘스케일업 R&D 투자전략’을 발표했고, 5년간 국가전략기술 등 딥테크 분야에 약 15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담은 ‘(가칭)과학기술 스케일업·창업 촉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초성과부터 사업화·창업까지 단일과제로 단절 없이 지원하고 동시에 기업 수요와 우수 기초성과를 매칭해 주는 사업[차세대 유망 시드 기술실용화 패스트트랙사업(2023년 신규, 48억3천만 원)]을 확대하는 한편 연구자에게 도전적 초기자금을 지원하거나 시작품·시제품 제작을 활성화하는 등 딥테크 기반 창업 붐을 조성하겠습니다.
챗GPT 열풍이 대단합니다. 우리 AI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초거대AI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을 하는 AI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파고’보다 수백 배 이상 똑똑합니다. 특히 챗GPT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후 다음에 위치할 단어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일례로 ‘나는 OOO에 교회를 간다’는 문장이 있으면 확률에 의해 ‘일요일’을 선택합니다. AI 기술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100) 대비 기술 격차를 꾸준히 좁혀가 2021년 기준으로 89.1(1.3년 격차)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AI 논문·특허 경쟁력도 높은 수준입니다. 초거대AI 분야로 좁혀 보면, 자체적인 초거대AI 플랫폼을 보유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전 세계 4개국뿐입니다.
앞서 언급하신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초거대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비영어권 시장부터 공략하기 위해 동남아, 중동 등 언어 데이터 200종과 한국어 데이터 130종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법률, 의료, 예술, 학술 분야의 전문가를 보조하는 AI를 만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합니다. 올해 약 3,900억 원 투입을 시작으로 점차 예산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국민 누구나 초거대AI를 손쉽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AI 활용·윤리 교육도 강화합니다. 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자면 먼저, 초거대AI 개발에 필요한 양질의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추가·보강하고 중소기업·대학 등을 대상으로 대용량 컴퓨팅 자원의 확대를 지원합니다. 둘째, AI 기초연구와 함께 현재 초거대AI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공공 영역에서 초거대AI 응용서비스를 개발할 것입니다. 셋째, 초거대AI 개발·활용에 전문화된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추가 양성하고, 챗GPT 활용교육, 윤리교육 등 전 국민 초거대AI 리터러시를 높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초거대AI 규제개선 방향 도출 및 신뢰성·성능 평가, 사회적 우려·위험 요인 대응 등 AI 확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챗GPT 등 활용 과정에서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초거대AI를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초거대AI를 이용한 해킹과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응책도 착실히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초거대AI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관리하는지 살펴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초거대AI 시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보호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초거대AI를 개발·활용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도 필요할 텐데요.
초고속·저전력 AI반도체를 적용하면 컴퓨팅 인프라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실증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입니다. 6G, 위성통신 같은 차세대 네트워크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트워크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과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지난 2월 ‘K-Network 2030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먼저, 민관 협력에 기반한 6G·오픈랜·위성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경쟁에 임할 것입니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6,253억 원을 투입하는 6G R&D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글로벌 통신사, 제조사, 표준전문가, 장관급 정부 관계자 등을 초청한 ‘Pre-6G 비전 페스트(fest)’를 개최해 글로벌 6G 이슈를 주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중심의 네트워크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 장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정부 R&D 30조 원 돌파’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2023년 정부 R&D 예산은 지난해 대비 4.3% 증가한 31조1천억 원으로,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에 정부의 R&D 투자가 기술확보를 넘어 국가적·사회적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양자 등 경제·산업·안보와 직결된 국가전략기술에 중점 투자하는 한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탄소중립 실현, 산업·공공 분야 디지털전환 촉진 및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도 과학기술과 디지털로 사회 전반에 성장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께 미래 희망과 비전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