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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10년 사이 역동적으로 변한 창업 생태계… ‘한국 하면 스타트업’ 인식 만들고 싶어”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2024년 03월호



일시: 2024년 1월 31일(수) 오후 2시
장소: 세종 중소벤처기업부 청사

PROFILE
2005.02. ~ 2006.05. 조선일보JNS 대표이사 사장
2009.03.~ 2012.02. 라이코스 대표이사 사장
2012.07. ~ 2013.10.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
2013.01. ~ 2020.02.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20.03. TBT 공동대표
2022.10. ~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는 사람. 흥미로운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취미. 스타트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이름,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본명보다 ‘estima7’이란 아이디로 더 유명했을 2015년 1월 시작된 『나라경제』와 임정욱 실장의 인연은 2022년까지 8년간 이어진다. 『나라경제』가 400호를 맞는 동안 임 실장의 글이 실린 책은 95권. 『나라경제』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라고 할 만하다. 임정욱 실장의 근황을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중기부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중기부 공무원이 된 지 1년 3개월 정도 됐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정하는 1년의 사이클을 돌았네요.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하고 이를 국회와 논의해 확정하면서 중기부가 할 중요한 사업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통령을 모시고 스타트업코리아 전략회의를 하며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죠. 미국, 프랑스, 사우디, UAE 등으로 해외출장을 나갈 일이 많았는데,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계십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창업벤처혁신실은 한국 벤처·스타트업 정책을 총괄하는 곳입니다. ‘예초도 패키지’라고, 한국의 웬만한 창업기업들은 모두 경험했을 예비창업 패키지, 초기창업 패키지, 창업도약 패키지 등을 포함해 청년 창업사관학교, 글로벌 창업사관학교, TIPS 프로그램,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등의 일을 합니다. 또한 스톡옵션, 복수의결권 등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벤처투자 관련 여러 제도를 총괄하고 있으며, 비수도권 지역에 특구를 지정해 규제를 풀어주면서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자유특구, 글로벌혁신특구 제도도 우리 실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에 계실 때 ‘왜 그렇지?’라고 생각된 점들이 정책 현장에서 일하시며 이해된 부분이 있을까요?
물론 있죠. 먼저 정책의 사이클과 속도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세금으로 실행되다 보니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더라도 당해가 아닌 다음 해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부처별로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 역할에 맞는 부처 및 부서를 정확하게 확인해 이야기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예전엔 정부 관계자면 대충 얘기해도 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예산 등 대부분의 업무에 관계부처와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정책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단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나라경제』와 실장님이 처음 만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나요?
그때는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 1년 조금 넘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이 무척 잘되고 있는데 한국은 스타트업이 많지 않았고, 그때만 해도 스타트업하면 망하는 것 아니냐, 왜 스타트업을 장려하느냐, 한국에서 아무리 잘돼봐야 실리콘밸리랑 비교하면 별것 아니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분위기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중요성은 물론 스타트업이라는 용어 자체도 잘 모르던 때였죠. 그래서 가능하면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었어요. 더구나 KDI에서 나오는 월간지로 공공에 계신 분들이 많이 읽는다고 하니 그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쓰면 정부 정책에 반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창업 생태계는 많이 달라졌지요?
엄청나게 변했죠. 2015년 창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한 유명 벤처캐피털 부사장이 당시 한국에 2조 원대의 벤처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고 오히려 과잉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후 꾸준히 성장이 이뤄져 2021년 한국의 벤처 투자자금이 대략 16조 원이었습니다. 5~6배 늘어난 거죠.2016년에 제가 있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10억 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을 조사해 스타트업 지도를 만들었는데,그 당시 100개도 채 안 되는 88개였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작업을 멈췄습니다. 해당 기업이 1천 개보다 훨씬 많아졌거든요. 지금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데만도 4만 개입니다.

정부 지원도 꽤 많아졌습니다.
2015년 중소기업청이었을 땐 창업국 예산이 3천억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3배인 9천억 원입니다. 2천억 원이던 벤처국 모태펀드 예산도 올해 4,500억 원 정도로 굉장히 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비교하고 싶은 것은 CES입니다. 2015년 CES에 참가한 뒤 제 블로그에 한국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썼습니다. CES에 가보니 한국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밖에 안 보이고 중국 회사들이 완전히 휩쓸고 있었거든요. 중국 기업에 밀려 한국이 설 자리가 있나 싶었는데, 이젠 CES에 한국 기업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변했죠. 올해 CES에서는 128개의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받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글로벌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를 6년간 하셨습니다. 많은 창업가를 만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70여 명을 인터뷰했는데 지금은 유니콘 창업자가 된 분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 정도의 기업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창업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만난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파두 이지효 대표가 생각납니다. 이런 분들은 미래를 꿰뚫어 보는 힘, 세상의 변화를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특징이 있었을까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창업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 창업자가 겸허하고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정확히 알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한국은 창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 있고, 주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위‘3R’을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투자자에게 회사 피칭(IR)을 잘해야 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언론에 잘 소개(PR)해야 하며, 내가 하려는 것들을 팀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소통(HR)해야 합니다. 당연히 제품 개발능력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고요.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혹한기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요즘 창업 생태계는 어떻습니까?
사실 2021년이 굉장히 뜨겁게 달궈졌던 때입니다. 팬데믹으로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고, 디지털 비대면에 대한 관심이 촉발하면서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죠.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은유례없는 호황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겁니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성만 보여주는 이지머니의 시대였죠. 지금은 조정단계라고 봅니다. 그래도 투자 감소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또 투자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예전에 이미 펀드 조성이 많이 돼 있어 아직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중에는 시장이 회복되지 않겠나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나라경제』에서 창업자 인터뷰를 할 때 정책제언을 꼭 하나씩 들으셨는데, 정책을 만들 때 참고되는 것이 있었을까요?
마지막에 인터뷰했던 창업자가 브라질에서 온 빅토리아 벤투라였어요. 중기부에 들어오기 직전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가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기부에 입사하고 얼마 안 돼 외국인 간담회를 하게 돼 빅토리아도 초대했죠. 그 자리에서 비자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들었고 이를 토대로 스타트업코리아 종합대책의 골자인 인바운드 창업 지원, 즉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창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조건을 완화해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중기부에 계시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의 초석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스라엘하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정도로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역량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기술과 성장성이 뛰어나고, 스타트업 생태계도,활발하다는 인식을 글로벌하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것은 1~2년 만에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이 풍부한 인재, 투자와 함께 정부지원도 잘 되고 있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볼 만한 매력적인 국가가 되도록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라경제』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흥미롭고 좋은 콘텐츠들이 많은데, 이 콘텐츠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노출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네이버나 밀리의 서재 입점을 고려할 수도 있겠고, 동영상, 팟캐스트 등 멀티포맷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나라경제』가 각 부처별로 추진하는 것들을 자세히 안내해 줘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나라경제』가 정부의 좋은 정책들이 더 많이 알려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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