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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최정상 향하는 우리 문화예술 뒷받침할 충분한 예산 확보 절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24년 11월호

어제(10월 7일)가 장관 취임 1주년이었습니다. 15년 만에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이끌고 계신데요,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셨나요?
먼저, 우리 문화예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K팝, K드라마 등은 물론이고 시, 소설, 그림책 등 문학과 음악을 비롯한 순수예술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주목을 받고 있어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많이 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생성형 AI의 등장, 글로벌 OTT 플랫폼 확산 등에 따른 문화 창작·유통·소비 여건 변화가 급격함을 느낍니다. 지역소멸 및 저출생·고령화 등의 사회 현상도 문화정책에 중요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정책의 틀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취임 때부터 중요성을 강조해 오신 순수예술 분야 정책의 틀은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국민의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순수예술 지원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개별 작품에 대한 일회성 성격이 강한 단년도 보조금 지원이나 예술인 개인 지원은 줄이고, 예술 단체를 키워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지원으로 전환해 나가는 중입니다. 나눠먹기 식의 지원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게 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와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지속적인 공연이 되도록 공연유통체계를 만들고 축제를 통해 수요와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공연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해서는 전문교육 및 무대 참여 기회를 넓혀 이들이 차세대 K컬처 주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 외에도 창작공간 및 연습공간 지원,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의 간접 지원과 장르별 비평 및 담론 형성 지원을 강화해 K아트의 성장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창작물이 많이 나오려면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2008년 장관 재임 당시 거센 반대에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을 밀어붙였는데, 결국 그것이 창작자를 보호해 콘텐츠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제 딥페이크, OTT 등으로 창작 환경이 많이 바뀐 만큼 그에 걸맞은 저작권정책으로의 전환이 또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AI 시대 글로벌 저작권 논의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죠. 연초부터 관련 쟁점을 심도 있게 검토하면서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에 AI 저작권의 정책 방향 및 법·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창작물 활용이 제한돼 AI 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연구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산업 수출 규모가 이차전지, 가전 분야를 넘어섰습니다. 도약하고 있는 K콘텐츠를 어떻게 뒷받침하실 계획인가요?
요즘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가 100억 원, 200억 원으로 엄청나게 올라가 있어요. 10억 원 정도의 지원으로는 티도 안 납니다. 그래서 대규모 지원이 가능한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를 만들었습니다. 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사, 통신사 등의 기업이 참여해 6천억 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우리 콘텐츠 기업이 세계적인 콘텐츠 지식재산을 많이 보유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내년에는 외국에서 투자를 받아 약 1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만듭니다. 이들 펀드를 포함해 2027년까지 콘텐츠산업에 5조 원대의 콘텐츠 정책금융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콘텐츠 기업·대학·연구소를 총집결해 K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유통되는 세계적인 콘텐츠 복합문화단지(가칭 엔터시티)를 2035년까지 조성하는 한편, 콘텐츠 해외 비즈니스센터 및 한류종합박람회 확대, 아랍에미리트(UAE) 해외홍보관 운영 등을 통해 K콘텐츠와 연관산업의 동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게임, 웹툰, 영화, 음악, 방송을 집중 지원해 K콘텐츠 글로벌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려 합니다.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웹툰산업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웹툰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웹툰은 콘텐츠 분야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글로벌 플랫폼을 선점한 분야입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모기업), 카카오픽코마 등 우리 플랫폼 기업이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문체부는 연초에 발표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처음으로 ‘월드 웹툰 페스티벌·어워즈’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25년 정부예산(안)에도 2024년 대비 18.2% 증액한 295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예산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에요.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글로벌 웹툰 IP 제작’과 한국 제작사가 해외 현지 작가와 공동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웹툰의 현지화를 지원하는 ‘현지 콘텐츠 발굴 지원’을 내년부터 새롭게 추진합니다. 앞으로도 웹툰이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한국의 대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수예술 지원, 나눠먹기 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 실질적으로 이뤄지게 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와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방식 전환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한편 지나친 규제로 창작물 활용이 제한돼 관련 산업 발전이 위축되는 일은 없도록 균형점 고민


지난 3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영화산업에는 영향이 없을까요?
국민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지불하는 티켓 가격에는 입장권 가액의 3%가 부과금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국민들이 납부 사실조차 모르는 부담금을 일괄 정비하면서 영화부과금도 폐지를 결정했고, 내년 1월 1일부터 실행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인 부과금이 폐지되면 정부의 영화산업 지원이 축소되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지만, 부과금은 재원의 일부입니다. 영화기금은 존치하고, 국고를 활용해 영화산업을 차질 없이 지원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 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 조치로 국가재정을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오후 국내 최초로 물납 미술품 4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해 1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문화유산과 회화, 판화, 조각 등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물납제도’가 시행됐는데, 올해 처음으로 물납신청이 들어와 신청 작품 10점 중 4점의 물납이 허가됐으며 그 작품이 오늘 오후에 반입되는 것입니다. 문화유산 등 물납제도는 납세자가 세금을 효율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지만,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과 미술품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개인이 소유하던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대중에게 공개해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문화유산 등 물납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과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굴할 계획입니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문화 격차가 큽니다.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는 어떻게 넓혀갈 계획이신가요?
지역 주민들의 문화권 향상을 포함해 문화를 통해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은 문화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주요 권역별로 지역의 문화 여건을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와 지역의 매력적인 문화자원 100곳을 선정해 홍보하는 ‘로컬 100’이 대표 사업이지요. 저도 매월 ‘로컬 100’에 선정된 곳을 찾아가 보며 우리나라 곳곳에 보석 같은 문화자원이 많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올해 32개 시·군에 42개 지역대표예술단체를 뽑아 문화예술인이 서울로 오지 않고 지역에 머물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사립 문화시설 전문인력 지원도 늘리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풍성한 문화를 누리고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잘 살린 매력적인 문화자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상권이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기면, 지역에 정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겁니다. 이런 과정이 지역소멸을 막는 하나의 해법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9월 초에 이미 지난해의 1,103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방한객 규모가 2019년 동기 대비 100% 이상 회복한 국가는 134개국에 이릅니다. 기존에는 방한관광이 중국인·일본인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유럽·미주,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을 찾고 있어요. 방한 관광객 유입을 더 촉진하기 위해 올해 주요국 대도시 25곳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K관광 메가 로드쇼’를 개최해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방한 수요로 전환하고 있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 중심의 관광 홍보를 K푸드, K패션 등 연관 산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KTX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외국인들이 찾아가기 매우 불편하고 렌터카를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지요. 외국인 관광객이 즐길 쇼핑이나 저녁 공연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문화예술, 스포츠, 관광 자원을 총동원하고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함께 교통·숙박·관광콘텐츠 혁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체육 분야에서 주력하시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생활체육에서는 ‘선진 수준의 전 국민 스포츠활동 지원’이 목표입니다. 스포츠 활동 소득공제 및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늘봄학교와 연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급하며, 유아에서 노년층까지 생애주기별 스포츠 프로그램과 특화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역에 지원했던 생활체육 예산 중 일부를 지방 협력사업으로 전환합니다. 지역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예산의 효과성을 높이며, 지역의 재정 상황을 고려한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 통합 관리를 통해 예산의 효율성 및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체부는 이를 시작으로 체육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예산체계 개편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최근 파리올림픽을 전후로 드러난 체육계 주요 협단체 문제점을 비롯해 한국 체육계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매년 위기 청소년들과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하셨다는 뉴스를 읽었습니다. 자전거 마니아로도 알려지셨는데요, 요즘에도 자전거를 많이 타시나요?
위기 청소년들과의 국토 종주는 지난해까지 7년 정도 했습니다. 지난번 장관직을 마치고 ‘나라의 녹을 먹은 건데 뭔가 국가를 위해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엔 소년원에서 연극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연극보다는 같이 땀을 흘리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자전거를 함께 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청소년보호센터 아이들 약 20명과 5박 6일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렸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참여한 아이들이 재범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시 공직을 맡으며 지금은 이전처럼 자전거를 많이 타진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 문화가 세계 최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데, 거리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사실 꼭대기에 올라서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그 상승세를 뒷받침할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년도 정부 전체 예산에서 문체부 예산은 1.05%에 불과합니다. 2026년 예산은 1.5% 정도로,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에는 2% 정도로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가 정말 세계 무대에서 1, 2, 3등을 다툴 수준이 되도록 예산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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