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생아 수가 반등하면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 몇 달간 결혼과 출산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을 뿐 아니라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습니다. 9월에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71.5%로 지난 3월에 비해 0.6%p 올랐고, 무자녀 남녀의 출산 의향도 37.7%로 5.1%p 상승했습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소식이라 생각합니다만 팬데믹 때 미뤄졌던 결혼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어 본격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부터 정부부처, 지자체 그리고 기업까지 사회 전체가 저출생 반전에 힘써준 효과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형성된 이런 긍정적인 모멘텀을 다져 확실한 추세 반전의 계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휴가·휴직 등을 필요할 때 유연하게, 소득 걱정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을 확실히 한다는 방침을 밝히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내년부터 1년에 1주 단위로 최대 2주까지 단기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육아휴직을 법정휴가제도인 출산휴가와 통합 신청할 수 있도록 해서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유를 고지하지 않는 한 허용으로 간주하는, 그래서 사실상 자동으로 허용하는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해외사례 등에서 보면 남성들이 맞돌봄 하는 것이 저출생 해결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빠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렸고 신청방식을 청구에서 고지로 변경했습니다. 또 육아휴직을 할 경우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월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올렸으며, 대체인력 지원금 월 40만 원 인상, 동료업무분담 지원금 신설, 직종별 협·단체 소속 인력을 활용한 대체인력 풀 구성 등으로 기업의 대체인력 수급 부담을 낮출 계획입니다. 그간 저출생 지원의 87%가 양육에 집중돼 있었는데요, 해외사례나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오히려 일·가정 양립 지원이 저출생 대응에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규로 추가·확대되는 예산사업의 80% 이상 재원을 일·가정 양립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기업의 동참이 없다면 일·가정 양립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텐데요, 앞서 말씀하신 기업 부담 완화에 더해 기업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이 있나요?
가족친화인증 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내년부터 정기세무조사를 2년간 유예하고 해외 마케팅 및 무역보험·융자 지원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가족친화 일·생활 균형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합니다. 한편, 일·가정 양립 문화와 인식이 자리 잡도록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13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일·가정 양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중소기업 부문 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하고, 여기에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관계부처도 참여해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에 애로가 되는 부분들을 즉각 파악해 고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우리 기업들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는 인력 미스매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인력 부족 시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수한 젊은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가정과 육아에 친화적인 기업 환경과 문화가 필요하며, 그 맥락에서 인사·노무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제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장시간 근무 관행을 비롯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
우리 의료·요양·돌봄 체계를 재가 요양·돌봄으로
전환해 가면서 양질의 요양·돌봄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 만들어갈 계획
결국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야근 같은 장시간 근로 관행이나 불합리한 근로 관행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봅니다. 해외에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9 to 5’ 근로인 나라가 많은데, 우리는 중간에 휴게시간을 두도록 돼 있어서 ‘9 to 6’ 근로입니다. 게다가 수도권의 경우 통근 시간이 2시간이에요. 보통 정시퇴근을 못하니 7시쯤 퇴근해 1시간 걸려 집에 가서 식사하면 9시가 됩니다. 재택근무라든가 시차 출퇴근제라든가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임신기·육아기 근로자부터 본인이 청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금요일이든 월요일이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위원회에서는 여러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단축근무·반차 등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경우 휴게시간 규정으로 근무를 마친 후에도 30분을 더 기다렸다 퇴근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는데 근로자가 원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현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난임 부부들을 만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가 대책을 만들기 전에는 정부의 난임치료 지원에 횟수 제한이 있었고 또 45세를 넘으면 치료비 지원이 비용의 70%에서 50%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분들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나이 때문에, 횟수 제한 때문에 지원이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더 크다”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두세 번 만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뇌리를 떠나지 않아 한번은 관계부처 회의를 할 때 7시간 동안 그 문제만 토론해서 결국 나이 제한도, 횟수 제한도 사실상 없앴습니다. 아이를 안 낳겠다는 분들도 어떻게든 인센티브를 줘서 낳도록 독려하는 상황인데 아이를 낳고자 하는 분들은 당연히 필요한 지원을 적극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층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고도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큰 이유 중 하나로 비싼 집값 문제가 지목됩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있나요?
우선 출산가구 대상 주택공급을 당초 연간 7만 호에서 12만 호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신규택지를 발굴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약 9만6천 호를 추가 공급합니다. 또한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사실상 한시 폐지(2억→2억5천만 원, 3년간 시행)하고 신생아특례대출 기간 중 출산할 경우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0.2%p↓→0.4%p↓)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 출산가구에 대해 특공기회를 1회 추가 허용하고 신혼부부 특공 시 결혼 전 청약당첨 이력을 배제하는 등 결혼·출산 가구 대상 청약요건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이 외에 출산가구는 공공임대주택에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고(최장 20년), 더 넓은 평형으로 이주하는 것도 지원합니다. 주거뿐 아니라 일자리 등 청년들의 애로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들과 계속 소통하고 체감도 높은 정책 대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좋은 일자리 부족 등 저출생의 구조적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까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나마도 수도권에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니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비가 높아지고 또 수도권 집중 심화로 집값이 상승합니다. 좋은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부담을 포함한 복합적 요인이 저출생에 작용하는 만큼 해법도 다양한 측면에서 모색해야 합니다. 다만 좋은 일자리가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금융기관·학교 등 통상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일자리가 3분의 1 정도인데, 꼭 이런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정부도 학교에서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동시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라서 또 중소기업에 다녀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부분은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고령화 대책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계신가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생산적인 노후’에 초점을 두고 고용·소득, 의료, 돌봄 등 건강, 사회참여, 주거, 고령친화산업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준비 중입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소득·건강 수준과 사회참여 의사가 높은 신고령층을 고려해 고령사회 대응 정책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며, 지역별 고령화 속도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지역별 특성에 따른 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해 에이지테크(Age-Tech) 연구개발 및 상용화 지원 등 과제를 발굴하고, 소비력을 갖춘 새로운 고령층을 고려한 돌봄로봇 등 돌봄서비스, 주택 등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출생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외국 전문인력 유치도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유치한 해외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나요?
지난 10월 프랑스·독일·영국을 방문했을 때 3개국 모두 숙련 전문인력 유치를 위해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이민자의 사회적 통합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었는데, 특히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ODA 등을 활용해 이들이 본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언어나 기술 등 필요한 직업 교육을 받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사회통합 준거의 틀을 마련해 나가면서 예를 들면 ‘독일인은 누구냐? 독일 국적을 가진 사람만 독일인이냐? 아니면 법과 법의 지배를 인정하면서 또 독일인다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냐?’ 등의 주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도 ‘과연 누가 한국인인가?’ 같은 문제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7월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저출산 해결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구전략기획부는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조정·평가하고 실제 정책 실행은 해당 부처들이 하는 구조다 보니, 실천성을 갖춘 정책 기획·조정을 할 수 있도록 재원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산 범위를 정교하게 설정하고 최소한 관련 예산을 사전에 심의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 결국 정책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범사회적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 기능을 하고 인구구조에 따른 갈등을 관리하며 종합적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할 정부 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열정과 헌신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조직·인사·예산·제도를 꼼꼼하게 설계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공직생활을 하며 좌우명으로 삼았던 게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은 그 삶의 기회와 질이 내가 사는 세상보다 낫도록 만들자’입니다. 결국은 그런 세상이 돼야만 결혼도 하고 또 아이도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책 측면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양육과 주거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편,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수도권 집중 완화, 사교육비 억제도 긴 호흡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해결해 나감으로써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확실하게 출산율을 반전시키고 2030년까지 1명대 출산율 회복의 초석을 다지고 싶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고령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지만 의료·돌봄 등 체계가 고령화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선진국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고 우리 국민도 많이 원하는 게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고 지금 사는 곳에서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 추세에 맞춰 의료·요양·돌봄 체계를 재가 요양·돌봄으로 전환해 가되 양질의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집 자체를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고령 친화적 구조로 바꿔나가는 노력을 병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