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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야만적인 일터에서의 죽음, 그 안에서의 차별 없앨 것"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2026년 05월호

일시—2026년 4월 9일(목) 오후 12시 30분
장소—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 회의실
대담—양은주 『나라경제』 편집장

동아대 축산학 학사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학 석사
1992.6.~2025.6.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2001. 6.~2003. 12. 전국철도노동조합 교육국장
2004. 3.~2007. 2. 전국철도노동조합 제20대 위원장
2007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초대 위원장
2008. 6.~2012. 4.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2010. 1.~2012. 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6기 9대 위원장
2014. 10.~2017. 2. 전국철도노동조합 제26대 위원장
2017. 7.~2020. 5. 정의당 노동본부장
2021. 1.~2025. 7.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2025. 7.~현재 제11대 고용노동부 장관
 
곧 취임 9개월이 되십니다. 현장도 부지런히 방문하셨는데요. 노동자로서 혹은 노동운동을 하면서 현장을 찾았던 때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입장에서 노동 현장에 있었다면, 지금은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제가 가진 권한을 잘 활용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첫 출근날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얘기했습니다만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장관으로서 그간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가장 신경 써왔고 앞으로도 무엇보다 주력해야 할 것은,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극화와 같은 비정상의 정상화일 텐데요. 노동 분야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것이 바로 일터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 그리고 노동시장의 분절화가 심화하는 것입니다. 산재를 비롯해 얼마 전 있었던 태국 노동자에 대한 학대처럼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가 비정규직, 고령자, 이주노동자 등 취약한 이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이런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를 해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는 양극화 해소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동 분야에서 첫 번째 격차는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기회의 격차, 두 번째가 바로 위험의 격차인데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산재 사망사고 감축 및 안전한 일터 구축을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으신데요,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장 중심의 예방체계를 확립하려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하죠.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작은 사고 29번, 사소한 징후들이 300번이나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작은 시그널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위험요인을 잘 알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위험이 닥치기 전에 피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정부가 지역 현장을 잘 아니까 근로자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을 일부 위임해 임금체불이나 산재를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하려 합니다.

올해부터 5월 1일이 ‘노동절’로 바뀌는데요, 단순히 명칭의 변화는 아닐 것 같습니다.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그 밖의 많은 것들이 변할 테니까요. 어떤 마음과 기대로 추진하셨는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름을 바로잡는 ‘정명(正名)’은 어렵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사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창립 기념일(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한다면 오히려 맞겠지요.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 ‘근로자’는 주로 종속된 관계에서 일하는 분들로 한정되는데요, 오늘날엔 법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처럼 모든 일하는 사람을 기리는 날이 세계 노동절인 5월 1일입니다. 노동절은 근로자라는 특정 직업이나 계층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가치를 기리는 날이니까요. 이번에 그 이름을 되찾으면서 공휴일로 지정해 이전에는 쉬지 못했던 공무원과 교사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절을 기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재명 정부 제1호 노동법안인 ‘일법 패키지’를 추진 중이신데요, 추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지만 근로자성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실질적으로 근로자이지만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분들을 위한 ‘근로자 추정제’를 함께 입법하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고용노동 정책은 이주가 아닌 ‘정주’를 기본으로 설계돼 왔거든요. 하지만 최근엔 일종의 노마드형 노동자들이 상당히 출현하고 있잖아요? 그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경력 관리입니다. 단기간 프로젝트라든지 프리랜서로 일하면 경력이 쌓이지 않아 계속 신입으로 남게 되는 거죠. 이걸 정부에서 관리해 주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 입법되면 8가지 권리 중 하나인 ‘일·경력 정보에 관한 권리’를 통해 정부에도 의무가 발생하니까 그런 법에 터 잡아서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게 되죠.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기본법의 성격으로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기본법이 통과될 경우 후속 조치로 염두에 두고 계신 게 있다면요?
법안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겠지요. 우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전 국민 고용·산재보험 도입 등 기본법 취지에 따른 개별법 개정을 추진하려 합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노동자나 프리랜서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모성보호, 복지지원 등 재정 사업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요즘 어려운 경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불안감도 있으실 텐데요, 기본법의 취지가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인 만큼 소상공인 또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이 3월 10일 시행됐습니다. 현장 안착이 중요하겠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섭요구가 폭증할 거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법 시행 첫날부터 현재까지 교섭요구 건수 증가세는 안정적입니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 혼선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해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방 관서에서는 해석지침이나 교섭절차 매뉴얼을 기반으로 교섭절차를 적극 지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범사례들을 발굴해 전파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공공 부문에 대해서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더라도 노·정협의체 등을 통해 처우 개선과 관련한 실효적인 방안을 검토해 선도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해 나가려 합니다. 일례로 지난 3월 노동계와 정부 간 첫 협의체인 돌봄 분야 노·정협의체가 구성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그 어느 곳보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오래전 국제노동기구(ILO)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ILO 사무총장을 역임한 영국의 노동운동가 가이 라이더가 당시에는 사무차장이었어요. 대화를 나누던 중에 “대화 자체가 목적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았지요. 우리는 얼굴만 볼 거면 뭐 하러 만나냐고 하잖아요? 대화 자체가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대화 자체가 목적이고 세상에 무의미한 대화는 없다는 거예요. 이 말이 이후 제 노동운동에 좌우명이 됐습니다. 사실 대화는 쉬운 게 아닙니다. 인내심도 필요하고 상대에 대한 이해심도 필요하지요. 제 경험에 비춰봐도 파업보다 어려운 건 교섭입니다. 교섭이 어렵더라도 대화를 통해 타결하고 보면 결국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직원들, 그리고 불시 점검 나가서 만나는 현장 노동자와 사용자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사업장에 안전점검 나가는 우리 노동감독관들에게도 현장의 위험 요소뿐 아니라 노사관계도 보고 오시라고 합니다. 노조가 있든 없든 사측과 노동자가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잘되는지도 반드시 같이 살펴봐 달라고 당부하지요. 대화가 잘되는 곳은 안전하거든요.

정년연장을 두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입니까?
숙련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잠재성장 회복이나 고령자 소득공백 해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올해부터 정부도 특위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 합니다. 특위에서 산업별·직종별 노사 간담회, 정책 토론회 등 여러 가지 방안으로 공론화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어려움이 가중되는 계층이 없도록 세대상생 지원방안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노동자 지원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에 있습니다. 

고용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상태에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청년취업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칠 예정이십니까?
일자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어려움이 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며 일자리 창출력 자체가 줄어들었고 AI 확산이나 기업의 경력직 선호도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청년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만, 우선은 구직부터 취업 후 안착까지 전 과정에서 노동부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취업 준비기간 동안 심리상담, 직업훈련,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취업지원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 일경험·훈련과 청년 채용장려금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하려면 체불·산재·괴롭힘이 없는 상식적인 일터여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 사업장 집중 감독·지원이나 산단행복일터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지방의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2년간 최대 720만 원의 근속 인센티브를 지원해 취업 후 안정적으로 경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한쪽에서는 주 4.5일제 도입을 논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만연합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이 기존의 격차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단번에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거쳐 가능한 분야부터 자발적·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워라밸+4.5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집중하는 한편, 주 52시간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강화해 노동시간 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제화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도 추진 중이십니다. 현장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 우리나라는 기업별로 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산업 전반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임금 교섭을 할 때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산업·직업·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분포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초기업 교섭을 촉진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로드맵’을 올해 중에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일하는 외국인 통합지원, 권익보호 강화도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취업비자 종류별로 주관 부처가 다릅니다. 전체 노동시장을 아우르는 관점에서의 통합관리와 지원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외국인력 통합지원 TF’를 출범, 운영해 오고 있는데요. TF를 통해 외국인력 수급방안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전체 외국인력에 대한 통합적 정책 협의·결정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우수인력의 유치와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이주노동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고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가려 합니다. 특히 쟁점인 사업장 변경 제한의 경우 그 개선을 둘러싸고 노사 간 이견이 컸는데요, 그간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일부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도 있습니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우 원활하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인력공백 방지 등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려 합니다. 향후 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노사, 전문가 등의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방안을 구체화하겠습니다. 

AI 및 탄소중립 등으로 급격한 산업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용 부문도 변화를 피할 수 없을 텐데요.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십니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청년층이나 불안정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가 객체가 아닌 변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위기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원활한 직무 전환 지원과 고용안전망 확충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산업 전환이 꼭 위기인 것만은 아닙니다. 기후테크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신산업 분야도 있는데요, 거기에서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가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핵심역량 강화 훈련을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대책을 담은 ‘산업 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안’을 올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관 직을 거셨을 정도로 노동현실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계신데요. 임기 중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고 각오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산재를 줄이기 쉽지 않은 이유는 다단계 하청 구조, 외국인 노동자 문제, 부족한 노동인권 교육 등 모든 게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온 나라가 나서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산업공학이든 인간공학이든 기술이 바뀌고 그다음에 제도와 정책이 뒤따라가고 마지막으로 문화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우리의 오명을 벗을 수 있습니다. 야만적인 일터에서의 죽음, 그 안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일, 꼭 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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