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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경제ㆍ비경제가 같은 원칙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돼야”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2013년 03월호

때: 2013년 2월 13일(수) 오후 3시
장소: 동부금융센터(강남 대치동) 회의실
대담: 이재열 나라경제 편집장

 

약력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1936년 경북 영주 출생
서울대 법대,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행정대학원 석사
1960년 제12회 행정고시
1961년 재무부 국고국 재경사무관
1969년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1973∼1977년 경제기획원 물가국장ㆍ기획국장ㆍ예산국장
1978-1981년 기획차관보
1982∼1983년 재무부 차관ㆍ장관
1983∼1985년 대통령 비서실장
1997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12ㆍ14ㆍ15대 국회의원
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JA Korea 이사장 및 동부그룹 고문

 

지난해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우리 경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해는 좀 나아질까요? 올해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근 미국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EU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그래도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너무도 비관적인 상황에서 조금 나아지니까 경기가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아직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 재정위기에도 선방해왔다고는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 안팎 아닙니까? 세계경제가 3% 중반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못 미치는 것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죠. 과거의 고성장 경제는 아니더라도 세계 평균을 밑도는 성장은 문제가 있어요. 이런 때일수록 단기적인 경기대책보다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것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기록적인 원화 강세, 엔화 약세로 우리 경제 특히 수출기업들이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그동안 우리 경제는 환율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들을 잘 버텨왔던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춰볼 때 원화가 조금 저평가돼 있다고 봐요. 특히 최근 미 연준(FRB)의 양적완화 정책,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엔화 약세 정책 그리고 중국의 통화 평가절상 압력 거부 등의 국제경제 환경하에서 원화 평가절상은 다소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일본의 엔화 약세로 자동차 등 일본과 경쟁하는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겠죠. 그렇지만 환율을 계속 과거와 같이 가져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원화 강세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환율이란 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당연히 삼가야겠구요. 환율이 올라가면 가외적으로 덕을 보게 될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원화 강세를 염두에 두고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정공법이고 올바른 대응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정책당국자나 경제주체들이 힘을 합쳐 원가 절감, 기술개발 등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과거 우리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은 체제 때문이라고 봐요. 북한 경제와 비교해보면 극명하지 않습니까? 1950∼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북한의 1인당 소득은 우리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지하자원과 시설도 대부분 북한에 있었고. 그런데 오늘의 상황에 이른 것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는 체제를 채택했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 거죠. 모름지기 사람이란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에야 비로소 열심히 뛰게 돼 있지 않나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이 체제 문제에서 결판이 났다고 봅니다.
한국전쟁 끝나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과 한미방위조약을 맺은 것도 중요했습니다. 그때 힘들게 협정을 맺어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가면서 우리는 국방비용을 크게 줄이고 미국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여기에 수출주도 개발전략, 수입 자유화, FTA 등 대외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한 것도 경제가 발전한 주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보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도 많지만, 일본,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이점을 잘 활용해왔지요. 사실 일본이 옆에 있음으로써 그들의 앞선 기술을 배워오는 등 덕도 많이 봤죠. 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이 되었구요.


우리나라가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 대외개방전략을 적극 추진한 것이 경제발전의 주된 원동력이 됐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특히 우리가 개방전략을 채택한 것은 결정적이라 할 수 있어요.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수입대체 개발전략을 추진하다가 수출 주도 전략으로 전환했지 않습니까? 그 이후 우리가 보여준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인해 후진국 개발이론 자체가 바뀔 정도였어요.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효과적인 수출지원 정책입니다. 당시 어떤 품목이든지 수출신용장만 가져오면 금융을 뒷받침해 줬으니 수출이 잘 안될 수가 없었죠. 모두들 정말 열심이었어요. 게다가 수출할 때 애로사항은 한 달에 한 번씩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시원하게 풀어주다 보니까 수출이 급성장했던 거죠.


이사장께서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경제안정화 정책도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씀해 오셨는데요.
그렇습니다.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는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여서 ‘건설과 증산’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는 등 가능한 지원은 다 했습니다.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 기조였습니다. 그 결과 197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부족 경제’에서 탈피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지요. 성장보다는 안정기반 구축, 보호와 지원에서 개방과 경쟁 위주로 정책 전환을 추진했고 정책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부분들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사실 그 당시 이렇게 성공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 정도뿐이었어요. 우리보다 훨씬 잘 살던 중남미 국가 등 여러 나라들은 우리와 같은 전환을 이루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었지요. 1980년대 초에 시스템 전환을 이뤘기에 그 이후 우리 경제가 20년 가까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금융은 자율, 개방보다는 ‘관치 금융’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을 이루고 차입 관련 대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제거해 경제 모든 부문에 글로벌 스탠다드가 정립된 것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친’ 셈이 됐습니다. 사실 외환위기 때 우리가 먼저 매를 맞은 것이 바탕이 돼 2008년부터의 세계적 금융위기에서도 별 피해 없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현재 우리 경제는 ‘복지 확충’과 ‘재정건전성 유지’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지난 대선 때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에서 건전재정포럼을 만든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전직 경제관료, 한국재정학회 교수, 전현직 언론인 등 120명 가까이 모아 건전재정포럼을 발족시켰어요. 강봉균 전 장관, 최종찬 전 장관과 염명배 회장이 대표를 맡아 수고했습니다. 언론에서도 복지 논의가 나오면 재원 마련이라는 시각에서 논평이나 기사가 나왔죠. 자연스럽게 무책임한 공약들을 자제시키게 되었지요. 그런 측면에서 건전재정포럼이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탈루 세수를 늘리더라도 늘어나는 복지수요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포럼에서 논의한 부가가치세 2%p 인상 제안에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이를 목적세 비슷하게 운용해 그 한도 내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재정도 양출제입(量出制入)이 아니라 가계처럼 양입제출(量入制出), 즉 수입을 헤아려 지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계나 나라나 똑같아요. 없는 돈은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되는 것이죠.


1천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크게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쳐 왔고 그에 따라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별로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경제가 살아나려면 소비지출이 어느 정도 경제를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사람들이 과도한 주택담보부채로 빚 갚는 데 허덕이다 보니까 돈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금융기관 부실채권 차원이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제가 결코 살아나지 못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1972년의 8ㆍ3조치와 같은 획기적 대책이나 기상천외의 묘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채무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대책은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집 팔아 빚을 갚고 싶어도 거래가 일절 일어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우선 주택거래가 살아나야 합니다. 빚을 못 갚아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문제 해결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주택거래가 살아나야 빚이 많은 사람이 현재의 주택을 팔아 보다 싼 집으로 이사 가는 등 빚의 일부를 갚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볼 때 한 가지 방안은 양도 소득세 등 세제를 손질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부동산세제가 과거 부동산투기가 극심할 때 투기억제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동산 가격이 그때와 정반대로 추락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데도 예전 제도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가장 먼저 양도소득세부터 고쳐야 합니다. 저는 미국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미국은 집을 판 돈을 가지고 다시 집을 사면 그 사는 데 들어가는 돈만큼은 양도소득세 대상에서 제외(waive)해 줍니다. 양도소득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죠. 현금화 해당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적용합니다. 한시적이거나 일가구 일주택과 같은 조건을 없애는 등 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합니다. 이는 주택거래 활성화 여부를 떠나 보완해야 할 사항입니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걸림돌들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시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는 정년퇴임 후에 판매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준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노후 대비를 위해서라도 집을 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처럼 고쳐야 할 제도는 당장 고쳐야 해요. 만일 가계부채 문제가 발전해서 은행이 빚을 떠안게 되면 부실은행 문제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거 아닙니까? 그럴 게 아니라 공적자금을 미리 넣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우선 과거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한 세제 등 거래억제 제도부터 손질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생각입니다. 저라면 벌써 했을 거예요(웃음). 이렇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들은 바로바로 추진해야 하는 겁니다.


에듀푸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교육비 부담도 문제가 되는데, 교육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현재의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시키는 획기적인 교육 개혁을 해야 풀려요. 우리나라 교육이 지금 이대로 가면 애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 만들어요. 고액과외나 선행학습은 모두 부모들이 불안해서 시키는 겁니다. 다른 애들이 다 하는데 내 애가 안 하면 바보될 것 같아서 시키는 거죠.
창의성 교육이나 자율시민 양성 관련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자아실현과 문제해결 능력 배양과 같은 교육의 근본목적을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일부 고쳐보는 쪽으로 노력해보자는 뜻으로 교육 사회적 협동조합을 추진 중입니다.


일자리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자리 마련을 국정의 최우선에 두기로 해서 한시름 놓습니다. 다만 그 방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의 논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일자리 창출 또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우선 노동시장부터 고쳐야 합니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어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기득권 중심의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는 것, 이것이 말은 쉽지 엄청나게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더라도 안 하면 안 돼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일자리도 생기지 않고 성장도 되지 않습니다.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서비스 산업의 획기적인 개방입니다. 교육, 법률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빗장을 확 열어젖혀야 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기득권층이 워낙 강경해 지금까지는 잘 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런 현상은 특정산업을 관장하는 각 부처가 소관 산업(client)의 이익을 대변하게 돼 있어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산업이 아니라 이 나라의 경제와 소비자의 편에 서서 문제를 제기했던, 과거 경제기획원과 같은 부처가 이런 문제를 주도해 규제를 적극 철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이런 부분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고용 문제는 기존 부문에 대한 취업뿐 아니라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또 중요한 것이 창업생태계 구축이라 할 수 있어요. 저는 이와 관련해서 이스라엘 모델이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이스라엘의 경우를 깊이 연구해서 미래창조기획부를 신설,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를 장관으로 발탁하는 등 역점을 두고 있어 기대해 볼 일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스라엘에서는 가령 젊은 사람이 농업 관련 사업을 할 경우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농림부에 갑니다. 그러면 농림부 내 창업 담당부서가 그 아이디어를 관련 기술 부서에 돌려 검토를 시키고, 그 부서에 포진한 전문가들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창업에 필요한 자금이나 경영, 마케팅 부분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큰 원로로서 박근혜 당선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새 정부도 분명히 하고 있듯이 지금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습니다. 커다란 전환기라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980년대 초 정부 주도의 발전에서 민간 주도의 발전으로 정책의 큰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하나의 큰 과제였다면,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국가 개혁이 전환기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경제나 비경제 할 것 없이 모든 부문이 같은 원칙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사회 대통합이 큰 화두인데요. 이에 앞서 사회를 움직이는 원칙의 통합이 중요해요. 제각기 다른 원칙을 바탕으로 통합을 시도하게 되면 혼란을 빚기 쉽고 끝없이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그 원칙은 무엇이 돼야 할 것이냐. 우리 경제가 발전하게 된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시장경제의 핵심은 바로 ‘자율, 개방, 법치’입니다. 경제 분야는 1980년대에 ‘자율, 개방, 법치’를 근간으로 시장 주도의 전환을 이루면서 원칙의 확립에 성공함에 따라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어요. 반면 우리 사회의 비경제 분야는 그렇게 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어요. 가령 지금의 교육은 아직도 배급제란 말이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비경제 분야도 자율, 개방,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모든 부문에 있어 게임의 법칙(rule of the game)이 똑같아야 해요. 그래야만 투명성이 높아지고 모든 게 예측 가능해져요. 룰이 심플해져요.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가 각자 알아서 하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꼭 해줬으면 합니다.


그 밖에 또 어떤 것을 당부하고 싶으신가요?
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항상 소비자(국민)를 중심에 놓고 판단했으면 해요. 예를 들어 대기업, 중소기업을 한 쪽은 강자, 다른 쪽은 약자로 갈라놓고 약자 편에 서서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죠.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든 이들은 모두 ‘공급자’인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요. 어떤 것이 소비자에게 더 이익이냐는 것을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어요.
물론 대기업 쪽이 공정(fair)하지 않다면 그것은 시정해야겠죠. 그러나 법규를 위반하거나 불공정하지 않은 이상 ‘너는 강자니까 안 된다’ 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정부는 경기의 심판역할을 해야 합니다. 심판이 약한 편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내려서는 안 되지요.
마지막으로는, 국민 개개인이 잠재력을 발현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역할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재주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뭐든지 다 달라요. 이렇게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자가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틀을 만들어주고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것, 그것을 통해 모든 국민이 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살아오시면서 좌우명이나 삶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그때그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았고,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후회 않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거 같네요(웃음). 어쨌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 일도 맡게 되고 저 일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어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오늘 인터뷰가 당선인이 표방한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앞당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국민들도 한국경제의 진로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나라경제』 독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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