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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대통령 앞에서도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여야”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13년 04월호

때: 2013년 3월 14일(목) 오전 10시
장소: 강남파이낸스센터(강남 역삼동) 회의실
대담 : 이재열 나라경제 편집장

 

약력
1940년 전북 부안 生 
서울대 경제학, 미 워싱턴대 대학원, 한양대 경제학 박사
1990∼1991년 재무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1991∼1993년 동력자원부 장관
1994년 미 스탠퍼드대 초빙교수
1995∼1997년 노동부 장관 
1997∼1998년 기아그룹 회장
1999∼2000년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2000년~2002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4년~현재 삼정KPMG 고문
2010년~현재 전북대 석좌교수

 

 

지난해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세계경제의 경우, 유럽에서 개선되는 조짐은 있지만, EU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재정위기로부터 수반되는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고통을 어떻게 감내할 것이냐 하는 것이 큰 과제거든요. 미국경제의 경우는, 부동산이나 일부 제조업, 일자리 부문에서 좀 나아지는 상황이기는 해요. 얼마 전 가서 보니까 특히 부동산 쪽으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집디다. 소비자 기대심리도 회복되고 있고. 그러나 자세히 보면, 지난 1월에 재정절벽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부채한도 일시 증액 조치를 4개월간 연장했고. ‘시퀘스터(sequester, 지출 자동 삭감제)’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상태인데요. 이 문제 자체도 불확실성 속에서 하방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봐요. 설사 시퀘스터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미국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고, 저성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의 경우, 세계경제 환경 악화로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데다 투자나 소비 등에서도 회복 조짐이 없어요. 최근엔 고용사정도 악화됐어요. 지난 2월 취업자증가 수가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4.0%로 12개월 만에 4%대로 상승했습니다. 더욱이 청년 고용사정은 더 악화돼 청년실업률이 9.1%를 기록했어요.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한국경제도 단기일 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단기간의 경제성과에 연연할 게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경제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무엇이겠습니까?
무엇보다 경제 심리, 경제적 역동성(dynamism)과 기업가 정신이 상당히 낮아져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다시 발현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죠. 저는 항상 ‘경제는 심리’라는 생각입니다. 기업하는 사람, 일반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끌어갈 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하루 빨리 국내 경제 여건만이라도 불확실한 요인을 정부가 제거해주고, 다시 함께 뛰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한국인의 고유한 역동성을 되살리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 데다 중국은 우리를 열심히 추격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반격하고 있어요.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 과제죠.


경제하려는 마음, 기업하려는 마음이 훼손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대선을 거치면서 제기된 경제 민주화 또는 복지 논의가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에 분명한 시그널(signal)을 줘야 합니다. 기업의 잘못된 행태, 즉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거래, 담합 등은 당연히 척결해야죠. 그러나 시장 규율과 공정경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기업이 뛸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해요. 저는 앞으로 10년, 20년 사이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업이 10개, 20개 이상 나와야 된다고 봐요. 세계를 리드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중국의 추격을 견제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시장에 활용할 수 있고, 일본의 반격을 넘어설 수 있어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만 보지 말고, 글로벌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대기업이 더 크고 더 혁신적이어야 하고 더 세계 일류 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자유스럽게 해주고, 시장질서 왜곡 등 잘못된 행태는 과감하게 정리해주는 것, 이걸 정부가 기업 간 이해와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분명히 해줘야 합니다. 좀 빨리 해줘야 해요.


5년 만에 경제부총리제가 부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도 도입은 잘 됐는데, 문제는 그 운용이겠죠. 부총리제도 자체보다는 국가 CEO가 경제팀장에게 얼마만큼 크레딧(credit)을 주느냐, 믿어주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신임을 받기 위한 부총리의 치열한 노력이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가령 대통령 앞에 가면 하문(下問)이 억수로 많아요.(웃음) “지난번 ADB(아시아개발은행) 총회에 갔다 왔다는데 미국의 오닐 재무장관은 세계경제를 어떻게 보던가요?” 하는 식이죠. 그러니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하죠. 하다못해 “지금 노인복지와 관련해 노인 급식을 하루에 한 끼 준다는데 얼마짜리를 줍니까”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문제부터 미시적인 문제까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시거든요. 그럴 때 그 하문에 대해 사실 파악을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야만 대통령의 신뢰가 생겨요. 한번은 IMF 사태 나고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OO문에 OO교수가 돈을 풀어 인플레 정책을 써야 한다고 기고한 것을 보았는데,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칼럼을 봤어요. 그래서 “한 일주일 전쯤에 OO교수가 쓴 칼럼을 보신 것 같군요.” 대통령께서 그런 거 같다고 해요. 이게 이 양반이 다 알고서 테스트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그 논지는 이런 건데, 여기서 여기까지는 우리가 경청할 만한 내용이고, 여기서부터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이렇게 치열한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대통령은 경제사령탑에게 신뢰를 줄 것인지를 결정한다구요. 대통령의 신뢰가 분명할 때 관계 부처 간 조정력에 힘이 실리기도 하구요.


부총리하기가 너무 힘들겠습니다(웃음).
힘들죠. 그럼 부총리가 그냥 하는 자리인가요? 그러고 몇 번 테스트에서 엇나가버리면 그 다음엔 신뢰를 안 해요. 그러니까 이번에 부총리제가 도입된 것은 잘된 일인데, 실제 대통령께서 경제정책 총괄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는 부총리 하기에 달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말씀을 다 따른다? 그것도 안 돼요. 대통령 앞에서 ‘아닙니다’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런 걸 대통령도 귀 기울여 줘야 해요. 그래야 토론이 됩니다. 그런 이후 부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을 받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뿐 아니라 그 노력을 퍼포먼스(performance), 즉 실적으로 연결시켜 줘야 하는 거고. 그런 과정이 있어야 경제부총리제가 살아나는 겁니다. ‘팀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죠.


신임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당부시네요.
신뢰라는 게 말로만 하는 게 아니고 모범을 보여야 하거든요.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경제가 어려울 때예요. 9.11 사태 이후로 시끄럽고 그렇지 않았어요? 그때 여소야대였거든. 국회 가면 부총리 그만두라는 소리만 밤낮 해요.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해 당시 야당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찾아갔어요. “경제 문제에 여야가 어디 있습니까?” 하면서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상황을 설명했어요. “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길을 찾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부탁을 드렸지요. 그러니까 이 총재께서 좋다고 하시더라고. 바로 천안 한국통신연수원에서 1박2일로 여야정 모임을 가졌어요. 1박2일 동안 토론하고 싸우고 별소리를 다하고, 밤 12시에 식당에 얘기해서 소주 폭탄 갖다 놓고(하하). “경제는 우리 경제지 ‘여당 경제’, ‘야당 경제’가 따로 있지 않지 않느냐. 우리 할 소리 다하자, 정부에 물어볼 것 다 물어봐라. 그 대신 엠바고(embargo)만 지켜준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모두 얘기해 주겠다.” 당시 현대건설 같은 얘기 나오면 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줄 수 있었거든요. 야당들도 고민 끝에 “그럼 그렇게 합시다.” 했죠. 그래서 우리가 있는 대로 고민을 다 얘기 했어요. 상황은 이렇고 우리가 이렇게 가려 하는데 이런 고민이 있다, 한 수 가르쳐 주시오. 이렇게 해버리니까 거기서부터 얘기가 통하는 거라. 서로를 인정할 때 소통의 길이 생긴다는 좋은 경험을 얻었지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소통’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거네요.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암튼 그 다음날 6개 항의 합의문을 만들어 공동 발표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사실 보고도 안 드리고 한 건데, 그 다음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책상에만 앉아 일할 게 아니라 이런 걸 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뭐 이런 겁니다. 부총리제가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게 기본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부총리가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관들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가 정치를 나쁘게 얘기해서 그렇지 장관도 정치인입니다. 현장을 봐야 하고,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하고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앞으로 5년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시대정신을 어떻게 읽을 것이냐, 선진국 진입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에 대해 대통령하고 인식을 같이하고, 그 추진 과정에서 자기 온몸을 던져야 합니다. 온몸을!


‘시대정신’이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후보 시절부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새 시대를 열자고 했잖아요? 그 말씀이 의미가 있어요. 지난해가 1962년 개발연대가 출범한 지 50년 되는 해 아닙니까? 그 반세기 동안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였죠. 그런데 이제 새 시대를 여는 시점에서 국제환경이나 우리 내부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진 겁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새 이정표를 세워야 할 것이냐 하는 질문이 남는데, 저는 그걸 ‘리 인벤트 코리아(Re-invent Korea)’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하며, 이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표심으로 표출됐다고 봐요. 첫째,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 둘째, 과거보다는 새 시대,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 셋째, 갈등과 분열을 넘는 대통합의 리더십, 이 세 가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리 인벤트 코리아’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합니까?
첫째, 과거 산업화ㆍ민주화의 성과를 넘어 선진사회로 가는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본격화되는 아시아 시대를 맞이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셋째, 남북 신뢰를 구축하고 상생, 협력, 통일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야 합니다. 넷째, 새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섯째, 아직도 진보ㆍ보수, 좌파ㆍ우파 하는데,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새 시대를 여는 ‘리 인벤트 코리아’의 핵심입니다.


말씀하신 ‘리 인벤트 코리아’를 실현하려면 각 경제주체들, 특히 정부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과거의 낡은 옷을 벗어던져야 해요. 일단 정부부터 ‘뭐든 걸 할 수 있다’, ‘정부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부는 환경조성자지 플레이어가 될 순 없는 거죠. 감독이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고 할 순 없지 않겠어요? 부처 하나 만들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예요. 저는 ‘K팝스타2’ 같은 오픈 오디션을 좋아해요. 12살 음악천재 방예담, 몽골에서 온 남매 악동 뮤지션, 아시죠? 그런 데서 배워야 합니다. 모두에게 기회를 공평하게 열어주고, 서로 경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탤런트를 재발견하고, 어느 정도 평가가 이뤄지면 SM이나 JYP 같은 데서 집중적으로 지도를 해주죠. 그들의 능력을 다듬어주고 업그레이드해 줍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결선에 올라가 스타가 되지 않습니까? 저는 정부가 하는 일이 이런 환경과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고, 규제를 풀어주고. 한국민의 창의적이고 역동성 있는 탤런트를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말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가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어요. 15년! 다른 나라들은 보통 5, 6년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소득 2만달러, 3만달러가 행복의 조건은 아니지만, 경제적 기초가 있어야 복지고 하고 문화도 창달시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3만달러, 4만달러로 올라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데 지금의 수출 중심 제조업으로는 힘들어요. 창조산업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에 획기적인 빅뱅이 있어야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수출-내수의 균형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해요. 글로벌 서비스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일자리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정부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의식을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성장이냐 복지냐 하는 논쟁이 아니라 성장과 복지가 어떻게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을까가 중요해요. 그러려면 지금껏 먹거리를 만들고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준 기업들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삼성, LG 같은 기업이 10개, 20개 나오고 중소기업도 상생 발전해 나가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저는 여기에서 새마을 정신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근면ㆍ자조 ㆍ협동, 아시죠? 저는 그중에서 자조와 협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근면은 당연한 거고. 이른바 자조와 협동은 ‘self help’와 ‘공동체 의식’인데 새마을 운동이 잘못됐다 뭐다 하면서 이런 가치들이 다 없어졌다는 말이죠.


‘새마을 정신’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가령 복지 정책도 ‘self help’를 전제로 움직여야 해요. 지금 전체적으로 ‘복지, 복지’ 하니까 ‘버티면 탕감해 주겠지’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건 아니거든. 이런 거 할 때도 중소기업 등에 비어 있는 일자리를 연계시키면서 깎아줘야 한다고. 결국 ‘self help’가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 돼야 해요. 이러한 자조와 협동, ‘self help’와 ‘공동체 정신’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리 인벤트’ 하고 우리의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또 하나 요즘 문제되는 부동산 문제를 보면, 부동산 정책이 지금까지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었고, 주택을 필요로 하는 세대의 출생률도 굉장히 낮고 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자산증식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됐지요. 주택도 소유 개념에서 주거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나고. 그러니 현재 투기 중심의 부동산 제도와 시스템을 거래 활성화 쪽으로 확 바꿔야 해요. 거래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투기 중심적 부동산 관리제도를 거래 활성화 쪽으로 바꿔주는 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것이 앞으로 50년의 비전이기도 하겠고, 창조경제가 나가야 돼 방향이기도 하겠군요.
국민들의 창의와 도전정신을 기업가정신으로 연계시키는 것, 그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굉장히 미약해요. 요즘 학생들 경제교육 시킨다는 게 전부 돈 버는 얘기입디다. 미 스탠포드대에서 작년에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이 대학 출신들이 창업한 기업이 3만9천개를 넘는다고 해요. 이 친구들이 세운 기업들이 휴렛패커드부터 해서 엄청나게 많아요. 구글, 나이키 창립자도 스탠포드 출신이고. 스탠포드대는 대기업 취업 교육이 아니라 완전히 기업가정신, 창업교육을 하고 있어요. 학교의 철학이 그래. 그래서 이 대학 출신이 세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프랑스 국민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라는 것이죠.

요즘 새 정부의 역점사업인 ‘창조경제’가 화두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 누구도 새 정부의 창조경제 내용이나 그 추진 계획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부처 하나 만들고 성공한 기업인을 모셔오면 되지 않느냐 하는 수준이죠.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창조경제’를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한 부처가 아닌 모든 부처가 그리고 민간 부문과 연계하여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규제 완화와 투자 ‘펀드’ 확충 그리고 산-학-연 연계시스템으로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부가 목표를 정하고 따르라 하는 정책은 오히려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최근 복지 재원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복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앞으로 10년 정도 내다보면 우리가 ‘중복지-중부담’ 구도로 갈 수밖에 없어요. 물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세금포탈을 막고 해서 복지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죠. 그렇지만 실제는 상당히 다를 수 있어요. 자영업 부가세 특례자들의 탈루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조세저항 때문에 잘못하면 큰일 납니다. 조세감면도 하나하나 보면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걸 어떻게 줄이겠어요. 물론 노력은 해야겠죠.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등 예산지출을 효율화해야겠지만,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에 추가해서 국민들이 부담을 더 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세의 전제는 지금의 복지프로그램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거냐 하는 얘기인 거죠. 아주 어려운 사람들은 지원하되, 능력이 있거나 있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self help’를 전제로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지 나누기식 프로그램은 안 되는 겁니다. 이런 분별 있는 복지 딜리버리(Delivery, 전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구요. 이런 노력을 하면서도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의 협조를 구하자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 조세부담률이 19% 수준이고 국민부담률이 25% 수준인데, 한 10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조세부담률을 22~23%까지, 국민부담률은 27~28%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어렵사리 출범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큰 원로로서, 박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십니까?
대선 당시나 당선 이후에 생각하신 초심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까 시대정신도 얘기했고 대선과정에서 국민의 여론도 일단 파악이 된 거 아닙니까? 앞으로 5년이 동북아 정세 변화나 중국의 추격, 일본의 반격 이런 걸 넘어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어렵긴 하지만 박 대통령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막중한 과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 그 과정에 있어서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치권, 일반국민, 기업을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리더십, 거기에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나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과거 50년간 우리가 이룬 경제발전은 진정 획기적인 것이었고 자랑스런 것이었습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로서, 특히 1970년 초반엔 북한에까지 뒤져 있던 우리가 해낸 것이지요. 남북 대치 상태에서 굶주림과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국민의 몸부림과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합쳐진 결과로서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과거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때 우리는 과거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들은 잘 보존하고, 구시대적인 관행은 정리해서 한국을 ‘리 인벤트’, 즉 ‘재창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고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기반은 한국인의 창의와 역동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는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아주 대단한 국민들입니다. 그 끼와 역동성을 살려나갈 때 우리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국정을 ‘통치’한다는 관념을 넘어서 진정한 ‘파트너십’을 살려 국민의 에너지를 함께 모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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