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주택정책의 핵심목표는 국민의 주거안정이라 할 수 있다. 주거생활이 안정돼야 경제활동에 안정성을 찾을 수 있고, 사회 전체가 안정화될 수 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우리 주택시장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고, 주택구입 수요가 대거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집을 가진 분들은 집을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하고 집이 없는 분들은 높은 전세값 부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또한 과도한 대출금 상환부담으로 가계운용에 어려움이 초래되고 많은 가구가 경매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아울러 중개ㆍ이사ㆍ인테리어 등 관련 서민업종의 어려움도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는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위기상황이 계속될 경우 민생과 금융시스템 나아가 거시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정부는 경제전반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서민주거와 민생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인수위 시절부터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 왔으며, 지난 4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주택구입 시 5년간의 양도소득세 면제
이번 대책은 수요 진작책 위주였던 이전의 대책과 달리 수요-공급 양 측면에 대한 시장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고, 여기서 나아가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비전과 실현방안을 담았다. 주택시장 상황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궁극적인 정책목표인 서민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해 세제ㆍ금융ㆍ공급ㆍ규제개선을 망라했으며, 주택수급 양 측면의 시장 자율조정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과도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또한 주거 문제를 자기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저소득 무주택 가구에 형편에 맞는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방안도 담았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상황과 수요에 맞게 주택공급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방침이다. 공공분양주택의 공급물량을 기존 연 7만호에서 2만호로 축소하고,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공택지 등 개발지구에 대해서도 지역별 수급 여건을 감안해 주택공급물량과 시기를 조절할 것이다. 또한 민간주택의 착공시기와 사업물량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둘째, 세제ㆍ금융ㆍ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취득세 한시 면제, 국민주택기금 지원 확대를 통해 주택 구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가구가 올해 말까지 6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전액 면제한다. 또한 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규모를 당초 2조5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도 현행 3.8%에서 최저 3.3%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청약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구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신규ㆍ미분양 주택뿐 아니라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향후 5년간의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한다. 민영주택에 대한 청약제도도 현 시장상황에 맞게 개선할 계획이다. 85㎡ 초과 중대형 주택에 대해선 ‘청약가점제’를 폐지하고, 85㎡ 이하 주택의 경우에는 가점제 적용비율을 현행 75%에서 40%로 낮춘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맞춤형 하우스푸어 지원대책 마련
셋째, 시중 여유자금을 활용해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토지임대부 임대주택’과 ‘주택임대 관리업’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의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세제상 인센티브와 의무를 함께 부여해 공공임대주택처럼 활용하는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넷째,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한다. 분양가상한제의 신축적 운영, 불합리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후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과 내구연한 증대를 위해 15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그룹을 통해 구체적 허용범위를 정하고, 개별사업에 대한 구조안전성 검토를 의무화한다. 또한 동시다발적인 사업 추진으로 도시과밀 문제나 전세난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별로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한 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다섯째,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 지원이다. 과도한 대출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 가구에 대해 채무조정,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임대주택 리츠 매각 등 맞춤형 지원책을 추진한다. 경제적 자활의지가 있는 하우스푸어를 선별해 지원하고, 시장원리와 책임분담의 원칙을 통해 재정부담과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통해 렌트푸어의 전세금 마련 부담을 덜어준다. 이를 위해 신용대출 성격의 전세대출을 대체할 수 있는 담보력이 강화된 새로운 대출구조를 마련해 세입자의 금리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도록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고, 주택기금을 통한 전세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향후 5년간 총 20만호의 ‘행복주택’ 건설
여섯째,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이다. 무주택 저소득가구는 누구라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주거복지’를 추진한다. 2017년까지는 소득 5분위 이하 520만 무주택가구의 64%가, 2022년까지는 550만가구 모두가 공공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년 공공임대주택 11만호, 공공분양주택 2만호 등 총 13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도시외곽지역보다는 수요자의 직장과 학교에서 가까운 도심 내에 더 많이 공급한다. 앞으로 5년간 총 20만호의 ‘행복주택’을 도심 내 철도부지, 유휴 국ㆍ공유지에 건설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과 주거취약계층에게 부담 가능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한다. 올해 중에는 6개 내지 8개 지구에서 1만호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주택바우처 도입, 주택기금 융자지원 등 수요자 지원 방식을 확대하고, 사회초년생ㆍ신혼부부ㆍ대학생 등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시기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나간다. 저소득 가구의 월임대료 보조를 위해 현행 주거급여제도를 소득ㆍ거주형태ㆍ임대료 부담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주택바우처 제도로 확대ㆍ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대학생 주거지원을 위해 전세임대 지속 공급(연 3천호), 신혼부부에 대해 연 3.5% 저리의 전세자금을 2조5천억원 규모로 지원, 고령자ㆍ장애인을 위한 주거약자용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공급 확대 등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시기에 대한 정부지원도 강화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이 과거의 과도한 정부 개입과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조정기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시장 침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ㆍ렌트 푸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가계안정을 도모하고 주택ㆍ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주택거래 정상화뿐 아니라 주택바우처 등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주거 분야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복지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