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내부 출신 위원장이십니다. 부위원장 퇴임 이후 다시 위원장으로 복귀하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24여년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근무하다가 지난해 부위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했습니다. 공직생활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부름을 받게 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다시 돌아온 데 대한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막중한 게, 지금 공정위가 가야 할 길이 크게 험난한 상황이거든요. 거의 사면초가에 몰렸다고 할 정도로 언론, 국회, 기업계 모두에서 공정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사실 신뢰란 것이 오랫동안 잘해 나가면서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쌓이는 것이니, 하루아침에 회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굉장히 어깨가 무거운 그런 중압감을 느낍니다.
‘원칙이 바로 선 시장질서 확립’이 평소 소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라는 게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기업을 포함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독과점·불공정거래 관행 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우리 여건상 공정한 거래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중소기업들이나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100% 만족은 힘들겠지만 대다수가 우리 시장경제질서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와야 되는데요. 사실 그것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공정위가 독과점구조와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원장께서는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부문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현시점에선 공기업 부문이 가장 급하지 않나 합니다. 대기업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기업은 민간기업의 속성상 이윤을 추구하게 돼 있는 것이고, 공기업은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데요. 올해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고 국가경쟁력도 강화해야 하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기업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지금 저희가 보는 공기업들은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퇴직 임직원들이 있는 기업이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협력업체에 대해 공사금액을 부당하게 감액한다거나 회수하는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어요.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똑같이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렇다면 올해 공기업에 대한 감독ㆍ감시가 더 강화되는 건지요.
지난해 우리가 공기업에 대한 조사, 시정을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못한 나머지 국가공기업과 그에 더해 지방공기업까지로 확대하려 합니다. 지방공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원성이 높습니다. 저는 공정위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주된 부처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뒷받침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장경제질서가 확립되면 결국 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고 그러면 전체 경제의 활성화로 연결되거든요.
올해 공정위의 주요 사업계획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4대 정책추진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먼저, 경쟁촉진을 통한 창의·혁신 역량 제고를 위해 ICT 분야에서의 독점력 남용이나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M&A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 합니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해 각종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하도급대금의 원활한 지급관행을 정착시키는 한편, 보복의 우려 없이 신고·제보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가 행복한 시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민생활 밀접 분야나 특수거래 분야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장이나 소비자에 큰 피해를 주는 글로벌 독과점사업자에 대한 경쟁법 집행도 한층 강화해 나가려 합니다.
공정위는 경제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경제 민주화 주무부처로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일부에서 경제 민주화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위원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시장플레이어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 활동할 수 있으면 그게 경제 민주화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공정위가 추진하는 대부분 업무가 경제 민주화와 직결되는 것들입니다.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공정위 업무 자체가 바로 경제 민주화인 거죠. 일부 언론 등에서 현 정부의 경제 민주화가 후퇴한 것 아니냐 말씀하시는데, 꼭 민주화 용어를 써야 민주화가 실행되는 것일까요? 경제 민주화라 하면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구호에 그치는 것이죠. 물론 저희도 구호를 내세울 순 있어요. 그러나 과거 여러 정부에서 보았듯이 구호에 그쳤을 때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이나 피로감은 굉장한 겁니다. 진실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이루기 위해서 저희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 평가는 국민이 내려주실 거라고 봅니다.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 시정을 위해 공정위는 하도급 3배 손해배상제 등 여러 제도들을 도입하고 시장에서 잘 작동하는지 현장점검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지난해부터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두 차례에 걸쳐 현장실태를 점검한 결과, 하도급·유통·가맹 분야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들이 불공정거래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도급의 경우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감액, 부당 반품 등 고질적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중소업체 수가 152개에서 114개로 25% 줄었구요, 유통의 경우 부당 판매장려금 징수를 경험한 업체도 144개에서 27개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0% 이상의 중소사업자가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했고, 이는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설문결과와도 유사합니다. 거래 관행 개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입니다만, 아직도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20% 상당의 사업자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공정위 업무계획을 보니, 하도급 분야의 대금 미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윗 물꼬트기’ 조사기법 도입이나 익명제보시스템 구축 등이 눈에 띕니다.
먼저, ‘윗 물꼬트기’ 조사는 ‘못 받아서 못 주는’ 순차적인 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조사방식입니다. 대기업으로부터 1차 →2차 → 3차 협력업체로 자금이 원활히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대금회수 불만이 주로 제기되는 1∼2차 협력업체를 우선 조사하고, 윗 단계에서의 대금 미지급이 그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 상위업체까지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익명제보시스템은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신원 노출 걱정 없이 제보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실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어도 보복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고 있어 불공정행위 적발 및 시정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공정위는 홈페이지에 인적사항 입력 없이 제보할 수 있는 익명 불공정제보센터를 3월 중에 설치·운영하고, 2분기에는 현재 15개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설치된 익명제보센터를 유통이나 SW 등 여타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관행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위의 법집행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율 개선 노력 및 공정거래 문화가 확립돼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한 공정위 계획은 무엇입니까?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감시·제재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를 준수하도록 하는 시책들도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의 확산을 위해 가맹, 광고 등 아직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분야의 협약 체결을 적극 장려하고 협약을 이행한 모범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려 합니다. 아울러 표준계약서를 확대 보급하기 위해 화물운송업, TV 홈쇼핑, 편의점 분야 등에서 업종의 거래특성이 적절히 반영되도록 표준계약서를 제·개정하고 공정거래협약의 평가배점을 확대하는 등 표준계약서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하려 합니다. 또한 공정위 조사나 시정에 앞서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 의뢰 대상범위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습니다만, 관련 업무를 수행할 국 단위의 조직 신설은 성사되지 못했는데요. 일부에서는 공정위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아쉽게도 조직 신설이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계속적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노력할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부서의 인력을 차출하거나 신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이 업무를 해나가려 합니다. 특히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규정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대기업의 내부거래실태를 주기적으로 확실히 점검하고 교육도 병행해 공정한 거래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점검과정에서 법위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하게 조사해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희가 갖고 있는 인력 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충분히 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독과점사업자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ICT 특별전담팀을 운영키로 하셨습니다. 취지와 향후 운용방향은?
ICT 등 디지털 분야는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혁신시장으로서, 특정 기술이 표준으로 선정된 이후 독과점 심화, 특허 남용 등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에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인식 아래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사무처장을 추진단장으로 해서 공정위 내부의 ICT 특허 전문가, 조사 베테랑으로 구성된 ICT 특별전담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담팀은 향후 매월 1차례 이상 추진 점검회의를 열어 ICT 분야의 특허남용 실태를 파악하고 조사 계획·전략 등을 수립하게 됩니다. 특허 전문가, 관련 업계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표준특허 보유자의 반경쟁적 라이선스 관행, 표준특허 남용의 경쟁제한 효과 등 관련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특히 글로벌 표준특허사업자 등의 경쟁사업자 배제, 사업활동 방해 등에 대해 감시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거래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해외직구나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시 소비자 보호를 어떻게 강화해 나갈 생각이십니까?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해외구매, 소셜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소비자 보호대책이 필요해졌습니다. 공정위는 우선 해외구매와 관련해 안전한 거래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하려 합니다. 구매대행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와 구매·배송대행업체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신설된 한국소비자원의 국제거래지원팀을 통해 피해다발 해외 인터넷쇼핑몰을 상시 공개하고, 해외구매 주요 대상국의 전자상거래 관행 및 피해구제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해외 인터넷쇼핑몰에 대한 국내법 적용은 타국의 주권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UN 온라인 분쟁해결(Online Dispute Resolution) 논의에 참여하는 등 국제 공조를 통해 대응해 나가려 합니다. 한편 소셜커머스 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소셜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마련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지침」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공공 분야 입찰담합이 많이 적발, 제재됐습니다. 입찰담합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되겠습니까?
공공 분야 입찰담합은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불법행위로서 적발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해야 합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업들이 담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중요한 만큼 카르텔 업무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공공 분야 발주기관들은 자체 입찰담합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스스로 담합 예방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입찰담합이 반복되는 데엔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만큼 유관부처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담합유발 요인으로 많이 제기됐던 1사 1공구제, 최저가 낙찰제도 등을 폐지한 바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공정위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실제 패소가 많이 되고 있는지요?
최근 정유사 원적지 담합이나 포스코 ICT건 등이 연이어 패소 판결을 받게 되어 상당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쟁법 사건은 경제분석이나 법령 및 증거 해석 등에 있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법원에서 공정위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전체적인 소송 통계를 보면 공정위 성적이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닙니다. 최근 3년간 확정된 사건 중 전부패소 비율은 10.6%입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공정위는 최근의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패소사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하고자 합니다. 위원회 직원들의 사건처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위원회의 심의기능을 강화해 나가면서 관계기관 등과 협조해 인력 및 예산을 확충하는 방안도 계속 검토하겠습니다.
신년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공정위의 글로벌 역할ㆍ위상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에서 개선하고 노력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경쟁당국의 위상은 글로벌 경쟁이슈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법을 집행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공정위는 MS·인텔·퀄컴 등의 시장지배력 남용, 국제카르텔, 글로벌 M&A 심사 등에 있어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올해도 공정위는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독과점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원천기술 보유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및 수입의존도가 큰 산업 분야의 국제카르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MS-노키아 M&A 건처럼 IT·전자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M&A에 대해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아울러 EU·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기술지원사업을 통해 아시아 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경쟁법 한류화’를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개도국 공정위 직원에 대해 인턴십을 제공하거나 해외 경쟁당국에 자문관을 파견하는 등 여러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36년간 공직에 복무하시면서 최우선하는 가치가 있다면?
저는 공무 수행에 있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청렴·성실함이 제일(第一)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을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냥 돈벌이 생활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직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늘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당신들이 판단하고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잘 안 되거나 좀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딱 한 가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이 바람직한가라는 잣대 한 가지만 갖고 하면 된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규제기관은 규제의 정당성이 아무리 커도 국민들이 지나치다고 하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상하 간 소통이나 인사(人事) 등 조직 운영에 있어서 평소 가지고 계신 신념은 무엇입니까?
제 인사원칙은 하나입니다. ‘능력에 맞는 인사’가 그거죠. 능력은 충분치 않은데 의욕만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을 추진력이 있다고 특정 보직에 배치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낳더군요. 마치 자기 생각이 국민 생각이고, 자기 생각이 정부의 정책으로 가는 게 맞다고 착각해 버리거든요. 저는 능력에 맞는 인사가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변수가 들어가면 다 왜곡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사회에서 말하는 학위·어학 같은 스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리와 해당 업무에 맞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적임자가 중요한 거죠.
끝으로, 올해 각오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확립해야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한 해가 우리 경제가 성장궤도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되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저를 포함해 공정위 모든 직원은 시장의 공정한 심판자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법을 집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저희 위원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기업과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류가 단기간에 세계에 전파될 수 있었던 것도 문화의 힘 덕분이었던 것처럼, 공정거래도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공정거래를 문화적인 측면으로 승화시켰으면 합니다. 국민들께는 공정위 하는 일들은 조금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놓고 보면 부족함이 많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지켜봐 주시면 분명 개선되는 모습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