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관광업계의 최대 화두는 ‘공유경제’다. 남는 집, 남는 자동차, 남는 자전거, 남는 스키와 스노보드까지, 그야말로 본인이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관광객에게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여행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힐튼호텔 객실보다 더 많은 객실을 확보하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및 온라인 사이트)의 급성장은 이러한 공유경제 모델의 최대 히트상품이다.
관광상품으로 떠오른 요트 대여업, 소유하기보다 빌려서 즐기기
공유경제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환경오염 문제에 따른 자원 재활용, 소비자들의 협력형 소비 필요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환경적 이유만으로 최근 공유경제 돌풍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더 저렴하게, 더 질 좋은 상품’을 구하려는 소비자와 ‘값비싼 제품의 유지비’를 충당하려는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 공유경제라고 설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경제 모델이 이미 몇 십년 전부터 관광상품화돼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요트 대여업(charter) 시장이다. 전 세계 요트 2,900만척 중 90% 이상이 집중돼 있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요트를 소유하기보다는 빌려서 즐기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요트를 굳이 비싸게 구입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로 대여하고, 그곳에서 여름휴가를 지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흔히 요트라고 하면 ‘럭셔리 관광’, ‘부유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요트를 구매해 소유하려고 할 때 생기는 선입견이다. 고급별장을 구매하는 것은 부유층의 전유물이겠지만, 펜션·콘도미니엄을 빌려 숙박하는 것은 국민관광 상품이다. 일년 중에 며칠 머물지도 못하는 별장을 구매하기보다는 콘도미니엄 회원권을 사거나, 그림 같은 바닷가 펜션에서 숙박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우리의 여행 모습이다. 선진국의 요트 대여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요트 대여는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고 비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실정법상 요트 대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법적으로 이를 금지한다거나 사업자의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국내법에서 ‘요트’로 대변되는 레저선박을 빌려주고 승객을 태우기 위해선 「수상레저안전법」상의 ‘수상레저사업’을 등록하거나 「유선 및 도선사업법」상의 ‘유선사업’을 등록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들은 애초에 요트가 아닌 바나나보트나 수상스키 같은 소형 수상레저기구 또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승선시키는 유람선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불필요한 규제와 등록기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박 외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별도의 비상구조선과 매표소, 화장실, 승객대기실을 구비해야만 하고, 제한된 운항구역에서 와인 한잔도 쉽게 마실 수 없는 것이 기존 수상레저사업과 유선업이 가진 한계였다.
이렇듯 요트 소유자들의 개인 창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요트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 자체는 적어지고 상품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요트 숫자가 8년 사이 3배 이상 늘고 요트 조종면허 취득자 수도 15만명을 돌파했지만, 정작 요트 소유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줄 시장은 없었던 것이다.
신설되는 마리나선박 대여업 통해 다양한 신규일자리 창출 기대
요트의 보편화를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는 마리나산업 특성상 업계에서는 줄기차게 이에 대한 입법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그 결실로 드디어 지난해 말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7월 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법률에는 숙원사항이었던 ‘마리나선박 대여업’ 신설뿐만 아니라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업, 마리나선박이나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시설에 대한 분양 및 회원모집 등 다양한 마리나 서비스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함께 마련됐다. 신설되는 마리나선박 대여업은 기존 수상레저사업과 유선업의 불필요한 등록기준, 규제를 전부 삭제했고, 나아가 손쉬운 창업 안내를 위한 매뉴얼도 별도로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에 새롭게 신설되는 마리나선박 대여업과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업의 올해 창업업체 수를 100개로 목표했다. 더 많은 업체가 생겨날수록 더 저렴하고, 더 질 좋은 요트 관광상품이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주들은 요트의 유지·관리비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나아가 요트를 대신 대여해 주거나 요트에서의 음식 서빙 등 다양한 신규일자리도 함께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야말로 요트를 통해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되면 스키와 골프를 넘어 마리나산업이 국민여가를 위해 보급된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뒤늦게 요트 대여업의 빗장을 풀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마리나산업 대중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여름에는 많은 국민들이 요트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