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의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차와 동일하게 하고 차주가 리콜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기검사 시 불합격 처리해 리콜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한 운행차 매연기준을 강화하고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발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수립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환경난제임을 인식하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총력대응하기로 했다.
경유차 실도로 인증기준 도입…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검토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였으나, 2013년부터 정체됐고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오염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주변국 영향(봄철 황사, 미세먼지 유입)과 여름철 강우집중 등으로 미세먼지 관리에 불리한 여건에 있어 단기간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미세먼지 특별대책이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어느 대책보다도 실효성이 대폭 강화된 진일보한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을 수립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됐는데 첫째는 대기오염의 주범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간 대기오염 대책 수립 시 사용한 정부 공식통계에서는 자동차ㆍ공장ㆍ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고체상의 먼지(1차 배출)만을 통계로 잡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연구 결과 가스 상태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 화학반응에 의해 미세먼지로 전환되고(2차 생성) 이러한 2차 생성먼지의 양이 1차 배출먼지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이번 대책에서는 2차 생성을 고려해 발생원 산정과 저감대책을 마련했으며, 수도권의 경우 2015년 현재 23㎍/㎥인 PM2.5(초미세먼지)의 개선목표 20㎍/㎥를 당초보다 3년 앞당겨 2021년에 달성하고, 2026년에는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18㎍/㎥)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에너지 상대가격의 문제다. 정확하게는 급증하는 경유차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간 정부는 경유차가 연비가 좋아 온실가스 배출도 적고 기술개발에 의해 오염물질도 적게 나온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폭스바겐 경유차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유차에 대한 시각이 바뀌게 됐다. 이는 문제가 된 질소산화물이 그 자체로 유해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2차 생성 원인물질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에 이번 대책에서는 경유차에 대한 규제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경유차에 대한 실도로 인증기준을 당초 계획대로 도입하고,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차와 동일하게 하고 차주가 리콜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기검사 시 불합격 처리해 리콜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한 운행차 매연기준을 강화하고 외국에서는 일부 도시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운행차 질소산화물 기준도 신설하기로 했다. 노후경유차에 대해서는 비용효과가 높은 조기폐차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가격이 경유차 급증의 중요한 요인이라 판단해 2005년 이후 고정된 휘발유-경유 에너지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송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막중해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의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일부 입장 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이번 대책에 상대가격 조정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2005년의 경우에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상대가격이 조정된 사례가 있다.
노선ㆍ전세 버스 천연가스버스로 대체
셋째,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다. 그간 환경부의 대기정책 수립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문제가 이렇게 진지하게 다뤄진 적은 없었다. 이번 대책 수립과정에서 관계부처도 석탄화력발전소 증가에 대한 우려를 공감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노후 화력발전소의 점진적 폐쇄, 대체건설, 연료전환과 함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2017년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예정)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로 기본방향을 정하고 이를 대책에 포함했다.
넷째, 천연가스버스 문제다. 최근 경유가격 하락으로 천연가스버스는 정체상태고 오히려 경유버스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유가격의 하락도 문제지만 경유버스에 지원하는 유가보조금이 더 큰 이유다. 이대로 가면 천연가스버스가 다시 경유버스로 역전환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 문제의 대책으로 관계부처에서 천연가스버스에도 연료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과 충전소 확충을 전제로 모든 노선버스와 전세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다섯째, 친환경차 보급확대 분야에도 획기적인 제안들이 포함됐다.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보급물량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기반조성이 더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충에 한전에서 단기간에 대폭 투자하기로 했고, 그동안 문제됐던 여러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신축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용 주차구역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충전시설 설치공간에 대해서는 건폐율 산정 시 면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전기차 50% 이상 보유 대여사업자 법인세 감면, 전용번호판 도입, 공채매입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생활주변의 미세먼지 저감 분야에서는 건설공사장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 법적 신고대상을 확대하거나 불법소각을 집중 점검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다만 건설공사장 비산먼지, 도로 재비산먼지(타이어 마모 등), 불법소각, 고기구이 음식점 등은 배출특성상 관리가 어렵고 행정력의 제한 등으로 규제 실효성이 미흡한 측면이 있어 대책수립과 집행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접국가의 영향에 대한 문제다.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최근 중국과 미세먼지 측정망 자료를 공유하고 미세먼지 발생 및 이동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중국 제철소 등 미세먼지 다량 발생사업장에 대한 저감시설 설치 실증사업도 지원하고 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시일이 필요하고 한계도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한ㆍ중 비상채널을 구축해 극심한 오염사태 발생 등 비상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최근 시작한 한ㆍ중 미세먼지 공동연구사업을 동북아시아 대기질 개선과 연구를 위한 동북아 대기질 공동연구기구로 발전시키며, 나아가 국제공동기금을 조성해 역내 국가의 대기질 개선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발표를 계기로 국민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각오로 미세먼지 저감과 대응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대책 이행추진TF’를 구성ㆍ운영하는 등 향후 특별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