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법인이 벤처기업ㆍ펀드 등에 투ㆍ출자할 경우 그 금액의 일정비율을 법인세에서 감면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투ㆍ출자 금액을 설비투자ㆍ임금증가ㆍ배당에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기업소득의 환류로 인정한다.
정부는 지난 7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ㆍ벤처기업 혁신역량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벤처투자 생태계 자생력 제고, 중소ㆍ벤처기업 R&D 역량 강화, 본 글로벌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등 크게 세 가지 정책방안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하에선 벤처투자 생태계 자생력 제고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모태펀드의 운용방식 개선해 민간자금 확대 유도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는 2000년도에 세운 2조211억원을 경신하며 사상 최고액인 2조858억원을 기록했고, 벤처펀드 역시 2조6,26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벤처펀드의 출자자 구성을 보면 모태펀드, 기금 등 공적기관을 제외한 민간자금의 비중은 50% 후반대에서 수년간 답보상태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벤처투자시장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벤처펀드의 공적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 등 벤처생태계 민간 주체들이 벤처펀드 출자와 창업ㆍ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벤처펀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모태펀드란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중소기업청은 앞으로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모태펀드의 출자비율을 70%에서 60%로 낮춘다면 민간자금이 10%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모태펀드가 출자할 벤처펀드를 선정할 때 민간자금비율이 높은 펀드일수록 우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콜옵션도 확대한다. 콜옵션이란 민간 출자자가 모태펀드의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벤처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미래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민간 출자자가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민간은 출자비율을 높이면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기업이 벤처펀드에 출자하거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때 세제혜택을 주는 부분일 것이다. 그간 벤처투자를 하는 개인에는 소득공제나 양도차익 비과세 등 혜택이 있었으나 법인은 혜택이 없었다. 앞으로는 법인이 벤처기업ㆍ펀드 등에 투ㆍ출자를 할 경우 그 금액의 일정비율을 법인세에서 감면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투ㆍ출자 금액을 설비투자ㆍ임금증가ㆍ배당에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기업소득의 환류로 인정하게 된다. 또한 벤처기업 양도대금을 다른 기업에 재투자할 경우 과세이연을 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과세이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각대금의 80%를 6개월 이내에 재투자해야 했다. 현실적으로 6개월 이내 재투자하기란 무리여서 그 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할 경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M&A 활성화를 위해 기술혁신형 M&A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술혁신형 M&A 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도기업이 비상장기업일 때 그 기업 지분의 50% 이상을 인수해야 하며 매수금액의 80%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했는데, 앞으로 이 요건을 각각 30%와 50%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VIP고객의 돈을 집합투자기구(펀드)로 만들어 벤처펀드에 출자하고자 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벤처펀드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출자자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되며, 현재까지는 집합투자기구의 출자자 수와 벤처펀드 출자자 수를 모두 합해 출자자 수를 산정해 왔다. 이렇다 보니 집합투자기구에 출자한 고액 자산가가 많은 경우 출자자 수에 제한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는 집합투자기구가 벤처펀드에 출자한 금액이 펀드의 10% 미만인 경우 집합투자기구를 1명의 출자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벤처캐피탈은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집합투자기구를 여럿 모아 벤처펀드를 결성하기가 용이해진다.
벤처투자의 중요한 투자처 중 하나는 대학, 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원천ㆍ고급기술을 사업화하는 창업ㆍ벤처기업이다. 보통 이런 기업들은 대학ㆍ연구소가 소유한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데, 기술지주회사가 벤처펀드를 결성해도 그 자회사에 투자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지주회사와 자회사는 특수관계에 있게 되는데, 남의 돈을 모아 사익을 꾀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벤처펀드의 특수관계 거래가 엄격하게 금지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지주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원천기술의 사업화 촉진을 위해 기술지주회사가 벤처펀드를 통해 자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크라우드 펀딩 광고 허용…비상장 스타트업을 위한 장외시장 개설
다른 한편으로는 창업ㆍ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올해 도입된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광고가 금지돼 왔다. 앞으로는 광고금지 규제가 폐지돼 보다 많은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외에도 창업초기 기업이 자금조달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받을 수 있도록 비상장 스타트업을 위한 장외시장(KSM; KRX startup Market)도 개설될 예정이다.
앞으로 다양한 벤처투자 방식도 인정될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벤처, 창업기업 등에 보통주ㆍ우선주ㆍ전환사채ㆍ신주인수권부사채만 투자로 인정돼 왔다. 우선적으로 교환사채가 투자의 한 방식으로 인정될 예정이고,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도입도 검토될 예정이다. 컨버터블 노트는 국내 상법에 아직 없는 제도인데, 미국에서 창업초기 투자에 아주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이다. 컨버터블 노트의 가장 큰 특징은 노트를 처음 발행할 때 전환가격이 정해지지 않고 후속투자자가 산정하는 기업가치에 따라 그 전환가격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사실 창업초기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와 피투자자 간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어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컨버터블 노트를 활용하면 처음에 일단 투자금만 주기 때문에 빠르고 쉽게 투자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대책을 계기로 벤처투자시장에 보다 많은 민간자금이 유입되고, 창업ㆍ벤처기업들이 보다 많은 투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창업ㆍ벤처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향후 법령 개정 등 대책의 이행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