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신선식품·의약품 등 신선화물의 동북아 배송허브로 특성화하기 위해 동북아 최초로 벨리전용 쿨 체인 설비를 구축한다. 또한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 물품을 대상으로 항공사가 통관·항공운송·현지배송 등을 일괄 처리하는 항공배송 프로세스 개선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제2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천공항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동북아 항공물류 허브 선점을 위한 선제적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정부는 화물터미널, 물류단지 등 핵심 인프라 조성, 항공 네트워크와 편리한 통관시스템 구축 등 국제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부가세 영세율 적용, 물류단지 입지규제 완화 등 기업환경 측면의 제도 개선도 완료했다. 그 결과 2016년 인천공항 국제화물 처리실적은 기존 최고치인 2010년 268만톤을 넘어 271만톤을 기록했고, 2010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해 왔던 환적화물 처리량도 처음으로 성장세로 전환됐다. 배후 물류단지 입주율도 운영개시 후 10년 만에 10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교역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최근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동북아 항공물류 허브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최근 항공물류 트렌드를 살펴보면 화물이 경량화되고 일부는 해운으로 전환돼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반면 여객기를 통한 운송비중 확대, 중국·중동 등의 경쟁적 공항 확장 등으로 공급여력은 확대되고 있다. 한정된 운송수요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기·전자 등 기존의 주요 운송품목 처리량이 감소하는 대신 신선화물이나 전자상거래 물품 등의 운송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전통적 항공사의 화물전용기를 통한 운송이 감소하는 대신 페덱스(FedEX) 등 특송 항공사와 여객기 내 화물칸을 활용한 운송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인천공항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방안’은 이러한 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내수 물량이 많은 중국, 유럽, 수요 환적에 유리한 중동 등 경쟁공항 대비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뒀다.
3단계 물류단지, 글로벌 항공사 화물터미널 등 인프라 확충 먼저 32만㎡ 규모의 3단계 물류단지를 신규 개발(사업비 약 411억원)한다.
물류단지 투자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1·2단계 부지는 입주가 완료돼 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3단계는 인허가와 설계, 부지조성과 건축을 병행해 종전 1·2단계 대비 개발기간을 약 2년 단축하고, 2019년부터 공급에 착수한다. 이곳에는 기존 기업(대형물류·제조기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글로벌 기업 배송센터와 실수요 중소기업을 주로 유치한다. 타깃기업 유치를 위해 임대료·인센티브 등 계약조건도 차등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3단계 물류단지 신규 개발로 3천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와 2천명 이상의 고용효과, 연 10만톤 이상의 신규 물동량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페덱스 전용 화물터미널을 BTS (Build To Suit) 방식으로 건설한다. BTS는 인천공사가 항공사 수요 맞춤형 화물터미널을 직접 개발하고,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이용주체인 항공사가 직접 조성해 왔으나, 동북아 공항 간 글로벌 항공사 유치경쟁이 치열하고, 글로벌 항공사는 직접투자보다 임대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BTS 방식을 최초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DHL 터미널 증축도 지원해 그동안 주로 중국을 통해 운송되던 환적물량을 인천공항에서 흡수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을 신선식품·의약품 등 신선화물의 동북아 배송허브로 특성화하기 위해 동북아 최초로 벨리(belly; 항공기의 밑부분으로 화물을 싣는 곳) 전용 쿨 체인(cool chain) 설비를 구축한다. 2018년부터 운영 예정인 이 시설에는 신선화물 보관창고, 환적 작업장 등이 구비된다. 여객기로 실려온 의약품·식품 등이 환적 대기 중에도 적정 온습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며 환적시간도 4시간에서 2.5시간으로 단축될 것이다.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 물품을 대상으로 항공사가 통관·항공운송·현지배송 등을 일괄 처리하는 항공배송 프로세스 개선사업도 추진한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저렴한 수수료로 제공해 중소 업체의 역직구 수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7월부터 일부 국적항공사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되며,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부정기편 운항허가 기간 5일로 단축 상용화주제 개선, 공동 파레트 제공사업 등을 통해 수출입 화물 처리속도를 향상시킨다. 상용화주제는 정부가 보안능력을 인정한 화주 또는 포워더(forwarder; 무역에서 화물 운송에 관련된 업무를 취급하는 운송주선인)가 자기 창고에서 보안 검색을 하면, 공항 화물터미널에서의 항공사 보안검색을 면제해 물류흐름을 신속하게 하는 제도(2004년 도입)이나,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다. 상용화주가 갖춰야 할 보안장비·프로그램 및 정부 관리·감독 등을 강화하는 한편, 상용화주 화물의 보안책임은 해당 상용화주가 지도록 명확화해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항공사 재검색이 면제되면 수출화물 처리시간이 2시간 이상 단축된다. 또 수입화물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물류단지로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파레트(대형화물 운반대)를 공급한다. 기존에는 수입화물이 공항에 도착한 뒤 물류업체에 인도 시 항공사가 파레트를 회수했다. 앞으로는 물류단지로 이동하는 화물(수입화물의 30% 수준)은 공용 파레트를 사용하게 돼 이적작업이 생략되며, 처리시간은 1시간 단축(총 5.5시간 →4.5시간)된다. 마지막으로 항공사들이 해외 공장 고장부품 운송수요 등 긴급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화물 네트워크 확대, 글로벌 배송센터 및 신규 항공사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강화 등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도 담겨 있다.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인천공항 국제화물 물동량은 2020년까지 연 300만톤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정부는 항공물류를 둘러싼 시장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항공사·물류기업 등 현장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렴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