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상 특례업종의 경우 서면 합의를 통해 시간제한 없이 근무가 가능해 사실상 많은 운전자가 과다 근로시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운수업에 대해서는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거나 1일 및 1주 최대근로시간 상한을 마련하는 등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봉평터널 전세버스 추돌사고가 잊히기도 전에 지난 7월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공유하면서 대형 차량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더 증폭(승용차 대비 버스 치사율 약 1.9배 수준)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사고가 국민의 분노를 야기했던 점은 사고 차량이 1일 평균 약 75만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광역(급행)버스라는 점과 사고 원인이 버스 회사의 무리한 운행 강요에 따른 운전자의 졸음운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발’이라 불리는 대중교통이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운행되고 있으며, 내 자신과 자녀들이 언제든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강한 개선 요구로 표출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무회의에서도 경부고속도로사고가 중요한 주제로 논의됐고,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지난 7월 28일 국정현안점검회의 등을 거쳐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하게 됐다.
과다 근로여건 개선하고 첨단안전장치 장착 의무 확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사업용 차량, 특히 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한다. 왜 다수의 근로자가 1일 최대 18.5시간, 1주 77시간 이상의 취약한 근로여건에 처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2월 28일 연속휴게시간 및 최소휴게시간 규정이 시행됐음에도 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차량과 도로 설계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진행해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 안전한 운행환경 조성, 안전 중심의 제도 기반 마련 등 4개 중점 과제를 선정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업종에 대한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특례업종의 경우 서면 합의를 통해 시간제한 없이 근무가 가능해 사실상 많은 운전자가 불가피하게 과다 근로시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운수업에 대해서는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거나 1일 및 1주 최대근로시간 상한을 마련하는 등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와 동시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법령 개정을 통해 광역버스의 연속휴식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확대하고, 휴게시간 등 주요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운전자에게 적정 휴식시간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운전자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운전자 고용 부담은 고용창출장려금을 활용해 사업자의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며, 경기도 광역버스에 대해서는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완전 격일제 이상의 근무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첨단안전장치를 활용한 차량 자체의 안전성 강화다. 현재 11m 초과 승합차 및 총중량 20톤 초과 화물·특수차량에만 의무화하고 있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및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국제기준에 맞도록 모든 승합차 및 3.5톤 초과 화물차까지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첨단안전장치 장착 차량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보급되기 위해 노선버스에 대해 차량구입비를 일부 지원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할인하기로 했다. 한편 신규 차량 이외에 기존 차량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버스에 대해서는 전방충돌경고장치(FCWS)를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완료하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9m 이상의 사업용 자동차 약 15만대에 대해서도 2019년까지 장착을 완료할 예정이다.
졸음운전 방지 시설물 130곳 추가 설치…노선버스는 운행기록제출 의무화 세 번째는 졸음운전 예방을 위한 안전한 운행환경 조성이다. 먼저 서울역, 강남역, 잠실역 등 수도권 광역버스 주요 회차지 및 환승거점에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휴게시설에서 운전자 교대를 유도해 2시간 운행 후 15분 휴식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도로안전성 강화를 위해 새롭게 졸음쉼터 70개소를 확충하고, 기존의 졸음쉼터 232개소도 시설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상습 정체구간, 터널 진입부에 대해서는 소음·진동으로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횡그루빙, 돌출차선을 올해 내 130곳에 추가할 계획이다.
운수업체 관리·감독도 한층 더 체계화한다. 신규 노선 인허가 요건을 강화해 투입 운전자 수와 노선 운행 시 휴게시간 준수 여부 등을 사전에 점검한 후 인·면허가 이뤄지도록 하며, 특히 M-버스 사업자 선정·평가 시 운전자 근로여건 등 안전 분야 비중을 현행 20% 수준에서 40%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관리 취약 운수업체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태점검을 추진하며, 노선버스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운행기록제출을 의무화해 안전관리 실태를 불시 점검체계에서 상시 점검체계로 변경해나간다.
마지막으로는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 기반 마련이다.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제고를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교통안전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 설치도 본격적인 논의를 추진한다. 또한 교통안전 관련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SOC 확충에서 교통안전 및 SOC 운영 분야로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고, 교통안전에 대한 신기술 개발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특히 버스교통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요금할인, 서비스 개선, 정시성 및 신속성 확보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장 최우선의 가치는 바로 교통안전이다. 경찰 조사 발표에서 보았듯 이번 사고는 버스 운전자들의 가혹한 근로여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매우 컸고, 대책 역시 운전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운수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고 최대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는 부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어렵고도 복합적인 문제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간 교통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력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4천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교통사고로 연간 약 26조5천억원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