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술 수요 변화를 반영해 국가핵심뿌리기술을 개정하고 R&D를 추진한다. R&D 추진 시 뿌리기술 전문기업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해 뿌리기업의 기술역량을 향상시키고 해외시장 개척 지원과 상생모델 확산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인지도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뿌리산업은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가 아닐까 싶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뿌리기술을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로 정의하고, 뿌리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 또는 장비제조업종을 뿌리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뿌리기술은 자동차, 조선, IT 제조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돼 최종 제품의 성능 및 신뢰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주력제조업 품질경쟁력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또한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기술의 첨단화 및 융복합화를 통해 로봇, 바이오, 드론, 친환경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반도체 등 신산업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 R&D 거점으로 재정비
정
부는 뿌리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2년 ‘제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R&D, 공정자동화, 인력양성 등 본격적인 뿌리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2011년 2.4년에서 2015년 1.8년으로 축소됐고, 같은 기간 뿌리기업당 종사자 수도 55명에서 62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기술 및 고용지표는 개선됐음에도 최근 매출신장세 둔화와 3D(Dirty, Difficult, Dangerous)산업이라는 인식과 인력부족 문제는 지속적인 정책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뿌리산업 생산액은 국내 제조업 생산액(1,429조원)의 8.9%에 해당하는 약 127조7천억원이다. 기업 수는 총 2만6,398개사로, 이 중 10인 미만 소공인 기업이 65.5%를 차지한다. 뿌리산업에는 50만4,387명이 종사하고 있고 직무별로는 기능인력 비중(49.2%)이 연구, 기술, 노무 등 타 직무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매출의 70%가 자동차, 기계, 가전, 조선, 플랜트 등 주력제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밸류체인상에서 뿌리기업들은 주로 주력산업 대기업의 2∼4차 벤더에 위치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그 중요성에도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생산, 수출 증가율이 과거 대비 감소했고, 이는 뿌리산업에 대한 주력산업의 수요부진으로 이어져 2011년 이후 매출액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최근에는 감소하고 있다.
또한 3D 및 영세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입지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기피로 기능·기술인력 부족규모가 가장 큰 산업(중소제조업 평균 1.74% vs 뿌리산업 2.72%)이며, 내국인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외국인 고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공정특성상 발생하는 먼지, 악취, 소음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이전요구가 빈발하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입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산업단지조차 뿌리업종의 입주를 제한하거나 이미 입주해 있는 뿌리기업의 신·증설을 제한하고 있어 입지 측면에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더욱이 최근 환경, 입지, 고용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와 같은 수요의 변화, 3D프린터와 같은 대체기술의 부상이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제 뿌리산업은 기존의 형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신산업 수요에 맞춘 고부가가치화, 입지·환경 규제 및 신기술 부상에 대응한 공정 혁신, 선순환 일자리환경 조성을 통한 인력유입 촉진과 같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신산업 수요에 맞춘 뿌리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뿌리기업에 유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 수요 변화를 반영해 국가핵심뿌리기술을 개정하고 R&D를 추진한다. R&D 추진 시 뿌리기술 전문기업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해 뿌리기업의 기술역량을 향상시키고 해외시장 개척 지원과 상생모델 확산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에 설치돼 있는 10개의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를 기존 장비거점에서 기술지원 및 R&D 거점으로 재정비한다. 또한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확대(2016년 21개→2022년 30개)하고, 1개 특화단지를 선정해 일정기간 집중 지원하는 전략클러스터사업도 추진하게 된다.
3D프린터와 뿌리기술 접목한 공정 개발
3D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다. 자동화를 위한 기존 정부지원사업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자동화설비 리스, 유해공정의 아웃소싱 방안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2022년까지 뿌리기업 스마트공장 2천개를 구축하고 스마트공장 표준모델을 개발, 보급해 뿌리공정을 스마트화한다. 아울러 3D프린터와 뿌리기술을 접목하는 공정을 개발하고 지역거점에 설치된 3D프린터 활용도를 제고해 납기단축과 비용절감을 유도할 계획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이 시급한 열처리를 중심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하고 매뉴얼도 배포한다. 그리고 친환경 설비를 갖춘 기업은 산업단지 입주가 허용되도록 기준을 마련해 입지 문제를 완화하고, 인공주물사 등 친환경부자재 개발도 병행한다.
기존 청년층 중심의 인력양성 틀을 벗어나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뿌리산업으로의 인력유입도 촉진할 예정이다. 우선 청년층은 근무환경이 우수한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최근 유입이 늘고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채용을 연계하는 ‘중장년 뿌리산업 취업패키지’도 마련한다.
정부는 ‘제2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시행해 국내 뿌리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정부의 뿌리산업 정책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