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출 도약 중견기업’을 2022년까지 500개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이 자신의 성장전략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을 선택·활용할 수 있는 수출메뉴판을 제공한다. 또한 미래 신산업 중심의 ‘월드클래스 300+’ 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한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다. ‘중소기업=보호, 대기업=규제’라는 등식 아래 중견기업은 정부 정책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동시에 대기업 수준의 규제를 겪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중소 규모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다시 회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게 됐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정책적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중견기업은 혁신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수행하는 핵심 주체다. 미래형 자동차, IoT 가전, 바이오헬스 등 유망 신산업에서 소재·부품, 장치, 서비스 등을 우수한 중견기업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과 복지, 근로환경을 제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특히 다수의 탄탄한 중견기업은 경제위기 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단적인 예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 불리는 강소·중견기업이 뒷받침한 독일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EU의 맹주로 등극했으나, 지나치게 중소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였던 이탈리아는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며 침체를 겪었다.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은 약 4천여개로 전체 기업 대비 0.1%를 차지한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전체 기업 대비 중견기업 비중이 0.5%를 상회해 우리와 5배 차이 난다. 또한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주로 대기업의 1차 협력사로서 독자적인 수출판로, 기술역량 등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체 중견기업의 44%만 수출기업이며, 부설연구소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업은 30%에 불과할 만큼 혁신역량이 낮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62.5%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불균형을 가중시키며, 기업생태계의 중간자로서 상생협력에 기여하는 역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중견기업 유망 신산업에 R&D 예산 2조원 투입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중견기업 정책을 혁신해 ‘중소→중견→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월 5일 ‘중견기업 비전 2280’을 발표했다. ‘중견기업 비전 2280’은 2022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제패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중견기업(월드챔프 1조 클럽)을 80개 이상 육성하고, 전체 중견기업 수를 5,500개까지 늘리는 것을 중점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글로벌 수출기업화 지원, 지역 거점 중견기업 육성, 포용적 성장생태계 조성, 혁신적 성장인프라 확충의 4대 추진전략과 각 전략에 따른 세부 이행과제를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중견기업의 수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과 정책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출 도약 중견기업’을 2022년까지 500개 선정하고, 선정된 각 기업이 자신의 성장전략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선택·활용할 수 있는 수출메뉴판을 제공한다. 중견기업에 부족한 수출역량이 개별 기업마다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 유형별 맞춤형 수출 지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예컨대 이미 수출실적이 좋은 ‘혁신형 중견기업’은 지식재산권(IP) 전략이나 브랜드 이미지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소재·부품을 주력으로 하는 ‘내수형 중견기업’은 해외 파트너를 발굴해 매칭시켜주는 방식이다. 중견기업 대상 수출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산업은행의 성장 프로그램인 ‘글로벌 챌린저스 200’을 통해 총 2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올해부터 지원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온렌딩(on-lending) 대출,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 지원 등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코트라는 중견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수출 중견기업 확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출의 기반이 되는 기술혁신역량 제고를 위해 중견기업 유망 신산업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2조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월드클래스 300’ 사업의 후속으로 미래 신산업 중심의 ‘월드클래스 300+’ 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할 것이다.
둘째, 일본의 ‘교토형 기업’과 같이 중견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 지역생태계 구축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지역 대표 중견기업’ 50개사를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중견기업 정책 협의회’를 새로 운영해 지역에 특화된 중견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발굴 및 확산시키고, 기술역량 지원을 위해 R&D 사업화 성과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MIP(Middle-market Innovation Project) 100 사업을 신규 추진한다. 아울러 지역 기업이 겪는 우수 전문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채용 로드쇼, 초기 중견기업에 대한 연구인력 채용 등의 지원도 확대해나간다.
내일채움공제 과세 특례 등 9개 제도, 중견기업까지 지원토록 개선
셋째, 중소기업-대기업 간 상생협력에서 중견기업의 가교 역할을 확대한다. 중소기업-중견기업 공동 R&D, 산업혁신운동, 상생결제제도 등 기존 협력 프로그램에 중견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전자·철강 등 각 업종별로 특화된 상생모델을 확산시켜 나가겠다. 불공정행위의 자율규제 차원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주도로 ‘중견기업 책임경영 선언 및 실천지침’도 공표한다. 아울러 창업·벤처기업과 중견기업이 공동으로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혁신성장 펀드’를 신규 조성할 예정이다.
넷째, 그간 피터팬 증후군을 야기해온 ‘중견기업 지원 배제·규제 강화’ 제도를 개선해 ‘중소→중견→글로벌 전문기업’으로의 성장 인프라를 확충한다. 올해는 기존에 중견기업이 배제됐던 내일채움공제 과세 특례,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및 특성화고 졸업자의 복직에 대한 세액공제 등 9개 제도가 개선돼 시행된다. 앞으로도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제, 고용, R&D 등 제도, 현장규제·애로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다.
정부는 ‘중견기업 비전 2280’에 제시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시행해 중견기업이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려져 회색지대에 있었던 중견기업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