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의무를 미이행한 기업에 부과하는 부담금을 기업 규모에 비례해 차등 부과하는 ‘기업규모별 부담금 차등제’를 도입한다. 또한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개선계획’ 제출을 의무화한다.
지난 4월 19일 제3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첫 장애인 일자리 정책인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대기업, 공공 부문 등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우선,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추진한다. 장애인 고용정책은 지난 1990년 도입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난 28년간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사업체의 장애인 일자리는 지속 증가해왔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독일·일본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하고,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노동자 격차 해소 위해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 개편
이에 장애인 고용의무를 미이행한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장애인 고용의무를 미이행한 기업에 부과하는 부담금의 고용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 규모에 비례해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는 ‘기업 규모별 부담금 차등제’를 도입한다. 또한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개선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되, 계획을 미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 입찰 시 불이익 부여를 추진한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장애인 고용이 특히 저조한 기타공공기관과 지방 출자·출연기관의 경영평가에 장애인 고용실적의 평가지표 반영을 확대하고, 현재 50인 이상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규모에 관계없이 전면 적용할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 이행 촉진을 위해 단순히 제재만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연계고용제도(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에 도급을 주는 경우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제도)’의 부담금 감면 한도를 확대하고, 자체 훈련시설을 활용해 채용 예정 훈련을 실시하는 경우 일정비율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고용기여 인정제도’도 도입된다.
한편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주로 사업주 지원제도를 활용해온 그간의 장애인 고용정책에서 나아가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직접 지원을 적극 추진한다. 우선,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일부 중증장애인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 개편을 추진하되, 이 과정에서 중증장애인의 고용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임금 보장을 위한 지원방안이 강구된다. 고용노동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현재 제도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 합동 TF를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으로 개편안을 마련해 법 개정 등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장애인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가처분소득을 높여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 보전도 추진한다. 사회보험료, 출퇴근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장려금 지급단가를 인상해 장애인의 처우개선에 쓰일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통합취업지원체계’ 통해 학령기부터 성인기까지 밀착 지원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장애인 개인의 특성 및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들도 도입된다. 최근 청년층에서 발달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학령기 단계에서부터 취업 이후의 성인기까지 밀착 지원을 위한 ‘통합취업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상설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원활한 직장 적응을 위해 선배치·훈련, 후채용을 지원하는 지원고용 사업의 현장훈련 기간과 채용 이후 적응 지원 기간을 대폭 연장하고, 취업 이후 고용유지 지원을 위해 보조공학기기 지원과 중증장애인의 직무 관련 활동을 보조하는 근로지원인도 확대한다. 특히 근로지원인의 경우 실질적 고용유지 지원을 위해 현행 1천명 수준에서 2022년에는 1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각종 고용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한다. 증가하는 직업훈련 수요에 비해 부족한 훈련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의 종합 훈련시설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경기남부권에 신설하고, 특화 훈련시설인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각 시도로 확대하는 등 훈련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 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의 직장 내 애로사항, 고충 해소 등 상담을 제공하는 장애인노동 지원센터를 2019년 1개소 설치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의 중심이 과거 돌봄 등 ‘복지서비스’에서 ‘노동권 보장’으로 옮겨지고 있음이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장애계의 화두는 단연 ‘노동권 보장’이고, 국가적으로도 단순 복지서비스 지원보다는 일을 통한 소득 보장이 훨씬 나은 선택지다. 장애인은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뿐 아니라 보람도 느끼고,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해 가구소득의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여유자금까지 적극 활용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정책이다. 이번 대책에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정책을 담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도록 구슬을 잘 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