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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대리점 최소 3년 이상 계약 기간 보장
최영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장 2018년 07월호



정부는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을 강화해 피해대리점이 손배소송에서 보다 자료를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건을 계기로 대리점 분야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개선을 위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제정됐고, 2016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됐다. 대리점법 시행 이후 불공정관행이 다소 개선됐다는 일부 설문조사 결과도 있지만, 고질적 불공정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종합적인 대책 수립에 착수하기로 하고, 우선 대리점 분야의 정확한 거래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8~12월 약 4,800개 본사 및 15만여개 대리점을 대상(응답 대리점: 약 5,900개)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 대리점의 46.2%가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등 불공정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대리점 대책 수립에 고려돼야 할 대리점 거래의 특수성도 확인됐다.


대리점단체의 구성권 명문화
먼저, 대리점은 통신 및 자동차에서부터 식자재, 교복, 우유 등 거의 모든 업종의 유통 단계에 존재하므로 거래 형태나 영업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업종의 특성으로 인해 불공정한 거래관행의 유형에도 큰 차이가 있어 업종별로 그 거래 실태를 반영해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온라인 쇼핑 등 새로운 유통 방식이 크게 성장한 반면, 대리점을 통한 기존 유통 방식은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공급업자인 본사가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비율이 이미 응답 기업의 31.4%에 달했으며, 이 수치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대리점 유통에 대한 지나친 규제적 접근은 오히려 본사들로 하여금 대리점 유통을 축소하게 하고, 다른 방식의 유통을 확대하게 할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대리점 거래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은 강제적인 법령보다는 상호 협력에 기반을 둔 자발적 거래관행 개선을 유도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춰 수립됐으며, 업종별 ‘표준대리점계약서’를 통한 거래관행 개선을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됐다.

첫째, 대리점은 본사에 비해 해당 분야의 거래 실태 및 거래 조건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본사에 대한 거래의존도도 훨씬 높다. 또한 대리점의 70.4%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부분의 대리점 계약이 단기로 행해지기 때문에 불안한 지위에 있다. 이로 인해 대리점이 본사에 비해 낮은 협상력을 갖게 되고,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감수하게 된다.
공정위는 대리점의 낮은 협상력과 지위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대리점법에 대리점단체의 구성권을 명문화하고,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유발하는 본사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은 법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더불어 업종에 따라 최소 3년 이상의 안정적인 계약 기간을 표준대리점계약서에 보장하도록 하고, 각 업종별로 본사와 대리점 간에 자주 발생하는 비용 문제에 대한 분담 비율을 사전에 설정하도록 했다. 이 외에 대리점 분야에도 공정거래협약 및 평가제도를 도입해 본사의 자발적인 거래관행 개선 노력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둘째, 본사와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대리점은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를 입더라도 계약 종료 및 기타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로 이를 신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익명으로 법 위반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업종별로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여부를 살피고, 대리점 분쟁조정협의회의 분쟁 조정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를 철저히 파악하는 등 공정위의 법 위반 적발시스템을 강화하며, 법 위반행위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한 고시를 마련해 법 위반 해당 여부를 명확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마지막으로, 본사와 대리점은 경제력과 조직력의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에 대리점이 불공정행위에 대해 사법적으로 스스로의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에 대리점이 스스로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피해를 구제받고자 할 때 보다 도움이 되는 수단들을 확충했다. 피해 발생 시 대리점주의 실질적인 구제수단 확충을 위해 대리점법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이 공정위의 심결이 있기 전에도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한다. 한편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을 강화해 피해대리점이 손배소송에서 보다 자료를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리점 거래는 그간 공정위가 누적해왔던 「가맹거래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 경험과는 또 다른 법 집행의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그간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누적돼온 분야이면서도, 다양한 유통 채널의 등장에 따라 규제가 강화될 경우 사양화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공정관행의 근절은 필요하면서도 지나친 규제적 접근은 지양해야 할 양면성이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은 우리 사회의 ‘갑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근절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사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의 근절은 정부의 개입보다는 기업 스스로의 상생과 자정(自淨) 노력을 통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이번 대책이 그간 대리점 거래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전환하고, 상생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시금석의 역할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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