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융합 신제품과 서비스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제도는 급속한 기술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변화된 기술에 맞춰 뒤늦게 관련 법령을 개정하더라도, 이미 사업화에 늦은 우리 기술은 외국의 경쟁기업 기술에 의해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애써 개발한 혁신적 기술과 제품이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사장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0월 개최된 4차 산업혁명위원회 1차 회의에서 “신산업 분야 규제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규제샌드박스’란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sandbox)에서 유래된 말로,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규제 신속확인,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임시허가 제도 신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규제샌드박스제도 도입을 위해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산업융합 촉진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하고, 2018년 3월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안 발의, 9월 20일 국회 본회의, 10월 8일 국무회의를 거쳐 법 개정 작업을 완료했다.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개정법이 시행되면, 규제 체계가 기술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는 계기가 되는 한편 혁신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규제샌드박스제도의 핵심은 규제 신속확인제도,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제도, 임시허가제도 등 3가지다. 첫째, ‘규제 신속확인제도’는 기업들이 개발한 융합 신제품·서비스에 대해 관련 규제가 존재하는지,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확인해 주는 제도다. 그간 기업들은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규제 내용을 알고 싶으면 관련 부처에 일일이 문의해야 했고, 혹시 규제 내용을 모르고 사업을 수행했을 때 사후적으로 벌칙을 부과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산업융합 촉진법」이 시행되면 산업부에 문의해 모든 부처의 규제 내용을 30일 이내에 안내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부는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오면 관계부처에 규제 유무 및 규제 내용을 확인해 신청자에게 통보하며, 만약 30일 이내에 관계부처의 회신이 없을 경우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기업들은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제도’는 새로운 융합 제품·서비스를 사업화하기에 앞서 안전성 등에 대한 시험·검증이 필요한 경우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안에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기업들이 새로 개발한 융합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업화하기 위해선 사전에 안전성 등에 대한 시험이나 검증이 필요하지만, 기존 법령이 모호하거나 제한 규정 등으로 인해 테스트마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일정한 조건(구역·기간·규모 한정)에서 실증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실증특례를 신청하면 된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신청사항을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실증특례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실증특례를 부여하는 기간은 2년 이내이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실증특례 기간 중 또는 종료 후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법령 개정 필요성을 검토해 관련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입법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해소되도록 했다. 셋째, ‘임시허가제도’는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산업융합 신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출시를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임시로 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실증특례와 임시허가제도의 차이점은 실증특례는 테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임시허가는 시장출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증특례는 법령에 규정된 허가기준·규격·요건이 모호하거나 기존의 기준·요건을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뿐 아니라 타 법령에서 금지하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지만, 임시허가는 타 법령에서 금지하는 경우 신청이 불가하다. 산업부 장관은 기업의 임시허가 신청이 있을 경우,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임시허가를 부여하게 되며, 필요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시험·검사를 명하는 등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관계부처는 임시허가 기간 내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하며, 임시허가 기간이 지났는데도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정식허가를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임시허가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허가 연장기간은 관련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로 간주해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신산업 육성 목적과 함께 공익적 가치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이번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은 신기술·신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동시에 국민의 생명·안전·환경 등 공익적 가치 보호를 균형 있게 추구하고 있다. 규제특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안전사고 등으로부터 소비자와 일반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들도 규정했다. 우선,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또는 임시허가를 심의할 때 국민의 생명·안전·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역균형발전 및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등을 함께 고려해 심의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는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은 신제품·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으며, 문제가 예상되거나 실제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사전에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인적·물적 손해 발생 시에는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등 배상책임도 통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강화했다. 산업부는 2019년 1월부터 개정된 「산업융합 촉진법」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이 ‘규제샌드박스’라는 제도를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국무조정실 등과 협력해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고, 규제샌드박스제도 설명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해 기업들에 규제샌드박스제도를 직접 설명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 수요와 사례들도 적극 발굴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