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자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원소다. 아직 기술적인 난도는 높지만, 지역적 편중이 없는 보편적인 에너지원이며 장기간·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고, 산소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열과 전기를 생산한 후에도 부산물로 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 수소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과 2040년까지 수소차·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수소차는 지난해 말 893대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이미 3,500대를 돌파했으며, 올해 말까지 6,500여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구매 예약이 줄 서 있으며 최근 생산 규모를 확대함에 따라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으며 600여km의 세계 최장 주행거리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미 99%의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가 많이 운행되기 위해서는 수소차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의 공급과 충전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지난해 말 14기에 불과했으나, 올해 10월 말까지 18기를 더 구축해 현재는 총 32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 주유소, LPG 충전소에 비해 수소연료충전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기존 충전소·주유소 중 100여개소를 융복합 충전소로 전환
소비자들이 수소차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21일,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인프라 구축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이 담긴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수소차 보급에 맞춰 수소충전소를 2022년까지 310기, 2040년까지 1,200기를 구축하겠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했다. 2030년까지는 시·군·구에 원칙적으로 1기 이상, 누적 660기의 충전소가 구축될 예정이며, 주요 도시에서는 20분 이내에 수소충전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에 비해 장거리 주행에 유리한 수소차가 고속도로 주행을 하는 경우에도 반경 75km 내에서 수소충전소 이용이 가능할 것이다.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 확보다. 아직 수소경제가 초기인 관계로 수소충전소가 자체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보급 차량이 더 늘어야 하고 현재 약 30억원이 소요되는 충전소 구축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정부는 충분한 재정 지원을 추진하고 초기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해 수소버스의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충전소 구축의 입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존 CNG, LPG 충전소 및 주유소 중 수소충전소 설비 구축이 가능한 입지 100여개소를 융복합 충전소로 적극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40%대에 머물고 있는 수소충전소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기술 개발을 통해 2022년까지 62%로 높일 예정이다. 이로써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40%까지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수소 운반은 기체 상태로 하고 있어 대량의 수소를 운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액체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경우 설비면적은 기체 충전소 대비 20분의 1이 되고, 충전용량은 3배 이상 높일 수 있어 충전소 구축의 비용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액화 수소 플랜트의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3기 이상의 액화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전망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내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전담기관 설치
두 번째로 이용자가 수소충전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중요하다. 현재는 시간당 5~6대의 차량만 충전할 수 있어 대기시간이 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압과 저압 두 가지로 충전 가능한 표준모델을 보급해 사용자의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또한 운영 중인 충전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H2Care’의 베타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수소차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수소충전소의 고장 여부, 대기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수소차량의 구매가 확대됨에 따라 혁신도시, 수소 시범도시 등에 수소충전소 우선 건설을 확대하고, 자동차 제작·판매사의 충전소 구축을 유도하기 위해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시행사가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경우 투자비를 저공해차 보급 실적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수소충전소 운영의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수소경제 및 안전관리법’이 제정 중이나 제정 이전에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수소경제 선진국의 안전관리 제도 현황을 분석해 안전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소는 분자가 금속 배관 및 용기의 구조 내부로 침투하는 취성(脆性)이 있는 기체다. 배관 및 용기에 관한 취성 등의 안전기준, 내부 이물질 검사에 대한 안전기준, 튜브트레일러 저장용기 안전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또한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전담기관으로서 한국가스안전공사 내 수소안전센터를 설치할 것이다.
한편 수소차와 수소충전소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면 이에 대한 수소 공급의 문제도 중요해진다. 2022년에 수소차량이 6만7천대 보급되면 약 2만9천톤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여력이 충분한 부생수소가 시장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최근 발표한 방안을 바탕으로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관련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