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퍼시스’, ‘셀트리온’, ‘쿠쿠전자’.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중견기업이다. 또한 우리 생활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으나 매출 규모가 대략 1천억원 미만인 중소기업과 자산 10조원 이상인 대기업 사이에 있는 기업군을 중견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와 중견기업 개념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도 이러한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하 중견기업연구센터는 중견기업의 건실함을 미국경제 건전성의 중요 지표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2011년에 미국의 중견기업이 평균 3.8%의 고용증가율을 기록해 9.5%를 기록한 대기업보다 위기에 강함을 입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규제를 극복하는 데 화학소재 전문 중견기업의 활약이 있었다. 이렇듯 중견기업이 산업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역 대표 중견기업 100개 선정해 수출·특허 지원
그간 우리 중견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 기준 4,635개에 달했지만 성장 측면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대·중소기업보다 낮았고 영업이익률도 3년 연속 감소했다. 또한 매출액 3천억원 미만인 초기 중견기업이 84%를 차지했고 1조원 이상 기업도 110개로 정체 상태다. R&D 집약도 역시 2%로 중소기업(2.6%)보다 낮은 수준이다. 규모와 특성이 다양한 중견기업군을 고려했을 때 정책의 관점을 재고해볼 시점이 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지난 2월 26일 ‘제2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산업·지역 내 중견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견기업군 내 성장단계 및 유형별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자발적 투자와 혁신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마련하는 데 노력했다. 수립한 과제들을 통해 2024년 중견기업 수 6천개(2018년 4,635개), 수출액 1,200억달러(2018년 982억달러)를 달성해 중견기업 층이 보다 두터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중견기업이 산업경쟁력과 지역경제의 혁신·도약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고자 한다.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에서는 6대 분야(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자전기, 기계금속, 기초화학)를 중심으로 50개 이상의 중견기업을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고, 중견기업 중심의 수요–공급 협력사업을 발굴해 소부장 경쟁력위원회를 통해 R&D·세제 등을 종합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월 3차 소부장 경쟁력위원회에서 중견기업 A사 중심의 협력사업을 발굴해 승인받은 바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또한 지역경제를 견인할 지역 대표 중견기업 100개를 선정(2021~2025년)해 협력 중소기업 등과의 상생협력 R&D 및 수출·특허 지원 등을 연계 제공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신북방 신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2020년 중견기업 대상 약 20조원의 무역보험 등 수출금융과 220억원의 수출컨설팅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지식재산권 분쟁 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필리핀에 해외 지식재산센터를 추가 개소하고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대응지역을 신남방국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정책과 중견기업정책 간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별 전략 수립이나 R&D 과제 기획 시 가치사슬 내 중견기업의 현황 및 역할 등을 분석·검토해 반영토록 할 예정이다.
개방형 기술협력 위해 한·독 소재·부품 기술협력센터 개소
둘째, 기업 특성별 맞춤형 성장 지원으로 초기(매출액 3천억원 미만) 및 후보 중견기업의 성장통을 극복하고 초기 이후 중견기업의 재도약을 돕고자 한다. 우선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월드클래스 플러스(+), 우수기업연구소 육성 등 중견 전용 R&D를 지원하고, 국내 출연연·전문연과의 차세대 핵심기술 공동기획, 세계적 연구소를 보유한 독일 현지에 ‘한·독 소재·부품 기술협력센터’ 개소 등 개방형 기술협력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출연금 지원 비율 등 산업 R&D 제도 개선을 추진해 소부장, 미래 신산업 관련 R&D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생산공정, 경영 등 기업운영 전반에 필요한 인공지능·빅데이터 인력 확보를 위해 중견기업 취업형 석·박사 과정을 10개 대학을 목표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신사업 추진의 위험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부터 사업화전략 수립까지 전 단계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신사업 Light House Project)을 추진할 계획이며, 중견기업연합회 내에 ‘사업전환지원센터’를 설치해 원활한 신사업 진출 및 사업재편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견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선 혁신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한도 상향, 금리 인하 등 종합금융 지원(혁신기업 종합금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중견기업들이 느끼는 금융애로를 논의·해소할 수 있는 창구로 ‘금융애로해소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중견기업이 혁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견성장펀드(가칭)’를 올해 300억원, 2024년까지 1천억원을 조성할 계획이고, 제조 중견기업 등의 연구개발 활동에 투자하는 제조업R&D펀드도 2022년까지 6천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2024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 1천개를 선정해 맞춤형 수출 지원을 하고 중견기업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관계·피출자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모기업 선투자와 매칭해 R&D, 성능평가·인증 등 혁신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중견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기반을 확충하고자 한다. 올해 내에 일자리 창출, 신사업 투자 등의 관점에서 현행 법령을 전수 조사해 관계부처 공동으로 ‘성장걸림돌 개선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며, 중견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법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한시법(2024년 7월 일몰)인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의 상시법(중견기업기본법) 전환을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신사업 추진이나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성장과정에서 겪는 애로를 상시 지원하는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담 Desk(가칭)’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내에 설치·운영하고자 한다.
정부는 이번 2차 기본계획을 통해 글로벌 전문 중견기업을 보다 많이 창출해 흔들리지 않는 산업강국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