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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수료, 서비스 수준 및 운용성과 따라 차등 부과
여성철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 2020년 04월호
 
퇴직연금제도는 선진국의 경우 퇴직 이후 노동자의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업복지의 일환으로 발전해온 반면,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1961년 법정 퇴직일시금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기업의 도산 등으로부터 노동자 퇴직급여를 보호하고,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5년 기존의 퇴직금제도에 추가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퇴직연금제도는 매년 사외 적립을 통해 기업의 도산 위험 등으로부터 노동자의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제도이며,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적립금의 운용과 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나 노동자에게 적립금 운용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 적립금 운용현황의 기록·보관·통지, 연금계리 등의 운용관리 업무와 계좌의 설정 및 관리, 부담금의 수령, 급여 지급 등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이러한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가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퇴직연금사업자의 경쟁 과열, 고금리 시장환경 등으로 수수료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나 2010년대 이후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018년 총비용을 차감한 퇴직연금 순수익률이 1.01%였고, 연간 총비용부담률은 0.47%로 집계됐다. 총비용에는 운용관리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펀드총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수수료 부과구간 줄여 중소·영세기업의 수수료 경감 유도
현행 수수료 부과 기준은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나 운용성과와 관계없이 적립금 규모로만 결정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사업자는 서비스의 질이나 운용성과를 높이기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적립금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대기업에 비해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중소·영세기업이 주로 가입하는 확정기여형(DC)의 수수료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다[2018년 총비용부담률은 확정급여형(DB)이 0.41%, DC형이 0.60%, 개인형퇴직연금(IRP)이 0.46%].
장기간에 걸쳐 운용되는 연금제도의 특성상 수수료 수준은 은퇴 이후 연금수령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IRP를 제외하고는 사용자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기업의 비용 부담은 임금 등에 영향을 미쳐 결국 근로자의 은퇴소득에 영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서비스 수준이나 운용성과 등에 따라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정해지도록 함으로써 사업자의 퇴직연금 운용 책임성을 높이고 자율적 경쟁을 통해 수수료가 낮아지도록 ‘퇴직연금 수수료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서비스 내용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운용성과에 연동하도록 개편한다. 현재 사용자와 계약을 체결한 운용관리기관이 복수일 경우 간사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간사기관은 재정검증 업무와 가입자 교육을 전적으로 담당함에도 동일한 수수료를 수취한다. 또한 퇴직연금사업자가 원리금보장 상품을 취급할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의 거래에서 요구하는 설명의무(상품 성격과 투자 위험 등에 대해 명확히 고지해야 하는 의무)와 적합성 원칙(특정 투자자의 투자목적, 경험 등에 비춰 적합한 상품을 권유할 의무) 적용에 따른 업무를 하지 않음에도 실적배당형 상품과 동일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간사기관과 비간사기관 사이, 그리고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 상품 사이에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토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새로이 도입하고자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사전에 지정한 적격상품에 자동 가입)’와 ‘투자일임제도’에 대해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운용성과 연동형 수수료를 가미할 계획이다.
둘째, 중소·영세기업과 IRP 가입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한다. 대부분 퇴직연금사업자의 수수료 부과구간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협상력이 높은 대규모 기업에 혜택이 편중되고 대규모 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 향후에는 수수료 부과구간을 대폭 줄여 중소·영세기업의 수수료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새로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전지정운용제도는 단일요율만으로 수수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기업 규모에 따른 부담 차이를 없애려고 한다.
디폴트 옵션 상품의 경우 가입자가 운용지시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 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운용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로 비용을 현격히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IRP 가입자의 장기가입에 따른 수수료 할인 혜택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일시금이 아닌 연금수령을 촉진하고자 한다.

사업자별 수수료율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
셋째, 공시제도 개선을 통해 퇴직연금사업자 사이에 수수료 인하에 대한 자율 경쟁을 촉진한다. 현재도 사용자 또는 가입자의 퇴직연금사업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수료 부과 정보를 공시하고 있으나, 공시되는 수수료율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아 서로 비교가 어려워 공시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실제 수수료는 매일 적립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면서 공시 수수료는 해당 연도 말일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실제보다 과소하게 공시되는 문제가 있다.
향후에는 적립금액과 가입기간 등을 입력하면 사업자별 수수료율을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다. 아울러 총비용부담률을 공시할 때 해당 연도의 평균 적립금 총액을 적립금 기준으로 사용토록 해 실제 부담하는 수수료 수준을 반영할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사업자가 수수료율 산정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시토록 해 자율적인 산정 기준 합리화를 유도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퇴직연금 수수료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성과와 연동되는 퇴직연금 수수료 산정 기준 마련, 산정 기준 자료제출 의무 부여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담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수수료 공시제도 개선과 관련해 퇴직연금감독규정 및 시행세칙도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령 개정 이전이라도 퇴직연금사업자 평가 지표에 수수료 산정 기준의 합리성을 반영하고 수수료 공시시스템은 올 상반기까지 개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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