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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배출가스 정밀검사 안 받는다
안세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2020년 06월호


총길이 4,766km, 서울부터 동쪽으로는 강원도, 남쪽으로는 전라도, 경상도로 촘촘히 펼쳐져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든 거미줄 같은 도로망, 바로 고속도로다. 유난히 산도 많고 하천도 많은 우리나라에 고속도로를 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하루 440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고, 이는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 초기에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됐다고 하나 이제 와서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처음 고속도로를 건설했을 당시를 상상해봤다. 최단거리의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자연지형을 상당부분 극복해야 했을 것이다. 산이 길을 가로막으면 깎아내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터널을 뚫었을 것이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야 하면 다리를 만들었고, 도로 이용에 필요한 휴게소, 교차로, 쉼터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도 구축했을 것이다. 이번 규제 로드맵도 그와 마찬가지다.
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3만4천대가 판매돼 최근 5년간 평균 85%씩 성장하고 있고, 수출량도 7만6천대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소차는 지난해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만 4천대 넘게 판매돼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고, 수출량도 800여대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 수성이 유력해 보인다.

수소차 전용보험 개발
친환경차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그간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등 수소경제와 미래차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전략과 더불어 친환경차 분야에서 민간의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역할이 무엇일까? 정부는 관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기술개발의 결과가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산업부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함께 25개 기관의 전문가와 더불어 지난 1년간 전문가 회의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수소차 24개, 전기차 16개 등 총 40개(중복 4개)의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수립한 로드맵의 특징은 4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친환경차의 여러 기술변수를 고려해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발전 시나리오를 도출한 후 이와 연계했다. 둘째, ‘수소경제 로드맵’,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등에서 제시한 정부 정책과 일관성·연속성을 유지했다. 셋째, 친환경차는 높은 시장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은 분야임을 감안, 산업 진흥과 함께 국민 안전을 함께 고려해 마련했다. 끝으로 단순히 기존 규제 개선뿐 아니라 기술 대응 및 안전 대비를 위해 새로 마련해야 하는 기준 및 제도적 인프라들도 포함했다.
먼저 수소차에 대해서는 총 24개의 과제를 차량(4개), 수소의 생산·운송·저장·활용(10개), 인프라(10개)의 세 영역으로 구분했다. 친환경차에 대해서는 배출가스 정밀검사 등을 제외토록 해 자동차 종합검사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 및 노력이 감소되고, 수소차의 차체구조, 연료전지시스템 등 수소차 특성을 고려한 수소차 전용보험도 개발돼 보험료가 절감된다. 또한 수소 수송을 위한 튜브트레일러의 압력·용적 기준 제한이 현재 450bar, 450L에서 향후 700bar, 1,400L까지 완화되고, 기체수소에 비해 대규모 운송·저장이 가능한 액체수소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된다.
아울러 현재 자동차 위주로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가 향후 굴삭기·철도·선박 등 대형 기관에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필요한 기술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충전소 보급을 위해 차량 판매자가 충전소 구축에 투자할 경우 이를 저공해차 보급 실적으로 인정하고, 공공 부문 친환경차 의무구매를 확대한다. 또한 수소 제조·충전 시설의 복층화 건설을 허용해 제한된 입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수소충전소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보급한다.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법 2021년까지 제정
전기차에 대해서는 총 16개의 과제를 차량(5개), 충전 및 배터리(7개), 개인형 이동수단(4개)의 세 영역으로 구분했다. 전기차는 소음이 없어 골목 등에서 차량 접근을 인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차량운행 경고음 발생을 의무화하고 초소형 전기차에 대해 일부 자동차전용도로(5km 미만)에 대한 주행허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충전 및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200kW급 충전기에서 향후 400kW급까지의 고용량 급속 충전기를 위한 표준을 제정하고 장기적으로 무선충전기술에 대한 표준과 인증기준을 마련한다. 또한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차종별 배터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성능평가 및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한다.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원동기 장치)으로 분류돼 차도로 다니도록 돼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차도 이용이 어렵고 인도로 다니는 것도 위법이어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그간 검토해온 다양한 사항들을 종합 포함하는 ‘퍼스널모빌리티(PM)법[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가칭)]’을 2021년까지 제정 완료해 PM에 별도의 영역을 부여하고 PM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해 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실증을 통해 PM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최근 다양한 형태의 PM 제품이 출시되는 점을 감안해 시속 25km 이하의 PM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안전기준도 마련한다.
경부고속도로는 건설비용보다 건설 이후 유지보수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로드맵도 수립만큼 중요한 것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등의 후속조치다. 완성차기업, 부품기업, 각종 협회 등으로 구성된 ‘미래차 산업 얼라이언스’가 이행 실적을 지속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해결할 것이다. 기술과 환경 변화에 맞춰 로드맵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이제 친환경차에 대해 현재의 규제애로는 규제샌드박스로 신속히 해결하고 미래의 규제는 규제혁파 로드맵으로 사전에 대응하는 투트랙 체계가 갖춰졌다. 규제혁파 고속도로인 이번 로드맵을 통해 친환경차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그날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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