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2000년대 들어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유행을 만들었고 <대장금>으로 한류의 영역은 중동까지 확대됐다. 2012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2016년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처럼 대중문화 외 다른 장르도 새로운 한류 콘텐츠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2의 비틀즈’라고 불리는 방탄소년단,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등 한류 콘텐츠는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됐다.
이렇게 1990년대에 태동해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위상을 지니게 된 한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한류 콘텐츠가 여전히 대중문화에 편중돼 있는 점, 일부 지역에서 반한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이 한류의 지속적 확산을 저해하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또한 한류 관련 정책과 정보가 여러 정부부처에 분산돼 있어 한류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 한류의 지속적 확산과 타 연관 분야로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원정책 방향을 담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류의 시기적 특징을 분석해 네 단계로 구분하고, 네 번째 단계인 2020년 이후 시점에서 지향하는 한류를 ‘신(新)한류(K–Culture)’라 지칭했다. ‘신한류’란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 문화 전반에서 한류 콘텐츠를 새롭게 발굴하고 소비재·서비스업 등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함으로써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한류를 말한다.
화장품, 농식품, 수산물, 패션 등 소비재산업 마케팅에 한류 적극 활용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신한류를 위한 세 가지 지원 전략을 밝혔다. 첫 번째는 ‘확산’으로 ‘한류 콘텐츠의 다양화’다.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돼야 하므로, 기존 대중문화 콘텐츠 외에도 우리나라의 풍부한 문화자산으로부터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기존 콘텐츠 중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전통문화·예술·스포츠 등 우리 문화 전반에서 새로운 한류 콘텐츠가 될 잠재력이 있는 것들을 찾아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특히 생활문화·문화유산·예술 분야 등으로 한류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한식당 및 한식문화의 해외 이미지를 제고하는 ‘해외 한식당 한국적 이미지 강화 사업’,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가 참여하는 ‘K무형유산’ 국내외 한류공연, 전략 언어 10개를 대상으로 번역·출판을 집중 지원하는 문학한류 확산, 전통과 현대 융합 공연 콘텐츠 개발 지원 등을 추진한다.
두 번째는 ‘융합’으로 ‘한류로 연관 산업 견인’이다. 한류로 소비재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까지도 연계를 강화한다. 현재 각 관련 부처들이 산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협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중복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활용해 소비재산업,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한다. 화장품(K뷰티), 농식품(K푸드), 수산물(K피시), 패션(K패션) 등 소비재산업 마케팅에 한류를 적극 활용하고, 관광·의료·교육 분야도 한류와 연계해 서비스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인다. 내년에는 서울 명동, 강남 등 국내 거점상권에 K뷰티 체험·홍보관 신설을 추진하고, 신남방·중화권 등 한류 확산지역의 대형마트와 영화관, 전용판매관, 반짝매장(팝업부스) 등을 중심으로 한류와 연계해 전략적 판촉을 지원한다.
한류 지원정책 총괄하는 한류협력위원회 및 실무위원회 운영
세 번째는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의 토대 형성’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류에 대해 간접적 지원만 하고 공식적인 정책총괄기구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한류의 지속적 성장과 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총괄 및 정부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원정책을 총괄하는 한류협력위원회 및 실무위원회를 운영한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정부부처 직제상 처음으로 한류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부서(한류지원협력과)를 문화체육관광부 내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한류 관련 정책 및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한류 소비층 확대 및 문화교류를 통해 한류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협업사업을 기획 추진한다.
한류는 그간 분야의 다양화, 지역의 다변화를 통해 소비재 수출 촉진, 방한 관광 활성화 등 연관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왔고,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한국 콘텐츠산업은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매년 평균 5.7%의 성장률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으며, 2019년 125조 원 매출로 세계 7위 규모다. 전문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한류동호회 회원 수는 1억 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류로 인한 소비재 및 관광 수출액은 1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발표에서 제시된 신한류 진흥정책은 범정부 협업과 민관협력을 통해 콘텐츠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을 토대로 우리 산업 전반의 해외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에 우호적인 문화소비층을 증가시킴으로써 한국의 국격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