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은 독일, 스위스 등 기술 강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일터기반 학습(work based learning)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설계해 도입한 ‘현장기반 훈련’으로 지난 2014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일학습병행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해 담당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제도다.
교육훈련은 도제식 현장 교육훈련(OJT)과 사업장 외 교육훈련(OffJT)으로 구분된다. OJT는 사업장 소속의 기업현장교사 주도로 사업장의 생산시설과 설비를 활용해 진행되고, Off-JT는 생산시설이나 학습근로자의 근무지 외 장소에서 이론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학습 기업 대부분이 각급 학교(특성화고, 전문대 등), 사업주 단체 등 외부 전문기관인 공동훈련센터에 위탁해 실시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학습근로자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내부평가와 정부(한국산업인력공단)가 주관하는 외부평가를 거쳐 최종 합격하면 국가 자격인 일학습병행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일학습병행은 첫 도입 이후 현재까지 1만6천 개 기업에서 10만 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해 ‘한국형 도제제도’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해왔고, 특성화고 및 전문대 등으로 청년들의 노동시장 조기 진입을 지원해왔다.
진입장벽 낮춰 기업의 참여유인 제고
이와 같은 성과를 토대로 사업의 안정적 추진 및 학습근로자 보호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19년 8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시행됐다. 정부는 법률 시행을 계기로 올해부터 3년간 일학습병행을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한 계획(이하 추진계획)을 최초로 수립했다.
특히 추진계획은 코로나19 장기화,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뉴딜 등 빠른 사회적 변화가 일학습병행 등 직업훈련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마련됐다. 코로나19로 전통적인 집체방식 훈련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원격훈련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뉴딜에 따라 신기술·신산업 분야로의 교육훈련 확대 필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도제학생(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특성화고 재학생) 감소 등과 같은 여건 변화에도 직면하게 됐다.
추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학습병행 활성화 및 내실화를 위한 핵심과제를 양질의 일자리와 향상된 훈련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우수 중소·중견기업의 참여 확대로 보고, 강소·중견기업, 신산업 기술보유 기업, 숙련 기업 등을 중심으로 참여 기업을 발굴해나간다. 기업의 일학습병행 참여유인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훈련의 개시·실시·평가 등 전 과정에서 절차 간소화, OJT 장소 제한요건 완화, 기업의 고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과 중심 훈련 시행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장 수요를 반영한 자율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현재 시범운영 중인 저규제·저지원 방식의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을 확산하고 지역산업 연계 모델(가칭 ‘기업 특화 일학습병행 패키지’) 및 우수기업 주도 상생 모델 등 다양한 훈련 모델도 개발해 운영하게 된다.
둘째,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도제학생 등 학습근로자가 산업 현장 및 기업 내에서 핵심인재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제학생이 일학습병행 참여 단계부터 적성과 진로에 맞는 기업을 찾아 제대로 된 교육훈련을 받고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학습근로자와 학습 기업 간 매칭을 강화한다. 도제학생과 기업이 서로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고 다대다 면접 및 현장견학·체험 등 사전 탐색을 통해 최종 채용을 결정하는 잡마켓(Job Market)을 도입해 학습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비전을 갖고 장기 근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앞으로는 이전에 참여했던 일학습병행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분야에서 상위 수준의 훈련에 재참여하는 것을 허용해 학습근로자의 장기 후학습경로를 확대한다.
‘전문성 특화 공동훈련센터’ 지정·운영
셋째, 현장 훈련과 사업장 외 훈련으로 진행되는 일학습병행 특성상 훈련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주체들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사업장의 근로자로서 담당 업무도 수행하면서 OJT 실시, 내부평가 등 일학습병행을 진행하는 기업현장교사의 어려움을 줄이고자 새로운 교수기법·평가방법 등에 대한 심화교육 실시 등을 지원한다. 또한 기업현장교사 등급제(1~3급)를 신설해 능력개발 및 체계적인 경력개발을 지원한다.
공동훈련센터는 현재 참여하는 일학습병행의 유형에 따라 각각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참여 유형과 관계없이 1회만 지정받을 수 있도록 공동훈련센터를 통합하고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해 책임성을 강화해나간다. 또한 공동훈련센터가 지역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전문성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안산 지역의 공동훈련센터는 기계 및 전기·전자 직종으로, 울산 지역 공동훈련센터는 조립·용접 등의 직종으로 특화한다.
넷째, 그동안 일학습병행은 다른 직업훈련과 마찬가지로 집체방식이 주를 이뤄왔는데 앞으로는 코로나19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비대면 훈련방식을 일학습병행에도 도입·확산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 우선 비대면 방식의 훈련 도입이 상대적으로 쉬운 이론교육 중심의 OffJT에 원격훈련을 시행하고 OJT에도 확대해나간다. 원활한 원격훈련을 위한 플립러닝,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실감형 콘텐츠 확보도 동시에 추진한다. 특히 절삭가공·용접 등 현장에서 훈련할 때 위험성이 높은 콘텐츠부터 단계적으로 AR·VR 활용을 촉진한다.
다섯째, 법 시행으로 지난 8월부터 부여하는 일학습병행 자격이 산업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이 중요함에 따라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자를 2023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인 3만6천 명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자에게 국가기술 자격 취득자에 상응하는 우대와 혜택이 부여될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자도 국가기술 자격 시험에 응시할 때 국가기술 자격 취득자와 동등한 자격요건으로 대우한다. 아울러 일학습병행 자격과 국가기술 자격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필수능력단위가 동일한 종목은 자격시험 간 시험 일부 면제를 추진한다. 특정 자격이 우대받거나 가산점을 부여받는 경우에 일학습병행 자격도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6년간 양적 성장을 통해 한국형 도제제도로 발전한 일학습병행은 근거 법률까지 제정돼 제도적으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에 마련한 추진계획을 통해 코로나19 등에 따라 급변하는 환경변화 속에서 내실화된 일학습병행이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