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해안선을 따라 푸른 형광빛으로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현상이 발견됐다. 발광 플랑크톤이 모여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인도의 한 해변에서는 무려 약 80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장관을 연출했다. 해변에서 알을 낳는 바다거북의 개체 수는 매년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바다거북이 낳은 알의 수가 무려 6천만 개에 달할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바다는 넓으며 많은 것을 포용하기에 평소에는 우리의 활동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오염물질의 배출이 줄고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이다. 한편으로는 생활 형태가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포장지, 플라스틱 등의 사용량이 급증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일시에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면서 해양환경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듯, 바다와 자연도 우리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바다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의 역설’을 ‘코로나의 교훈’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바다에서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행동을 지속 가능하게 변화시킬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등 활용해 해양수질 관리 고도화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지속 가능한 보전과 발전을 위한 미래전략으로 ‘제5차 해양환경 종합계획’을 지난 1월에 발표했다. 해양환경 종합계획은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마다 수립하는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 분야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번 제5차 계획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바다’를 비전으로, 바다를 깨끗하게 유지·보전하고 이를 건강하게 활용하는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앞으로 10년은 항만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 새로운 환경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해양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돼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계획에 반영했다.
첫째, 바다에서의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위기에 총력 대응한다. 해양 기후변화의 컨트롤타워인 해양기후 전담조직 설립을 추진해 과학적 대응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양에 특화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수요자 맞춤형 해양 기후변화 정보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 또한 친환경선박을 개발·보급해 해운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발생을 대폭 저감하고, 갯벌 등 자연의 탄소 흡수원 확대, 대규모 온실가스 해양지중저장(CCS) 실증 등 탄소흡수기능도 확충해나간다. 해양생물종복원센터를 건립해 해양생태계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확보하고, 해양생태계 기후변화 모니터링도 국민 참여 등을 통해 내실화할 계획이다. 2050년에는 무탄소 선박이 상용화되고, 항만 내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통한 항만 에너지 자립화 등 해양수산 부문의 탄소중립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바다의 수질과 생태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 해양의 가치를 높여나간다. 해양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해양수질 관리를 고도화한다. 연안지역의 환경기초시설을 지속 확충해나가는 등 육상기인 오염물질 저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해양생태계와 관련해서는 해양생물의 이동성을 고려해 훼손과 단절 없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요 해양생태계의 연결성을 고려한 해양생태축을 설정해 관리한다. 아울러 현재 영해 내 면적의 9.2% 수준인 해양보호구역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 절대보전구역 등 세부 용도를 구분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2019년 54%였던 1등급 해역 비율이 2030년에는 73%까지 늘어나는 등 바다가 더욱 깨끗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해양대기관리시스템 구축…2030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50% 저감
셋째, 국민 누구나 쾌적한 해양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가로림만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거점을 해양정원으로 조성해 생태계 보호와 생태관광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해양쓰레기 관리 방식도 시민참여형으로 전환해 국민들이 접하는 바닷가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간다. 개인·단체·기업 등이 특정 해변을 자발적으로 관리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해양쓰레기 수거, 경관 개선 등의 활동을 하는 반려해변제, 어업인 등이 각 지역별 어구 집하장으로 폐어구를 반납하면 위탁기관에서 확인 후 보증금을 지급하는 어구 보증금제 등이 시행된다.
또한 디지털 기반 스마트 해양대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항만·선박 미세먼지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8년 11만8천 톤에 이르던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30년에 5만9천 톤으로 50% 저감하고, 항만 미세먼지 배출량도 2017년 7,958톤에서 2030년 1,266톤까지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해양환경 관리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들을 추진한다. 해양환경 국제협력 전담조직 설립을 추진해 국제회의 대응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신규 의제를 적극 발굴해나간다. 또한 해양쓰레기 관련 국제협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다부처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국제사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해양쓰레기 관련 국제규범 제정도 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남방 국가의 해양환경 관리 역량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코로나19는 그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10년 뒤에 우리 삶과 바다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의 역설에서 볼 수 있듯 바다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바다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나가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10년간 관계기관과 지자체,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종합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