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조그만 시골 은행. 고급 커피와 음료가 부드러운 조명과 가벼운 펑크 음악과 함께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야간에는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얼핏 보면 고급 카페나 호텔 로비 같은 모습의 이곳. 바로 미국의 움프쿠아은행(Umpqua Bank)이다.
움프쿠아은행은 1990년대 초반 파산 위기까지 직면했던 기업이다. 지역 핵심 산업이던 벌목업의 쇠퇴로 은행이 대형은행에 인수되기 직전, 경영진은 회사를 매각하는 대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움프쿠아은행은 금융상품을 파는 곳에서 ‘최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은행의 개념을 재설정했다. 금융서비스를 최신 트렌드인 커피와 여유, 시간과 결합한 것이다.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자 은행 매출은 급격히 증가했고, 2000년대 중반 110여 개였던 지점은 현재 미국 전역에 300개로 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성공 모델인 셈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소비 감소로 기업 매출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도 둔화됐다. 수산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외식 감소, 지역축제 취소 등 대면 소비 기회 감소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촌 인구 감소, 수산자원 고갈, 산지 시설 노후화로 생산·가공·소비 전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지나가고 난 뒤 새로 정립될 뉴노멀 시대의 시장이다.
총허용어획량 제도 중심의 자원관리형 어업으로 전환
사실 수산자원 감소, 어촌 인구 유출, 온라인 식품시장 성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팬데믹이 몰고 온 충격은 현장에서 문제를 체감하는 속도를 가속화했을 뿐이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해양수산부는 수산업·어촌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지난 3월 2일, ‘제2차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어촌의 인구 감소, 글로벌 경쟁 심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향후 5년간 수산물의 생산·유통·가공·소비·수출에 이르는 생애 전 주기를 포함하는 수산업·어촌 분야 정책을 이끌어 갈 로드맵이다.
제2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거시환경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우리 수산업이 진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기본계획은 이를 위해 생산기반, 수산식품, 어촌·어항, 국제위상, 미래산업 등 5대 분야에 집중했다.
첫째, 생산 부문의 지속 가능성 확보다.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기후·환경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수산자원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의 수산생태계 역량을 감안할 때, 현재 연근해 수산자원량은 약 304만 톤으로 최대 확보 가능량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의 수산자원량 수준에서 지금과 같은 어획 강도를 유지할 경우 수산자원 감소가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어획 어업을 총허용어획량 제도 중심의 자원관리형 어업으로 전환하고, 국내 불법어업 감시망 구축 및 관리를 강화해 나간다. 또한 2020년 기준 194개소인 바다숲 조성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대상 어종별로 생태 특성에 기초한 산란·서식장도 45개소 규모로 조성해 수산자원 회복을 도모한다.
양식업의 경우에도 지속 가능한 생산기반 마련을 위해 양식어가의 책임 있는 양식장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양식어장면허 심사·평가제를 활성화해 오염물질을 과도하게 배출하고 있지 않는지를 지속 점검하고, 친환경 표준양식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단계별 연구개발(R&D)도 확대하고자 한다.
둘째, 2019년 현재 11조4천억 원 규모의 수산식품산업을 5년 뒤 13조8천억 원 규모로 키우기 위해 소비자 중심의 수산식품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현재 15개인 원산지 표시대상 품목을 수입 비중에 따라 재조정하고, 유통 이력제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반 농산물과 달리 신선 배송이 핵심인 수산물 유통 구조를 감안해, 산지→물류 허브→소비지를 연결하는 전국 단위의 콜드체인 시스템인 ‘Hub&Spoke’ 배송 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또한 소비자 선호 변화를 감안해 가정간편식(HMR), 기능성 수산식품 등 고부가가치 가공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 거점의 수산식품 클러스터도 단계별로 구축해 나간다.
셋째, 수산업의 현장인 어촌을 활력 있는 일터, 행복한 삶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4,800만 원 수준의 어가소득을 2025년까지 6천만 원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수산공익직불금 제도를 확대하고, 어업인 안전재해 예방 강화, 어선원 근로·감독 체계 강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도 강화한다. 특히 어촌지역 인구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연안 항포구 개선 사업인 어촌뉴딜300 사업을 확대하고, 귀어·귀촌 정착 지원과 어촌 유휴공간 활용을 확대해 매력적인 어촌 만들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산 생산–유통 디지털플랫폼 구축 등으로 수산업 경쟁력 제고
넷째, 우리 수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한다. 수산물 수출은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인 25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2025년까지 그 수준을 넘어선 30억 달러 규모의 수산물 수출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해외 트렌드를 감안한 생산·마케팅을 확대한다. 온라인 중심의 수출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WTO 규범 변화를 비롯한 국제 무역 환경 변화에 적극 참여하는 등 글로벌 압력 속에서도 특화 품목으로 우월 전략을 구축해 간다. 특히 글로벌 수산시장에서 수출에 장애물이 되는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국제규범을 선도하는 수산국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산업이 매력적인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양식장 조성, 수산 생산–유통 디지털플랫폼 구축, 관상어·종자 산업 등 바이오경제 활성화, 어선 건조 가치사슬 구축 등으로 수산업을 블루오션으로 키워나가고자 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5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우리 수산업과 어촌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자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