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는 보건의료정보화의 핵심 기반 요소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 진료기록의 형식(서식), 정보전송 방법 등을 약속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건의료정보 표준화의 목적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제고를 통해 의미 있는 데이터의 공유를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정보화 수준을 평가하는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인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의 2019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호운용성이란 다양한 정보시스템, 장비 및 응용프로그램 등이 조직, 지역 및 국가 내 또는 서로 간에 조직화된 방식으로 데이터에 접근, 교환·통합 및 사용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상호운용성은 시스템 간 데이터를 교환하고, 사용자가 공유된 데이터를 올바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는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의 작성을 유도하고, 기관 간 또는 환자와 기관 간의 정보교류 및 보건의료빅데이터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표준화로 국제 보건의료정보들을 상호 비교·분석할 수 있게 돼 글로벌 협력연구가 활성화되는 등 의료정보의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진다. 환자 맞춤형 진료, 근거 기반의 임상연구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국민건강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된 상호운용성은 기술적·의미적·프로세스 상호운용성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그중 의미적 상호운용성(semantic interoperability)은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로, 시스템 A와 시스템 B가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교환된 데이터를 사용·해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의미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에 통일된 용어 또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보건의료용어 국가·국제 표준 연계해
K표준용어체계 마련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다양한 보건의료정보의 표준화 측면 중 의미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의료표준화 사업을 시행했다. 2014년부터 「의료법」 제22조 4항에 근거해 국가보건의료용어표준을 개발해 매년 고시하고, 2018년부터 진료정보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용어표준을 적용했다. 또한 민간 분야에서의 활용도 권고해 왔다.
한편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제도적 여건이 성숙했고, 보건의료정보 및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데이터 활용 생태계 조성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의료·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수요에 기반한 국가 표준화 전략·방안 및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복지부는 데이터 공유·연계·활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로드맵(2021~2025년)’을 마련해 지난 4월 27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데이터 특별위원회 2차 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특히 이번에 마련한 표준화 로드맵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용어표준 중심의 표준화 사업 범위를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기술·서식, 개인생성건강데이터[Patient(Person)-Generated Health Data] 등으로까지 확장하고, 국가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거버넌스 구축 및 사용자 참여구조의 상향식 표준 개발·확산을 실행하기 위한 추진전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표준화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용어 표준화를 위해 연구 수요가 높은 분야 우선으로 국제용어표준(SNOMED-CT) 기반 표준참조용어세트 및 용어 매핑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확산시킨다. 올해부터 한국인 10대 호발 암을 대상으로 우선 추진하고, 2025년까지 심뇌혈관질환, 만성질환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현장용어와 국제용어표준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환경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표준과 국제 협력연구 등을 위한 국제용어표준체계의 연계를 통해 K표준용어체계를 마련한다.
다음으로 데이터 교환 및 정보교류 지원을 위해 차세대 전송기술 국제표준(FHIR)을 도입·확산한다. 올해 한국형 공통데이터 항목·서식을 정의하고, 기존 기술표준인 CDA(Clinical Document Architecture)를 FHIR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발한다. 이러한 국제 기술표준 전환계획 수립과 관련 준비를 선행해 2023년 기술표준 적용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술표준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인건강데이터 표준화 방안 마련해
국가바이오빅데이터 구축 등 지원
이와 더불어 개인건강데이터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 국가바이오빅데이터·마이헬스웨이(PHR) 구축 등 의료데이터와 개인건강데이터의 연계·활용이 필요한 각종 데이터 사업 및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혈당·혈압 측정 등 활용도가 높은 개인건강데이터 항목을 우선으로 국가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다양한 영역의 표준화 추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2년부터 표준화 선도 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할 계획이며, 거버넌스 측면에서 표준화 논의기구 확대, 전담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지속 양성 등 그간 필요성이 강조돼 왔던 표준화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아울러 보건의료 분야의 표준화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바, WHO-FIC 한국협력센터 및 SNOMED-CT 라이선스 국가보급센터를 통해 국제표준개발기구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표준 관련 유관기관 및 의료계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