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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내년 커피 한 잔 값으로 국내 1등주 산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2021년 11월호
최근 들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중심에는 개인투자자가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불안감이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135조 원에 달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5천만 계좌에 이른다고 하니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기업의 생산적 활동에 활용되고, 개인투자자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린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긍정적인 일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다.
 
투자자별 해외주식 소수단위 지분을 증권사·예탁결제원 등에 기재
주식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액으로도 고가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주식을 소수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소수단위 거래가 가능한데, 주식은 왜 소수단위 또는 금액단위 거래가 안 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요구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소거래단위는 1주다. 주식의 최소거래단위를 1주로 정한 이유는 「상법」의 주식불가분 원칙 때문이다. 주식은 사원의 지위를 나타내는 최소출자단위다. 「상법」은 주주와 회사 간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해 1주 미만으로 주식을 분할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가령 100주를 발행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0.1주씩 나눠 가진 1천 명의 주주가 참석할 경우 발생할 혼란을 생각해 보라.
한편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입장에서 주가가 너무 높아 유통을 저해하는 경우 주당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액면분할을 실시하곤 한다. 2018년 삼성전자가 자사 주식의 액면가를 5천 원에서 100원으로 50 대 1 분할한 것이 대표적이다.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약 1억4천만 주에서 73억 주로 증가하면서 300만 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6만 원이 됐다. 액면분할은 1주 단위 미만의 주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1주라는 기본단위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의 불가분성에 반하지 않는다. 모든 기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법」에서는 액면분할 시 주주총회 결의(특별결의)를 요구한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액면분할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어쩔 수 없이 1주 이상씩 매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국내 증권사가 신청한 ‘해외주식에 대한 소수단위 주문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2년에 걸쳐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값비싼 주식을 소액으로도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우리나라 투자자에게도 잘 알려진 아마존의 주당 가격은 3,500달러 수준이며, 우리나라 상장주식 중 주당 최고가 종목은 150만 원에 육박한다. 2030 세대의 주식시장 참여,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 확대와 맞물려 해외주식의 소수단위 거래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주식 소수단위 누적거래가 약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주식 소수단위 거래의 성공적 시험비행에 힘입어 국내주식에 대한 소수단위 거래 도입방안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건은 기존의 법과 제도, 인프라의 변경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거래 메커니즘을 고안하는 것이었다. 약 1년에 걸친 전문가 논의와 업계 협의를 거쳐 지난 9월 ‘국내외 소수단위 주식거래 허용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는 기존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던 해외주식 소수단위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국내주식에 대한 소수단위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새롭게 담겼다.
주식의 소수단위 거래는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소수단위 주문을 합산하고 부족분을 채워 온주(온전한 1주, 정수단위)로 만들어 거래하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투자자 A, B, C가 각각 0.2주, 0.3주, 0.4주를 매수 주문한 경우 부족분인 0.1주를 증권사가 채워서 1주를 만들어 거래하는 방식이다. 한국보다 해당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번거롭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기존 주식거래·예탁 시스템, 법과 제도의 변경을 최소화해 회사와 주주(투자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간 법·제도·인프라 측면에서의 차이점을 감안해 양자의 소수단위 거래방식을 차별적으로 마련했다. 
미국 상장기업의 주식을 국내 투자자 A가 매수하는 경우, 해당 기업의 주주명부에는 A가 아니라 미국예탁결제기관(주식을 보관하는 수탁기관 포함)이 주주로 기재된다. 미국 제도상으로 상장기업의 주주는 A가 아니라 미국예탁결제기관이라는 의미이다. 실무적으로 A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는 국내 투자자 A가 갖는 것은 미국 상장기업의 주식이 아니라 미국예탁결제원기관에 대한 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주식을 소수단위로 분할 소유하더라도 미국 상장기업과 주주 간 관계는 변경되지 않는다. 이번에 도입된 해외주식 소수단위 거래는 미국 장부에는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총량이 온주단위로 기재되고 국내 장부(국내 증권사 또는 한국예탁결제원)에는 투자자별 소수단위 지분을 기재하는 방식이다.

국내주식 1주를 분할해 수익증권 발행···배당은 투자자에, 의결권은 예탁결제원이
국내주식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국내 제도상으로는 국내 장부에 기재된 자가 결국 그 회사의 주주가 되기 때문에 국내 장부에 소수단위 주식의 소유자를 기재하는 것은 주식불가분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국내주식에 대한 소수단위 거래가 가능하도록 신탁을 활용해 대외적 및 대내적 소유를 분리했다. 즉 대외적으로는 수탁자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온주를 소유하고, 소수단위 주식의 투자자들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온주를 바탕으로 분할 발행한 수익증권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업의 주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되며 소수단위 주식의 투자자들은 신탁계약상 수익권자가 된다. 투자자는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 등 모든 경제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다만 주주로서의 의결권은 수탁자인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한다. 
해외주식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국내주식에 대해서는 내년 3분기 중 소수단위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주(株) 단위 거래방식은 금액단위 거래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앞으로는 주식을 살 때 내가 갖고 있는 투자금액에 맞춰 살 수 있는 수량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잔돈을 남기지 않는 주식투자, 자투리 금액으로 하는 주식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증권사에서도 소수단위 거래를 기반으로 다양한 투자자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탄생한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들이 자본시장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관심이 국민 재산증식과 건강한 시장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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