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핵심기술 및 생산역량 확보는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로까지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외국인 투자 심사, 연구개발(R&D) 보안 강화 등 자국의 기술보호 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한편, 기술 후발국들은 신속한 시장진입, 기술개발 리스크 완화를 위해 해외 인수합병(M&A), 인재 빼가기, 사이버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 그중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OLED), 이차전지 등 주력업종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탈취 및 인력 유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기술보호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핵심기술이나 인력의 해외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보호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방위사업청이 소관 법률에 따라 수립한 중장기 기술보호대책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하(下) 우리기술 보호전략(이하 우리기술 보호전략)’으로 통합하고, 범부처 정책공조 방안을 강화했다. 정부는 핵심기술 보호와 인력 선순환을 통한 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과제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핵심인력 데이터베이스화해 이직관리 강화
우선,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 중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기술을 국가핵심기술(12개 분야 73개 기술, 2022년 1월 기준)로 추가 지정해 기술보호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이미 보호가치가 떨어진 기술은 수출을 활성화하고, 이를 첨단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일몰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무허가 국가핵심기술 수출, 해외 M&A, 보호조치 미이행 등으로 인한 피해를 없애도록 지원한다. 또한 다양한 해외 M&A 유형과 외국인에 의한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지배 기준을 현실화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반영함으로써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의 해외 M&A 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국가 R&D의 기술적·경제적 가치보존을 위해 기술보안은 필수다. 이에 연구과제 수행기관의 보안역량이 높아질 수 있도록 보안과제 지정을 확대하고 방산기술 보호 인증제도를 도입한다.
둘째, 핵심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이 날로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핵심인력의 보호 및 국내 선순환은 기술보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이 요청한 핵심인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출입국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은 이를 통해 이직방지 면담, 보상, 기술 유출 징후 발견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정부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이 협업해 핵심인력이 해외 경쟁업체로 불법적으로 이직하는 것을 예방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국방 분야 핵심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퇴직 후 해외 취업 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국방 핵심인력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해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관리 강화 정책과 병행해, 중소·중견기업의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재직 보상금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의 혜택 및 정부 퇴직인력 활용지원사업 지원을 확대해 장기재직 및 국내 재취업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외국인에 의한 전략기술·첨단기술 탈취를 예방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셋째, 상대적으로 보안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한다. 기술 탈취 분쟁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의 경우 소송·조정을 통해 해결되더라도 매출액 급감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는다. 이러한 기술침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연구개발비 지원 등 분쟁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피해 기업의 분쟁대응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보호 정책보험을 신설한다.
중소기업 기술침해 사건에서 침해사실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사·조정 제도를 개선하고 법원의 기술소송사건과 연계를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기술침해 입증지원을 강화해 나간다.
또한 중소기업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 보상을 위해 기술거래·사업화 촉진을 위한 지원사업을 신설하는 등 재정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자료, 영업비밀 등의 미등록 임치기술 거래의 안전성을 강화함으로써 기술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대상 보안컨설팅 확대 등 민간 기업의 사이버보안 자생력 확보 지원
넷째,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공유·집적된 네트워크 등으로 인해 사이버를 통한 기술유출 가능경로가 다양해지고 해킹 시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요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사이버보안 관제지원을 확대하고, 공공과 민간 간 위협정보 사전 공유를 통해 사이버위협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방산업체 대상 취약점 진단사업과 중소기업 대상 보안컨설팅을 확대하고 공공 분야 사이버보안 매뉴얼을 민간 기업에 보급하는 등 중요 민간 기업의 사이버보안 자생력이 확보되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국가 사이버안보(보안) 관련 법률 제정, 방산특화 방산기술보호센터 설립 등을 통해 사이버안보 기반도 보강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부처 협력 및 국제공조를 강화한다. 현재 부처별로 개설돼 있는 기술침해신고센터를 상호 연계해 신고된 침해사고에 대해 각 부처가 중점 지원할 수 있는 기술 분야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기술 유출 조사·수사 단계별 행정부처와 정보수사기관 간 공조를 강화해 나간다. 또한 기술보호 협의체 운영 등 범부처 기술안보 협조체계를 통해 정보공유와 기술보호 정책 환류 기능을 보강한다. 아울러 미국, EU 등 기술선진국과 기술보호·투자심사·ICT·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통상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기술 보호전략에 담긴 정책과제의 세부 이행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방위사업청의 중장기 기술보호 법정계획에 수록하고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