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16시경, 광주 화정동 소재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39층(옥상층) 바닥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39층 밑 설비·배관층(PIT층)에서 급작스럽게 붕괴가 시작돼 아래로 16개 층 이상의 벽과 바닥판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중대 건설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실종(모두 사망으로 발견)되고, 1명이 부상당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사고 즉시 건축구조 전문가 등으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가 밝혀낸 사고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무단 설계변경으로, 사고가 시작된 38층 PIT층의 시공 및 지지 방식은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된 상태였으며, 이에 더해 콘크리트 타설 시 아래 3개 층에는 가설지지대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함에도 이를 조기 철거했다. 둘째,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다. 콘크리트 양생 부실 등으로 붕괴된 17개 층 중 15개 층이 설계강도의 85%에 미달했으며, 이러한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콘크리트 간 부착력을 낮춰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 셋째, 시공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사전 차단해야 할 감리자가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검측하면서 설계변경 부분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마저도 확인하지 않는 등 공사관리가 미흡했다.
국토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고 관련 시공사·감리사 등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른 엄중한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했고,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건설현장의 구조적 원인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마련·발표했다.
시공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
우선 사업의 주체인 발주자와 공사를 관리하는 시공사가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시공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설현장을 만든다.
이를 위해 첫째, 시공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한다. 현재 공공발주 공사에만 적용을 명시한 국가건설기준(표준시방서)의 활용을 민간발주 공사까지 확대하고, 한중(寒中) 콘크리트 사용이나 가설구조물 해체 등 공사 진행과정의 표준시방서 내용도 보다 구체화한다. 아울러 시공과정의 책임체계 확립을 위해 시공사가 설계변경, 가시설 해체 등 주요 과정을 기록해 감리에 제출하도록 하고, 감리자는 그 내용을 검토 확인하는 ‘시공이력 관리제’를 도입한다.
둘째, 레미콘 생산부터 현장 운반·타설·양생까지 콘크리트 품질관리체계 전반을 모두 개선해 기준 미달 콘크리트는 건설현장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한다. 먼저 현장에 운반되는 레미콘의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기존 KS 인증제에 더해 생산 공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를 추가 도입하고, 콘크리트 양생 후 그 강도를 시험할 때도 현장과 동일 조건에서 양생한 시험체로 강도를 시험토록 의무화해 충분한 양생 후 후속작업이 이뤄지도록 한다. 또한 콘크리트 품질을 감독하는 품질관리자 배치 시 품질업무 수행경력을 고려하도록 하고, 허가 없이 품질관리 외의 업무를 지시할 경우 처벌해 현장의 품질관리 역량도 강화한다.
셋째, 부실시공을 유발하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과도한 저가낙찰을 제한한다. 발주자에게는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용 제공을 의무화하고, 인허가 단계에서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해 계약단계부터 부실시공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한다.
중대 위험에 대한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 의무화하고 중대 부실시공 사고는 국토부 직권 처분
다음으로 감리의 내실화를 통해 시공사 견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감리자는 건설현장에서 발주자를 대신해 현장 시공과정의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나, 공사중지 등 적극적인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발주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감리가 시공사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 사고와 같이 발주자(HDC아이앤콘스)와 시공자(HDC현대산업개발)가 동일 계열사인 경우 감리는 더욱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감리의 업무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면서 고위험 현장은 공공이 감리를 포함한 현장 전반을 관리하는 등 공공이 수행하는 현장 품질과 안전 관리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첫째,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감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감리가 공사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공사중지로 인한 발주자 및 시공사의 손해에 대해 감리의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면책하고, 중대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을 의무화한다.
둘째, 감리인력의 업무역량을 강화한다. 설계·시공·품질관리 분야의 종합적 역량이 요구되는 감리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인은 기존 3년마다 받는 교육 외에도 매년 관련 전문교육(연간 7시간)을 이수하도록 하고, 이수를 위한 평가도 내실화해 형식적인 교육이 되지 않도록 개선한다.
셋째, 공공의 안전관리를 확대한다. 감리에 대한 공공의 감독 강화를 위해 인허가관청에 민간 주택공사 부실 감리 시 감리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가 전문적인 부분도 살필 수 있도록 지역건축안전센터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기존에 민간에서 마련하던 주택공사의 감리자 배치기준도 국토부 승인을 거치도록 제도화한다. 또한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감리 실태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기존 공공 공사만 대상으로 하던 설계안전성 검토, 안전관리 수준평가와 같은 안전관리활동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는 등 공공의 안전관리 기능을 육성한다.
마지막으로, 부실시공 사고로 인한 손실이 사고의 예방비용보다 크도록 해 건설업계가 자발적으로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첫째,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처럼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국토부로 환원해 직권 처분한다. 둘째, 부실시공에 대한 건설사 책임을 확대한다.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하게 되거나,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될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책임도 확대한다. 셋째, 부실시공 업체에 대해서는 공공의 지원을 배제한다. 공공택지 공급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 공적 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공공 공사 입찰 시 페널티를 부과해 부실시공에 대한 업체 손해를 크게 한다.
이 외에도 안전 교육과 홍보, 캠페인 등 안전의식 제고 노력과 첨단 스마트 건설안전 장비의 현장 도입을 지원하는 등 건설현장에 안전과 품질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마련된 이번 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해 다시는 건설현장에서 무고한 시민과 근로자들이 안타깝게 희생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들이 건설현장에 대해 더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설안전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