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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리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 제고
송병관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 2022년 07월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정부가 인정하는 회계기준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정부가 인정하는 감사기준에 따라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적격 기준을 적용해 작성된 재무제표만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기업 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계감리’는 이러한 기업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회계처리기준과 감사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정부가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감독행위다. 기업의 수가 많고 경제행위가 다양해 사전적으로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에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사후적으로 잘못된 회계처리를 바로잡고 규정을 위반한 기업과 회계법인을 제재함으로써 기업들이 스스로 회계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회계감리는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 체계하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IFRS는 회계처리의 원칙만을 제시하고 다양한 회계처리 방법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회계처리가 다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정부는 감리제재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공개된 사례를 통해 회계기준에 위배되는 처리 방식을 알 수 있게 되는바, 회계감리는 기업들에 올바른 회계처리 방식을 안내하는 이정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2018년 회계개혁 이후 회계부정에 대한 제재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 고의·중과실인 회계부정에 대해 위반금액의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고, 고의 분식 혐의가 있는 임직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제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제재를 받는 피조치인의 불복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제재과정의 투명성과 피조치인의 방어권 보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난 6월 정부는 ‘회계감리절차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감리조사 기한 명문화로 신속한 감리 종료 도모

감리조사는 되도록 신속하게 종료되는 것이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회계정보는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는데, 감리조사가 1년 넘게 계속 진행되는 경우 기업은 기존의 잘못된 회계처리 방법을 조사가 종결될 때까지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회계처리 방법을 바꾸는 순간, 본인이 그간 회계처리를 잘못했음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의 경제활동은 해를 넘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잘못된 회계처리 방식이 유지되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반금액이 지속적으로 커지게 된다. 아울러 조사기간 동안 투자자들은 잘못된 회계처리를 믿고 투자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동안은 감리조사 기한의 상한이 없었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의 감리 중 31%는 1년을 넘는 기간 동안 조사가 진행됐다. 특히 약 10%는 2년 넘게 조사가 진행돼 잘못된 재무정보가 2개년을 초과해 시장에 공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조사 기한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정하고 조사 방해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원활한 감리조사가 어려운 경우에만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예외적인 조사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감리조사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만큼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기업이 고의로 자료를 지연 제출하거나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조사시간을 낭비하게 할 우려가 있어 예외적 연장제도를 불가피하게 인정하게 됐다. 다만 감리조사 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경우 조사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한 만큼 무분별하게 감리조사 기간이 연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피조사자 방어권 내실화 통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2018년부터 정부는 회계감리 제재 시 대심제를 시행해 피조치자가 조사기관과 대등한 입장에서 조사결과를 논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심의과정에서 피조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기업과 회계법인들은 이러한 방어권 보장이 심의단계 이전인 조사단계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부가 방어권 보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감리조사에 강제수사권이 없어 피조치자의 자발적 협력에 의해서만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피조치자에 대한 제재 수준이 강화되면서 조사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제재 수준이 높아지면 피조치자의 불복 가능성도 증가하는데, 피조치자가 제재에 승복하지 못할 경우 소송을 통해 다투게 된다. 그 경우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법원에 의해 다시 판단을 받는 긴 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또다시 불확실한 재무제표를 보며 투자판단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는 감리조사 단계에서도 피조치자의 방어권이 수사기관의 수사 중 피의자가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그간 허용되지 않거나 피조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유명무실했던 조사과정의 기록, 대리인 선임, 조사과정에서 자료 지참 등이 널리 활용될 예정이며 피조사자의 조사 자료 열람권도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편, 조치 사전통지서도 심의기관(감리위원회)에 제공되는 수준으로 상세하게 피조치자에게 제공될 것이다. 이를 통해 피조치자들은 심의과정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고, 심의기관도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게 돼 제재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계감리절차 선진화 방안이 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조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회계법인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언처럼 기업과 회계법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방어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행사하지 않는다면, 감리조사 현장은 현재와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회계감리절차 선진화 방안이 시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기업, 회계법인 등 모든 회계 관련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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