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아동을 ‘보호대상아동’으로 정의하고 입양, 아동복지시설 입소, 가정위탁 보호 등의 보호조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2만4천여 명의 보호대상아동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 중 매년 2,500여 명이 만 18세 이후 보호조치가 종료돼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껏 이들을 지칭했던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를 ‘보호’, ‘지원’이라는 수동적 의미 대신 자립의 주체로서 능동적 의미를 담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보호대상아동이 원하면 별도의 사유 없이도
만 24세까지 보호기간 연장 가능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지난해 12월 21일 보호종료 전후의 자립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2일 개정된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여러 자립지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이번 법령 개정 사항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보호기간 연장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다. 개정 전에는 만 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대학 진학 등 법령에 규정된 사유가 있어야만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심리적·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도 살던 곳에서 쫓겨나듯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호대상아동이 원하면 별도의 사유 없이도 보호기간을 만 24세까지(법 문언상 ‘25세에 달할 때까지로’)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25세 이후에도 장애·질병, 취업 준비 등의 사유가 있으면 보호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정비했다. 한편 보호기간 중 본인이 요청하면 보호조치를 종료해야 하지만, 시행령에서 정한 자립능력이 부족한 경우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종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해 본인 의사와 자립준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후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아동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립을 준비할 시간을 보장받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호기간 연장이 이들의 자립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할 경우 겪게 될 각종 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정은 오히려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건복지부는 연장된 보호기간이 헛되이 흘러가지 않고 이 기간 동안 자립준비청년들이 자립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대학교 기숙사 등 상황에 따라 보호시설 밖에서 거주하는 청년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시설이 아닌 청년 개인에게 지급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자 한다.
‘자립지원전담기관’ 통해 보호종료 후에도
정기적 상담·지원 등 지지 기반 제공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물질적인 지원만큼이나 절실한 것은 힘들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그동안 보호시설,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의 종사자가 이런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정서적 지원 외에 전문적인 자립지원서비스까지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개정된 「아동복지법」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자립지원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적 전달체계인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신설됐다. 또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각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담기관의 설치·운영 기준, 종사자의 자격과 배치기준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전국 17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을 국고 지원으로 운영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는 전담인력이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정기적으로 사후관리 상담을 제공한다. 이 사후관리 상담을 통해 보다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맞춤형 사례관리인 ‘자립지원통합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해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자립지원서비스를 연계해 지원한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전국 총 1,470명을 지원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지원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법령 개정을 통해 ‘자립지원 실태조사’ 실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자립지원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실제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정책적 요구사항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2008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주기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를 시행해 왔으나, 실태조사 실시에 대한 법적 근거는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개정된 「아동복지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호대상아동의 위탁보호 종료 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지원서비스, 생활(주거, 고용, 사회적 관계 등) 및 정서적·신체적 건강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 주기로 실시하도록 근거 규정이 마련됐으며,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실태조사의 내용과 방법을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2023년 다음 실태조사가 예정돼 있으며,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기존 자립지원 정책을 보완하고 신규 수요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법령 개정은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를 내준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정부는 연장된 보호기간이 아동과 청년의 성공적 자립을 위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려움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활·주거·진학·취업 등 전 분야의 자립 토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