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된 우유에 살아 있는 미생물로 불로장수할 수 있다고 말한 엘리 메치니코프는 과학적으로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건강 간의 관계를 밝혀 1908년 노벨상을 받았다. 이것이 현재 시판되는 유산균(probiotics) 중 하나인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스’다.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유산균 등 유용미생물은 제2의 유전체로 불리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 바이오산업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인 고령화, 건강, 자원부족,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미래 경제의 핵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OECD는 2030년에 바이오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고, 주요국은 바이오경제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육상바이오자원은 기후변화와 식량 이용 등으로 인해 소재를 공급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육상자원의 탐사·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돼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바이오소재 개발을 위한 해양생물자원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 표면의 75%를 차지하고 지구 생물종의 80%에 해당하는 약 30만 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바다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세계 각국이 바다에서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비롯해 새로운 해양생물과 이를 통한 유용소재 발견·활용 등 해양바이오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풍부한 해양생명자원에 첨단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환경친화적 에너지 및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특히 남북극 지역과 심해같이 매우 특별한 환경에서 적응해 온 생명자원의 생체물질을 활용함으로써 인체에 보다 유익한 물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명자원의 확보와 관리, 접근 등이 용이하지 않고 초기 투자비용이 큰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바이오 기업 다수가 영세함에 따라 장기간·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생태계 형성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관련 인프라와 전문인력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2027년 시장 규모 1조2천억 원 목표로
기초소재 확보, 융복합 R&D 등 적극 추진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28일 해양바이오 분야 중 의약, 식품, 환경, 에너지 등 특정 분야를 집중 투자·육성하는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전략’ 5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현재 태동기에 머물고 있는 해양바이오산업을 2027년까지 1조2천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번 계획은 해양수산 및 바이오 등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고민을 담으려 노력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양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3대 중점 정책전략을 담았다.
첫째, 기초소재 개발 및 고도화, 대량생산·표준화 그리고 융복합 연구개발(R&D) 등 해양바이오 핵심 3대 기술의 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해양바이오 소재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심해저·공해 등의 해양생명자원으로부터 기초소재 확보를 강화하고,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과 융합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해양생명자원 4천여 종에 대해 항암·항균 등 유용소재를 확보하고 해양바이오뱅크를 통해 기업에 바이오소재를 제공함과 동시에 공동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해양바이오 소재의 국산화율이 30%에 머물러 있는 만큼 콜라겐 등 6종의 바이오소재를 대상으로 대량생산·표준화 등 산업화 촉진을 위해 합성생물학 기반 연구를 확대하고, 미세조류 등 대량배양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기업과 공동으로 바이오파운드리 도입을 추진한다. 특히 폐기물로 버려지는 수산부산물의 해양바이오 자원화를 실현해 어촌경제를 활성화하고 환경문제를 개선하며, 5년 뒤에는 폐기물로 버려지는 수산부산물 중 5만 톤 이상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바이오소재로 개발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양바이오 소재가 환경, 에너지, 의약 등의 분야까지 활용될 수 있도록 첨단기술과 융복합 R&D를 확대할 계획이다. 괭생이모자반 등 버려지는 해조류를 원료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심해저 고세균의 대량생산을 통해 바이오수소 상용화를 추진한다. 또한 홍합 단백질을 이용한 생체조직 접합제, 해조류에서 추출한 관절치료제, 미세조류 독소를 활용한 진통제 등 의약제품 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정부·민간 공동펀드 조성해 우수기술 보유 기업 지원···
해양바이오뱅크 확대해 산업계의 소재 이용 활성화
둘째, 해양바이오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한 거점별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세부적으로 핵심기술 R&D 투자를 확대해 해양바이오 R&D 투자 규모를 현재 630억 원에서 2027년까지 1천억 원 수준으로 늘리고, 정부와 민간 공동펀드를 조성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해양바이오 소재에 대한 산업계의 접근과 이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양바이오뱅크를 확대하고, 기업에 첨단 바이오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혁신 스마트 해양바이오 플랫폼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해양바이오 소재 발굴을 위한 전용조사선 건조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자원확보 규모를 선진국 수준인 2만3천 종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지역별 해양수산업 및 바이오 관련 시설 등의 특성을 고려해 중부권, 서남해권, 동해권, 남해권 등 4개 권역을 ‘권역별 해양바이오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기업활동 지원을 위해 규제혁파 등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한다. 먼저 해양바이오산업에 대한 기업의 투자 확대와 사업화를 위해 산업계, 연구기관 및 정부가 참여하는 ‘해양바이오 규제개선 TF’를 운영해 소재개발, 대량생산 및 표준화, 인증·제품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발굴하고 정비한다. 또한 매년 실시되는 해양바이오 실태조사에서 주요 문제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부터 해양바이오 전문인력 육성 전담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해양바이오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기업 지원 확대를 위해 관련 법령도 개정할 계획이다.
이번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통해 해양바이오산업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경제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