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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미디어산업의 낡은 규제, 혁신과 적극행정으로 바꾸다
황큰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 2022년 10월호

1995년 8월 국내 최초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이 발사돼 한반도 상공 정지궤도에 안착했다. 곧 우리나라도 위성방송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설렘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위성방송사업을 하려면 어떤 법률에 근거해 어떤 절차로 허가를 받고, 어떤 규율이 적용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의 시작에 불과했다.
“위성방송만을 규율하기 위한 별도의 위성방송법을 따로 마련하자”,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지상파방송을 함께 규율할 수 있는 통합방송법을 마련하자”. 그렇게 결론 없는 논의가 계속됐다. 더 이상 허공에 위성을 놀릴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방송개혁위원회 논의를 통해 2000년 3월 이른바 ‘통합방송법’이 제정됐다. 위성방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2001년 12월 위성방송사업이 허가되고, 2002년 3월이 돼서야 비로소 본방송이 시작됐다. 그렇게 무궁화위성은 7년간 하늘을 맴돌았다.

이른바 통합방송법이 제정된 후 22년이 지났다. 미디어 법제의 틀은 22년에 갇혀 나아가지도 달라지지도 않은 채 정부는 방송사업자가 규제의 손아귀를 벗어나는지 그 위반행위 하나하나만을 꼼꼼히 살핀다. 그 사이 방송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가족 단위의 실시간 텔레비전 방송 중심이던 미디어 시청행태가 모바일, VOD, 1인 미디어 중심으로 달라지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OTT는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OTT기업은 콘텐츠의 질과 양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을 석권하며 경쟁 중이다. 국내 기업이 해묵은 규제와 싸울 때 글로벌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포석을 전개한다. 전형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정한 경쟁기반을 만들기 위해 낡은 규제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한 때다.

22년 된 통합방송법, 달라진 미디어 시청행태 못 따라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동안 불필요한 규제의 폐지 또는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 초 「방송법」을 개정해 그간 승인제로 유지되던 기술결합서비스(지상파방송사업, 종합유선방송사업, 위성방송사업,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 간 전송방식을 혼합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신고제로 바꿨고,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을 개정해 유료방송(이용자와의 계약에 의해 수 개의 채널단위·채널별 또는 방송프로그램별로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방송) 이용요금을 승인제 원칙에서 신고제 원칙으로 변경했으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준공검사 제도도 폐지했다. 「방송법」에 새롭게 유료방송 기술중립서비스(유료방송사업자 상호 간 전송방식을 자유롭게 선택·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지난 6월 도입해 오는 12월 1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유료방송시장의 투자활력을 제고하고 민간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창의와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으로 개편하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을 지난 8월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첫째, 방송사업의 소유·겸영 규제를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해 인수·합병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다양한 자본의 참여와 투자 촉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상파방송사업자의 TV 방송채널 사용사업 소유범위를 전체 TV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수의 ‘100분의 3’에서 ‘100분의 5’로 확대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의 방송채널 사용사업에 대한 겸영제한을 폐지했다. 또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상호 간 소유제한 범위를 전체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매출액 총액의 ‘100분의 33’에서 ‘100분의 49’로 확대하고, 위성방송사업자 상호 간의 소유제한을 폐지하는 등 소유 및 겸영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했다. 

둘째, 유료방송사업의 허가 및 홈쇼핑채널의 승인 유효기간을 법률에 정해진 최대 7년으로 확대해 안정적 방송사업을 보장하는 등 사업자의 부담을 크게 경감했다. 셋째, 관행적으로 제출하던 지역채널 운용계획서, 직접사용채널 운용계획서 등의 서류제출 의무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시설변경 허가 등을 폐지해 유료방송사업자의 영업자율성을 확대했다.

방송사업자의 소유·겸영 규제 낮추고 자율성은 강화

그러나 이러한 성과도 2000년 3월 마련된 미디어 법제의 틀이라는 근본적 한계 속에서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이뤄진 미봉의 결과라 비판할 수밖에 없다. 만시지탄이다. 입법추진 과정에서 벌어지는 국회 내 험난한 논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된 미디어정책 부처 간 이견과 조정의 어려움, 기존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대립 등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는 근본적 목표를 흔들고 규제혁신을 더디게 한다. 특히 특정한 규제의 보호 속에 20여 년 안주해 온 미디어사업자들의 관행은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다른 이해관계자의 규제를 풀어주는 일이 자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

인터넷과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해설·논평이 가능한 상황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해 여전히 해설·논평을 법률상 금지해야 하는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지역채널에서 지역특산품 등을 판매 또는 소개하는 방송을 제도적으로 허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는 없는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자에 직접 사용채널을 허용해 콘텐츠 투자를 촉진하는 길을 법률상 계속 금지해야 하는지, 방송광고의 종류·시간·횟수·방법 등을 법령으로 세세하게 규정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국가 경제규모의 증가와 경영결과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자산총액 기준 방식의 대기업 투자제한 기준은 여전히 유효한지, 개인이 영위하는 사업의 양도와 법인이 영위하는 사업의 양도에 대해 별도의 규율체계를 운용하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인지 등 여러 개별적 사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같이 언급한 사안들은 여전히 미시영역이다. 거시영역에서는 이미 신문·출판·방송·영화 등이 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융합되면서 영역별 경계는 사라져 가고, 개방적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가 경쟁의 무대가 됐다. 새로운 미디어환경과 도전은 미디어 법체계의 전면적 개편 즉, 미디어산업의 낡은 규제에 대한 혁신을 요구한다. 규제에 따른 안주가 아닌 경쟁이 기회가 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소중한 국가자산이 허공을 맴도는 누를 다시 범할 순 없다. 변화에 대한 수용과 시기적절한 대응, 미래에 대한 통찰, 적극행정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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