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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 인프라 확충하고 국제 통용성 확보한다
허수진 기획재정부 청년정책과장, 전 탄소중립전략팀장 2022년 11월호


- EU CBAM 도입 시 국내 탄소배출량 산정·검증 결과를 EU CBAM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상
- 국제통용발자국 제도의 민간 인증기관을 연내 8개까지 확대 지정하고 환경성적표지 인증업무를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개방


최근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 탄소 무역장벽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EU에서는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배터리 규제 등 탄소규제 강화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 해당 분야 제품을 EU에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ESG 경영·투자 흐름이 강화되면서 애플, BMW 등 글로벌 대기업도 자체 공급망 사슬에 속한 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이러한 탄소배출 측정·검증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대·중견기업들의 탄소중립 참여가 확대되면서 내수기업에 대한 탄소배출 측정·제출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실적과 연계된 탄소중립 재정지원사업이 확대되면서 해당 사업 신청을 위한 탄소배출 측정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탄소중립의 핵심 기반으로서 탄소배출 MRV 체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 단위 전 과정 탄소배출량의 경우 국내 MRV 기반 미흡

탄소배출 측정 범위는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직접 발생하는 탄소배출(scope 1), 기업이 구매·소비한 전기·증기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배출(scope 2), 기업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scope 3)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과거에는 기업 단위의 탄소배출량(scope 1 또는 2) 위주로 국내외 기준 및 시장이 형성돼 왔으나 최근에는 제품 단위로 원료 채취,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생애주기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전 과정 탄소배출량(scope 3)으로 국내외 논의와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업 단위 탄소배출량에 대한 MRV 기반은 비교적 탄탄하게 갖춰져 왔다. 국내 1천여 개의 기업이 환경부 지침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측정·보고하고 있으며, 제출한 배출량 보고서를 검증하는 민간 기관도 13개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단위 전 과정 탄소배출량, 즉 탄소발자국의 경우 아직 국내 MRV 기반이 미흡한 상황이다. 환경부의 환경성적표지와 국제통용발자국 등 두 가지 탄소발자국 인증제도가 도입돼 있으나, 발자국 산정을 위한 기초정보와 기준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고 국내 제도의 국제 통용성도 부족해 국내 인증결과를 수출 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민간 인증기관도 아직 2개에 불과해 민간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EU의 CBAM과 국내 배출권거래제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CBAM이 도입되면 국내 업체가 EU에 제품을 수출할 경우 EU 지침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산정·검증받아야 하는데, 국내 배출권거래제하에서 이미 산정·검증받은 배출량을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국내·EU에서 배출량을 이중으로 산정·검증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민감한 기업비밀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탄소배출량 기초정보 DB 300건 확충,
탄소배출량 자가진단할 수 있는 ‘간이 MRV 시스템’ 개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국내 인프라 확충, 국제 통용성 확보, 중소기업 부담 완화의 세 가지 방향으로 국내 MRV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 탄소발자국 인증 기반을 고도화하기 위해 개별 기업이 파악하기 어려운 원·부자재, 전기·용수 등에 대한 탄소배출량 정보를 담은 기초정보 DB를 대폭 확충하고, 국제 DB 등록도 추진한다. 내년 중 에너지, 기초화학물질 등 수출규제·기반산업 관련 기초정보 DB를 300건 확충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초정보 DB를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제품별 특성을 고려한 탄소발자국 산정기준도 확대·마련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품별 산정기준은 10건으로 수십 건에서 100여 건의 산정기준을 가진 해외 주요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 중 철강·시멘트, 핸드폰·배터리 등 수출규제 제품 및 주력 수출품 17건을 시작으로 제품별 산정기준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국내 기업에 유리한 국제표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의 산정기준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둘째, 국내 제도의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EU CBAM 도입 시 국내 기업이 국내 배출권거래제 하에서 납부한 배출권 가격만큼 EU 배출권 부담을 감면받고, 국내 배출권거래제하의 탄소배출량 산정·검증 결과를 EU CBAM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EU와 협상할 계획이다. 각국 검증·인증 효력이 협정체결국 간 상호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협약인 국제상호인정협정 범위도 현재 기업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분야에서 탄소발자국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호인정협정 체결 시 국내 탄소발자국 인증결과의 해외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탄소배출 검증·인증 시장에서 민간의 역할도 확대한다. 국제통용발자국 제도의 민간 인증기관을 현재 2개에서 연내 8개까지 확대 지정하는 한편, 현재 정부가 전담하고 있는 환경성적표지 인증업무를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고 인증심사 담당 민간인력도 2배로 확충할 계획이다. MRV 인력의 탄력적 공급·관리를 위해 정부가 수행하던 온실가스 검증인력 등록·관리·교육 업무 또한 민간에 위탁한다.

마지막으로, MRV 역량이 미흡한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강화한다. 수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측정과 검증·인증 비용을 지원하고, 탄소배출량 산정방법 등에 대한 민간 실무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비용·인력 부담으로 탄소배출량 검증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 플랫폼에 ‘간이 MRV 시스템’을 개설한다. 중소기업이 자가진단 시스템을 통해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탄소배출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고 한국에너지공단이 검증확인서도 발급하도록 해 탄소감축 재정지원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정책을 통해 국내 MRV 기반이 강화되면 국내 기업의 MRV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규 유망시장인 MRV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탄소중립의 핵심 기반 강화로 정부·민간의 탄소중립 노력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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