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교통 분야에 ICT와 혁신기술이 융복합되면서 이동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획일적인 노선과 시간대로 대표되는 공급자적 관점의 ‘수송’이 아닌 첨단기술 결합 및 이동수단 간 연계성 강화 등을 통해 수요자 관점에서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모빌리티’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모빌리티산업은 국가경제의 근간이자 미래 핵심성장동력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맥킨지가 2019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시장은 2017년 약 4,400조 원에서 2030년 약 8,70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2025년 완전자율주행 버스·셔틀 및 UAM 상용화,
화물차·이륜차로 제한된 배송수단 로봇·드론까지 확대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정부 출범과 함께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으며, 지난 9월 19일에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해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한 정책방향과 세부과제들을 마련했다. 혁신의 주체인 민간이 중심이 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한다는 기본 구도 아래 과감한 규제개선과 실증 지원, 모빌리티 시대에 부합하는 법·제도 기반 강화, 인프라 확충과 기술개발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여기에 완전자율주행차,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 물류, 모빌리티서비스, 모빌리티와 도시 융합 등 5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담았다.
로드맵의 첫 번째 핵심과제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시대 개막이다. 2027년 세계 최고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해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일상에서 구현함으로써, 차량 내 휴식·업무·문화를 일상으로 만들고 교통사고 예방과 도로혼잡 해소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
먼저 2025년 완전자율주행 버스·셔틀 및 2027년 완전자율주행 구역 운행 서비스 상용화 등을 통해 기존 대중교통체계를 자율주행 기반으로 대전환한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현행 여객운송제도를 자율주행에 부합하도록 검토하고 개편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준비 중인 민간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자동차 안전기준, 운행·보험 제도 등 관련 제도도 완비한다. 자유로운 실증을 위해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를 확대하되, 2025년부터는 특정 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지도록 해 차량 센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2027년까지 도심 등 혼잡 지역에, 2030년까지 전국 도로에 실시간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실시간 갱신되는 고정밀도로지도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두 번째 핵심과제는 교통 체증 걱정 없는 항공 모빌리티 구현이다.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서비스 최초 상용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먼저 2025년에 UAM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남 고흥에서 기체 제작사, 통신사, 플랫폼사 등 55개 기관이 참여하는 실증사업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기체 및 통신체계 안전성 등을 충분히 검증한 다음, 내후년부터는 도심지와 공항 간 운행 등 실제 서비스 여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2025년 상용화 시 사업권을 우선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아울러 UAM법을 제정해 항공 안전·사업·보안 등 기존 법규 적용을 최대한 배제하는 과감한 특례를 적용토록 하고, 2025년 상용화에 대비해 사업자 요건, 운수권 배분, 보험제도 등도 선제적으로 갖춘다. UAM서비스에 필수적인 버티포트(vertiport, 수직 이착륙장)와 통신망 등 전용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세 번째 과제는 스마트 물류 모빌리티를 통한 맞춤형 배송체계 구축이다. 스마트 물류 모빌리티를 통해 원하는 물품을 전국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생산성도 높여 나간다.
우선 전국 당일 운송서비스 실현을 위해 도심 지역과 도서·산간 지역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무인배송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현재 화물차와 이륜차로 제한된 배송수단을 로봇과 드론까지 확대하고, 배송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한다. 자율주행 화물차, 지하 물류, 초고속 운송수단 하이퍼튜브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운송수단을 개발해 배송속도를 높이는 등 물류 모빌리티서비스의 질을 개선한다.
24시간 생활물류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주요 거점에 디지털 물류 인프라도 확대해 나간다. 주요 교통거점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고, 도심 내 근린생활시설에 소규모 주문배송시설 입주를 허용하는 등 촘촘한 물류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한편, 기존 물류센터를 초고속 화물 처리가 가능한 첨단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을 확대하고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AI 알고리즘 활용한 실시간 수요응답형 서비스 확대로 이동 사각지대 해소
네 번째는 모빌리티 시대에 맞는 다양한 이동서비스 확산이다. 기존 교통서비스에 ICT와 플랫폼, 첨단기술을 융복합해 다양한 수요를 획기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확산한다.
우선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시간 수요를 반영·운행하는 수요응답형 서비스의 서비스 범위를 신도시, 심야시간대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이동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노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서비스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다양한 모빌리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민간에 개방해 민간 주도의 통합이동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활성화한다. 아울러 공공 주도의 선도사업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미래 모빌리티와 기존 철도·버스 등이 연계되는 미래형 환승센터 구축사업도 신규 추진할 계획이다.
개인형 이동수단과 카셰어링 등 퍼스트·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도 강화한다. 특히 교통거점 주차장과 공영 주차장 등에 공유차량 전용 주차구획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동수요에 따라 카셰어링 차량의 편도 반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모빌리티 특화형 규제 샌드박스를 신설하고, 모빌리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모빌리티 관련 데이터의 연계 분석과 민간 제공을 강화할 계획이다.
마지막 핵심과제는 모빌리티와 도시 융합을 통한 미래도시 구현이다. 도시를 미래 모빌리티서비스가 구현되고 관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거점으로 조성하는 한편, 기존 공간구조는 모빌리티 시대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재설계한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 단계부터 모빌리티서비스 구현을 최우선 고려하고, 관련 수단과 인프라를 전면 적용하는 모빌리티 특화도시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 최초 사업지를 선정하고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기존의 공간구조 관련 제도 전반을 모빌리티 시대에 부합하도록 재검토한다.
앞으로 국토교통부는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민관합동 기구로 확대 개편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필요시 신규과제 발굴과 기존과제의 보완도 함께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조직과 인력 개편 등 기능 강화방안도 마련해 로드맵의 이행력도 강화할 것이다.
모빌리티 시대 정책의 초점은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국민 일상에서 미래 모빌리티가 구현되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