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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증권범죄자의 자본시장 거래,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해 제재 실효성 제고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2022년 11월호


-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행정제재 통해 최대 10년간 상장·비상장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투자 원천 차단
-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선임되지 못하는 임원 범위는 「상법」상 등기이사, 감사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사실상 임원도 모두 포함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란 주식시장 가격을 왜곡하거나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이용해 일반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위법행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임원과 같은 기업의 내부자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회사 정보를 주식거래에 활용하는 미공개정보 이용, 특정 거래자들이 인위적으로 증권의 시세를 조작하는 시세조종, 거짓 소문을 시장에 유포해 투자자를 속이는 부정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통한 범죄들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범죄수법이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NS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과 같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범죄수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불공정거래를 한 범죄자가 다시 위법행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적발한 불공정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위법행위자 중 과거에 이미 한 번 이상 적발된 적이 있는 범죄자가 약 21%에 달하고 있다. 2020년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28%에 이른다. 즉 증권범죄의 경우에는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처벌 위주의 제재로는 반복되는 증권범죄 막기 어려워

이와 같이 증권범죄가 날로 복잡화·첨단화되고 있는 가운데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체계가 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에 미흡하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는 형사처벌 중심으로 규정돼 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있지만, 조사 결과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더라도 독자적인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고 대부분 수사기관에 고발·통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위반행위는 수사기관의 수사, 법원 판결을 거쳐서야 비로소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형사처벌 위주의 제재체계는 인신구속 등을 통해 범죄자를 엄벌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증권범죄를 적기에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엄격한 입증책임이 적용되는 형사처벌의 특성상 법원의 최종판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설령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평균적으로 2~3년이 걸리며, 유죄가 결정되는 경우에도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을 받지 않는 경우가 약 40%에 이르는 상황이다. 아울러 불공정거래의 주된 동기가 경제적 이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형벌 중심의 제재는 범죄의 궁극적 동기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같은 문제 인식 아래에서 지난 9월 26일 금융위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이외의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을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이전에라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제재를 통해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나 상장회사 임원으로의 선임을 제한할 방침이다.

자본시장 거래 및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 대상자의 
인적사항, 위반 내용, 제한 기간 등 공개


우선, 불공정거래를 저질러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 10년간 ‘거래제한 대상자’로 지정해 금융상품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상장·비상장 주식을 비롯해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의 거래가 모두 제한되며, 본인 명의의 거래뿐만 아니라 지인 명의 계좌를 활용해 차명으로 하는 거래도 동일하게 차단된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주식시장 상장회사나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도 최대 10년 동안 제한된다. 이때 제한되는 임원의 범위는 「상법」상 등기이사, 감사뿐만 아니라 회장, 사장, 상무 등과 같은 이름으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사실상 임원도 모두 포함된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에는 임원의 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거래를 하거나 상장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경우 해당 위반행위자, 상장회사, 금융회사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한 고액·상습 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과 같이 자본시장 거래 및 상장회사 임원선임 제한 대상자의 인적사항, 위반 내용, 제한 기간 등을 공개해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제재대상자에 대해서도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단계에서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제재대상자의 권익도 함께 고려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방안 이외에도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이득의 산정방식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상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이외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고 법률상 부당이득 산정기준도 미비해 불공정거래를 통한 불법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위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은 미국, 영국, 홍콩,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폭넓게 참고해 마련됐다. 이들 선진국의 경우에는 금융당국이 다양한 행정제재를 도입해 법원의 확정판결 이전에도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본시장 거래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해 불법적인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 발표한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1962년 「증권거래법」 제정을 통해 형사처벌 중심의 불공정거래 규제가 도입된 이래 약 60년 동안 운영돼 온 제재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인 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겠지만, 정부는 논의의 진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금융당국으로서 마땅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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