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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우유, 치즈 등 용도에 따라 국산 원유 가격 차등화해 경쟁력 높인다
정재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 2022년 12월호


우리나라는 예전만큼 우유를 먹지 않는다. 학교 우유 급식도 줄고 있고, 집집마다 배달되던 우유도 요즘은 보기 드물다. 소비자도 여기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난 20년간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36.5kg에서 32.0kg으로 줄었지만, 치즈·버터·크림 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 유제품 소비는 63.9kg에서 86.1kg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유제품 소비는 2001년 305만 톤에서 2021년 458만 톤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수요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국내 낙농산업은 오히려 퇴보했다. 국내산 원유의 생산은 2001년 234만 톤에서 2021년 203만 톤으로 줄어들었고, 늘어난 수요는 수입산이 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유제품 수입은 원유 기준으로 환산하면 65만 톤에서 251만 톤 정도로 늘어났으며, 그로 인해 원유자급률은 77.3%에서 45.7%까지 낮아졌다.

한편 국내산 원유 가격은 음용유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해외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왔다. 20년 전 리터당 236원 정도였던 우리나라와 유럽의 원유 가격 차는 2021년 613원까지 벌어졌다. 원유를 생산하는 여건의 차이가 크다고 하지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생각하면 유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부담이 적은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일부 유업체에서는 ‘우유 판매에서 입은 손해를 수입산을 사용한 유가공품을 판매해 메꾼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시장과 분리돼 가격 결정이 이뤄지는 낙농산업의 제도적 특수성에 기인했다. 각 농가는 소속된 유업체나 낙농진흥회와 계약할 때 보장받은 원유량을 납부할 권리(쿼터)가 형성돼 있고, 원유 가격은 항상 오르고 내린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결정(생산비 연동제)돼 왔다. 생산비가 100원 오르면 원유 가격은 90원에서 110원 사이에서 인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원유가 가공과정을 거쳐 흰 우유로 판매되든 치즈로 판매되든 항상 동일한 가격을 받는 구조였다. 생산비가 올랐으니 그만큼 받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는 시장원리가 전혀 작동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맹점이 있었다. 가격과 공급이 보장되면 농가는 시장상황에 맞게 생산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출 이유가 전혀 없고 생산비를 낮출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한우와 양돈산업이 살아남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낙농산업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음용유 가격 협상 시 원유 수급 부족·적정·과잉 등
시장 상황과 생산비 함께 고려해 책정


이에 정부는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되는 시장에서 이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전문가·생산자·수요자 등과 논의해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2년이 넘는 동안 생산자를 설득해 왔다. 많은 갈등과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 11월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제도 개편방안을 통과시켰다.

우선, 원유의 용도를 마시는 우유로 사용되는 음용유와 치즈·버터·분유 등에 사용되는 가공유로 구분했다. 원유 가격은 용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음용유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지만 가공유는 국제경쟁이 가능하도록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고,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 확대를 정부에서 지원해 제도 도입 초기 농가소득이 보전될 수 있게 했다.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음용유는 195만 톤, 가공유는 10만 톤을 농가로부터 유업체가 구입하도록 했다. 올해 원유 예상 생산량이 198만 톤임을 감안하면 생산되는 원유를 모두 구입하는 것이다. 해당 물량은 향후 시장상황을 반영해 음용유는 점진적으로 감축되고 가공유는 확대될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자와 수요자(유업체)의 원유 가격 협상 시 시장수급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음용유의 경우 생산비를 우선 고려하지만 시장상황을 ‘부족’, ‘적정’, ‘과잉’으로 구분해 생산비 증감 시 가격 협상 범위를 여섯 가지 구간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생산비가 증가했어도 시장상황이 ‘과잉’이면 오히려 원유 가격을 30%까지 인하할 수 있게 됐으며, ‘적정’인 경우라도 생산비 증가액의 60~90%만 반영할 수 있게 돼 현재의 원유 가격(996원/리터)과 생산비(843원/리터) 간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혀 나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공유는 경영비를 우선 고려하면서 가공유 가격과 국제경쟁 가격과의 차액이 리터당 150원보다 높으면 시장상황 ‘악화’, 낮으면 ‘양호’로 구분해 가격 협상 구간을 설정했다. 이 경우에도 ‘악화’ 시에는 가공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셋째로 농가가 원유 품질에 따라 적용받는 인센티브도 조정했다. 국내 원유의 유지방·유단백·체세포 등에 따른 인센티브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는 추가 사료 투입 부담을 크게 하고, 젖소 사육기간을 짧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의 전반적인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조정과 개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각각의 인센티브 최고 구간을 낮추는 한편, 산차(젖소가 임신하는 횟수)를 늘리고 원유 품질을 검정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새롭게 도입해 낙농가 성적 개선도 유도한다.

원유가 인상 등 ‘밀크플레이션’ 우려 있지만
차츰 가격 안정될 것


제도 개편으로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 가격이 낮아지거나 국산 원유자급률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젖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낙농가는 최적의 생산전략을 마련해 낮은 생산비를 유지하며 원유를 생산·공급하고, 국내 유업체는 국산 원유를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판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낙농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고 농가와 유업체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다.

또한 이번 낙농제도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생산비를 낮춰 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제품 가격이 인하돼 우리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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