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하고 변화된 기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필수
무탄소 에너지 생산 및 온실가스 저장·흡수·활용 등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함께 식량안보 대응 등 기후변화 적응기술 개발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입력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서울 도심에 사상 최대의 폭우가 쏟아져 사람들이 고립되거나 차를 버리고 탈출하고, 평소 섭씨 20도 중반대였던 영국의 여름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온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기후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그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이집트에서 ‘함께 이행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각계각층의 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과학기술’로 기후재앙을 극복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공감대가 다시 한번 강조됐다. 특히 2050년까지 목표로 한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분 중 50%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의 기술보다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태동기 기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따라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변화된 기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에 중점 둔 기술개발 전략에서
기후변화 적응기술까지로 범위 확대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4월에 제정된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에 따라 13개 부·처·청이 참여한 가운데 향후 10년간 각 부처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R&D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2023~2032년)’을 마련해 지난 12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했다.
기후변화대응 기술 분야에서의 범부처 최상위 법정계획인 이 기본계획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그간 각 부처에서 부분적·산발적으로 제시했던 온실가스 감축 기술들을 총망라해 탄소중립 이슈 해결을 위한 필수기술들을 도출했다. 임무지향의 R&D를 추진하기 위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우리의 기후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R&D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부족한 기후기술의 역량 강화를 추진할 것이다.
둘째, 그간 탄소중립에 중점을 둔 기술개발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기후변화 적응기술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 자연, 인간, 도시 인프라 등 기후변화 시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별로 감시·예측, 영향·위험도 평가, 피해저감 및 회복력 증진, 적응효과 진단에 이르는 전 주기 기술들을 도출하고, R&D를 추진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과 신시장 선점’이라는 비전 아래 3대 전략 15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략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를 위한 세부과제는 총 6개로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등을 활용해 무탄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 산업·건물·수송 분야의 에너지시스템을 히트펌프나 전기차처럼 전기화·전동화하는 기술, 전기화가 어려운 탄소배출 연료·원료를 수소·바이오매스 등으로 대체하는 기술, 산업·건물·수송 분야의 에너지소비효율 향상 기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해 저장 또는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거나 산림·해양 등을 통해 흡수하는 기술, 마지막으로 현재 개별적으로 운용되는 열·전기 에너지를 통합·연계해 에너지 공급-수요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기후변화 적응’으로, 현재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초강력 태풍, 호우, 폭염, 한파, 폭설 등 이상기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5개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먼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대상인 자연·사람·인공물에 대한 과제로 기후변화에 맞서 생태계·산림의 건강성을 증진하고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해양·연안의 취약성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자연·생태계 회복력을 강화하는 기술,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로 국내에도 신종 감염병이 증가하고 경작지 변화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질병·식량 등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 그리고 도시, 송전탑 등 인공구조물의 기후변화 적응성을 높이고 건전한 물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기후적응형 도시·인프라를 구현하는 기술의 개발을 제시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 및 사후 조치를 위한 2개 과제로 과학기술에 기반해 기후변화 감시·예측을 고도화하고 리스크 등을 평가하는 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 관련 재난·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복구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기후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우리 기후기술의 해외 이전 및 확산도 추진
세 번째 전략은 ‘혁신생태계 조성’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국민과 사회가 체감함으로써 기후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기술-인재-산업의 선순환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각종 투자 지원과 인프라 구축 및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후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연구·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인재를 양성한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기후기술이 해외로 진출하고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공동협력 및 기술 이전·확산을 추진하는 한편,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기후기술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지자체 간, 민관 간, 산학연 간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정책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범지구적 흐름이자 뉴노멀이 되고 있다. 이에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과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7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아껴 쓰고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과감한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