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방지 보호 기술, 저작권 침해 식별 및 모니터링 기술 등 개발해 문화 창작자·제작자의 권리 보호하는 창작환경 조성할 것
신기술에 대한 이해 높고 문화적 소양 갖춘 융복합 인재 양성 위해 ‘신기술콘텐츠 융복합 아카데미’ 신설
상전벽해(桑田碧海).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떠올리는 표현이다. K컬처로 대표되는 문화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BTS를 비롯한 K팝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고, <오징어게임>, <기생충> 같은 K콘텐츠가 유수의 시상식을 석권하는 모습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R&D 지원을 받은 기업 7개사가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전에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능력이 주효했겠지만,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문화기술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문화와 기술을 융합한 개념인 문화기술은 문화콘텐츠의 기획부터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 부가가치를 더해 주는 기법·기술을 의미한다. 문체부에서는 그간 문화기술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3차에 걸쳐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K컬처의 매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고자 ‘제4차 문화기술 연구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10만 명 소통 가능한 가상공연 플랫폼 기술개발
먼저, 메타버스,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등 신기술 기반 콘텐츠산업 육성에 집중한다. 메타버스를 문화서비스 공간으로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만 명 이상의 대규모 관객이 참여하고 양방향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연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데이터(문화공간, 캐릭터 등)를 확보하고, 이를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 가이드라인도 개발한다. XR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융복합 가변블록형 공연장, 실시간 영상화와 신기술 융합이 가능한 가상스튜디오를 조성할 수 있는 핵심 선도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K콘텐츠 창작·제작에 활용되는 공통 인프라 기술은 물론 저작권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저작권 정보관리 기술을 개발해 콘텐츠의 창작·제작부터 원활한 유통·소비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 특히 빅데이터·AI 기반으로 콘텐츠 소비 패턴 등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업계에 환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은 콘텐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R&D 지원도 확대한다.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7년 미만의 창업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기술개발로 이어갈 수 있도록 창업형 R&D를 지원하고, 경험이 쌓인 중소기업 대상으로는 스케일업 및 기술 고도화를 위한 성장형 R&D를 지원한다. 기술개발 이후에는 투자자 매칭 등 투자·융자 유치를 지원해 기업의 도약을 돕는다.
한편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문화기술 분야에도 임무중심형 R&D 개념을 도입하고, 문화산업과 타 산업 기술을 연계해 융복합형 신산업 R&D를 창출할 것이다.
다음으로, 모두가 함께 누리는 문화 창작·향유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우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소통과 감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상황변화와 연령, 생체신호 등을 인식해 콘텐츠의 내용이 이에 최적화돼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고 청각 장애인이 시각화·촉각화된 음악을 즐기는 등 문화소외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통과 감각의 한계 극복하는 기술로
장애인 등 문화소외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 늘려
문화 창작자·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창작환경도 조성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메타버스, XR 등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복제방지 보호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전 세계로 확산하는 K콘텐츠의 글로벌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 식별 및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기업들의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협력 R&D를 활성화하고, R&D 성과물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밖에도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장비·플랫폼 등을 구축해 연구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역량을 고루 갖춘 문화기술 융복합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그간의 R&D 인재 양성이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문화 수요자적 측면을 고려해 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융복합 인재 양성에도 힘쓴다. 콘텐츠, 저작권 분야 R&D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콘텐츠 기획·제작과 XR, AI 등 첨단기술 역량을 겸비한 기술융합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신기술 콘텐츠 융복합 아카데미’를 신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예술 인력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시장 맞춤형 인력을 확보해 나간다.
문화기술은 미래유망 신기술(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우주항공기술, 환경기술, 문화기술) 중 하나임에도 정부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예산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문화기술을 관장하는 문체부의 R&D 규모도 2023년 약 1,354억 원으로 30조 원이 넘는 정부 R&D의 0.44%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K콘텐츠는 세계적 갈채를 받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 핵심기술은 기술선진국 대비 평균 2년 내외의 격차를 보인다. 문화기술이 미래유망 신기술로서 입지를 다지고 우리가 문화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문화기술 분야 기술력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발맞춘 적극적인 투자로 문화기술 수준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문체부 예산 규모(정부 전체 예산의 1% 이상)에 맞춰 2027년까지 문체부 R&D 예산 규모를 정부 R&D의 1% 이상까지 증액하고, 콘텐츠·스포츠 기술개발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R&D 생태계의 선순환을 견인하는 제도개선에도 나선다. 콘텐츠 분야 창작·제작 활성화 및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기업부설창작연구소·전담부서’의 인정기준을 확대하는 등 콘텐츠산업 세액공제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문화와 기술은 서로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결코 세계 일류로 올라설 수 없다. 사람들은 아이폰에 탑재된 기술에 열광하면서도 아이폰에 담긴 감성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이렇듯 이질적인 두 분야가 만나면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비교 불가능한 위치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K컬처를 세계에 계속 알리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창의성과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그 창의성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문화기술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신기술이 범람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혁신적인 문화기술을 통해 세계 일류 문화매력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