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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M&A하려면 일반주주 지분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2023년 02월호


의무공개매수제도, 피인수기업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적용
M&A 순기능 위축되지 않도록 의무매수 물량 제한 등 보완방안 마련하고 예외사유도 규정



기업 인수·합병(M&A; Merger and Acquisition)이란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 또는 자산을 사들이거나, 법적 실체가 다른 회사를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M&A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우리나라 M&A의 대부분은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수인이 사적인 계약을 통해 매입해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이른바 ‘주식양수도’ 방식이었다. 2021년 통계를 살펴보면 기업 M&A의 약 82.8%가 주식양수도 방식이었으며, 다른 회사의 주요한 자산을 취득하는 영업양수도 방식(13.8%)이나 「상법」상 합병(1.9%)은 소수에 불과했다.

주식양수도 방식 M&A가 대다수임에도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 보호장치 없어


주식양수도 방식은 이와 같이 우리나라 M&A의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그동안 M&A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영권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같은 다른 유형의 M&A와 ‘경제적 실질’이 사실상 동일하지만 주주총회 결의, M&A에 찬성하지 않는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의 일반투자자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다(<표> 참조). 이에 따라 해당 M&A에 찬성하지 않는 일반주주는 경영권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당연히 M&A 거래에 참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배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본인이 소유한 지분을 매각할 기회조차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일반주주는 기존 지배주주가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누리게 되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주요국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EU와 일본의 경우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이른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통해 M&A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즉 상장회사의 기업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기업을 인수하는 회사에 대해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일반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해당 M&A를 찬성하지 않는 일반주주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새로운 인수인에게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메인, 사우스다코타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많은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델라웨어나 캘리포니아 주법과 「모범회사법(Model Business Corporation Act)」에는 이와 같은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 「상법」과 달리 기업의 이사에게 보다 광범위한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주주대표소송과 같은 발달된 민사소송제도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 M&A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권리가 지배주주와 달리 취급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반영해 정부는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을 자본시장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동안 연구용역, 전문가 간담회, 세미나와 같은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시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지난 12월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가능하도록
지배주주 지분 인수 가격과 동일하게 매수 


정부는 기업의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피인수기업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일반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한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적용대상 기업은 일반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큰 상장회사다. 경영권 획득이 가능한 지분 수준, 즉 피인수기업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잔여지분에 대해 공개매수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지배주주와 해당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수기업은 지배주주 지분을 인수한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일반주주의 지분도 매수해야 한다.

다만 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M&A의 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새로운 기업이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할 물량을 제한했다. 일반주주 보유지분을 모두 매수하게 할 경우 과도한 인수대금으로 M&A가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경영권 변경지분 확보 후 잔여지분의 일정부분(전체주식 중 50% + 1주 – 경영권 변경지분 취득분)에 한정해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등과 같이 성격상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적용할 필요성이 적은 M&A에는 이번 제도가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사유를 규정했다. 기업 구조조정 등 산업 합리화를 위해 기업 간 M&A가 필요하거나 다른 법률에서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시행령과 같은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다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자본시장에서 조기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해당 제도를 위반하는 경우 위반내용에 따라 그에 합당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다. 특히 피인수기업 일반주주가 보유한 잔여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보유한 주식을 처분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개매수 과정에서 허위공고와 같은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 행정조치, 형벌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많은 논의를 거쳐 우리나라에도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일반주주도 기업의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원하는 경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도 지배주주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게 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아울러 지배주주와의 불투명한 거래를 통해 일부 지분만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술을 유출해 일반주주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이른바 ‘약탈적 기업 인수’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방안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올해 중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중요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시행 유예기간을 1년 이상 충분히 부여할 계획이다.

이번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발표로 새 정부가 자본시장 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시했던 일련의 국정과제들을 사실상 모두 발표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에 만족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본시장에 관성적으로 남아 있던 낡은 규제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한편,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투자자가 외면하는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존립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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