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경제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투자 ‘쌍둥이 절벽’ 우려, 자국 우선주의 확산, 에너지 위기 장기화 등으로 우리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정부와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실물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도록 투자 활성화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미래 산업을 적극 발굴해 육성하고, 우리 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산업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DX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키는 인공지능(AI)에 있다. AI는 게임 체인저로서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산업 현장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한다. 이미 테슬라, 지멘스 등 많은 기업이 자사의 공정·제품·서비스 등에 AI를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 1월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첨단로봇 등 AI 기반 혁신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I 비전공인력에 대학원 필수과정 압축교육해
현장에 신속 공급하는 등 산업계 AI 인력난 해결
우리나라도 일부 기업들이 산업 현장에 AI를 도입하고 있으나, 산업 전체 관점에서 AI 활용은 매우 미흡하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AI 활용률은 1%에 불과하며, 대·중견·중소 기업 규모별로 빅데이터, AI 등에 대한 투자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I 내재화를 직접 추진하는 기업(수요기업)을 도와주는 AI 소프트웨어·솔루션 기업(공급기업)들도 해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산업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위기감을 바탕으로 우리 산업 전반에 AI가 빠르게 스며들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 AI 내재화 전략’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지난해 7월 시행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에 근거한 법정 종합계획(‘제1차 산업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으로서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토대로 현재 1% 수준에 불과한 기업의 AI 활용 비중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공급기업을 100개 이상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3대 전략 10개 세부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첫 번째 전략으로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모델을 통해 AI 내재화와 공급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다. 대표과제로 수요기업의 핵심 설비나 공정에 공급기업의 AI 솔루션을 적용해 최적화하는 수요 연계형 AI 상용화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기업은 기존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공급기업은 현장 레퍼런스에 기반한 양질의 솔루션을 확보해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수의 수요·공급 기업이 참여하는 등 산업 임팩트가 큰 협력 프로젝트는 국가 선도사업으로 별도 선정하고, 관계부처와 협업해 상용화까지 전 주기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으로 잠재력을 갖춘 수요기업을 선별하고 주도적으로 AI 활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역량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우선 1단계로 자발적 DX 투자와 성과 창출이 가능한 중견·중소 수요기업을 타기팅(targeting)하고, 2단계는 타깃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DX 역량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컨설팅한다. 그리고 3단계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수요기업이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처리·가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처리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기반 구축 등을 지원할 것이다.
한편 산업계 내 AI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임에 따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 융합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신속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먼저 현재 산업 분야 재직자를 대상으로 데이터와 AI에 대한 이해도 증진부터 기본적인 AI 기술 활용까지 맞춤형으로 교육할 예정으로, 입문과정 연 400명, 초·중급 과정 연 2,500명가량을 지속 양성한다. 대학생·구직자·재직자 등 AI 비전공인력의 경우 AI 대학원 필수과정을 단기에 압축적으로 교육해 이수 완료 시 학점당 학위제라고도 하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를 부여하는 전문 교육과정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규 교육 시스템보다 신속하게 전문인력을 양성해 산업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 AI 석·박사 과정을 개설해 현장 수요 맞춤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 실제 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해 나갈 것이다.
수요·공급 기업 매칭, 계약 가이드라인 제공, 규제 해소 등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적극 지원
세 번째 전략으로 민간 주도의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컨설팅, 수요·공급 기업 매칭, 글로벌 진출 지원 등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원스톱으로 밀착 지원하는 ‘협업지원센터’를 전국으로 확대, 운영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인 산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양질의 산업데이터를 제공·공유·거래할 수 있는 산업데이터 플랫폼을 개선하고 보완한다. 그리고 산업데이터 표준 개발(표준화), 이해관계자 간의 거래 계약 가이드라인 제공 등 제도적 지원도 병행할 것이다.
나아가 민간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적극 발굴하고, 관계부처와 협업해 이를 확실하게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대책을 실제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선 민간 간 자발적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수요·공급 기업 중심의 ‘산업 AI 얼라이언스’를 결성, 운영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 다양한 협업과제를 발굴하고, 기업 간 긴밀한 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 그리고 ‘산업 디지털 전환 위원회’를 정책 컨트롤타워로 적극 활용해 정부의 산업 디지털 전환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