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산업은 기업군을 성장단계별로 유형화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지원내용을 구성·운영토록 하고, 성과평가에 따른 지역별 차등 지원 규모를 확대
그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지만 지역기업의 수도권 이전, 소득과 인력의 수도권 유출 등으로 지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체 지역총생산에서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1.6%에서 2020년 47.5%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비수도권 취업자 비중도 50.3%에서 49.7%로 떨어졌다.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의 위기마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시·군·구 107곳이 ‘인구감소지역 및 관심지역’으로 지정됐는데, 그중 100곳이 비수도권이다.
이에 그간 추진해 온 산업·사람·공간 중심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 진일보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중소기업 육성 중심 정책을 시행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7월 지역별 주력산업 발전과 지역중소기업 육성을 체계적으로 연계하고 총괄하는 중앙부처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정됐고, 지역특화산업육성 사업예산과 전국의 19개 테크노파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기부로 이관됐다.
중기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조4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력산업 분야의 지역중소기업 2만8천 개사를 지원했고, 매출액 4조4천억 원과 2만2천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지역의 유망기업을 선별 지원하기 위해 ‘지역스타기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5년간 1천 개사를 집중 지원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지역주력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지역혁신 선도기업 100’을 선정해 향후 기업 간 협력 중심, 기업군 중심의 지역산업 정책 변화를 준비했다. 앞서 2021년 7월에는 지역중소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을 확충하고, 관련 육성 정책을 수립·추진함으로써 지역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산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중소기업 육성 및 혁신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48개 주력산업을
41개 주축산업으로 조정하고 미래 신산업 19개 신설
그간 지역산업 육성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던 48개 ‘지역주력산업’은 산업의 전후방 연관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선정돼 기업혁신 생태계 구축이 미흡했다. 또한 광범위하게 산업을 설정해 투자의 효과성이 제약되는 측면이 있었다. 게다가 국가전략기술 등과의 연관성 부족으로 국가정책과 분절돼 육성되는 등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지역의 새로운 역점산업이 대두되는 등 현장의 산업육성 수요와 주력산업 간 편차가 발생했고, 주력산업 육성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 구현을 위한 기업 중심 혁신생태계 조성’을 이행하기 위해, 중기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수도권 14개 광역자치단체, 19개 테크노파크 등의 지역혁신기관, 지역중소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해 왔다. 그 결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중소기업,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지역경제’를 목표로, 지역과 중앙이 손잡고 기존 주축산업과 미래 신산업을 함께 육성해 주축산업 기업과 신산업 기업의 동반 성장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지역주력산업 개편 및 육성 방향’을 지난 2월에 수립·발표했으며, 지역별 실행계획인 지역산업진흥계획도 확정했다.
지역주력산업 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술 성숙도와 지역 내 산업 기반을 고려해 주축산업과 미래 신산업을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기존 48개 주력산업을 41개 주축산업으로 구조조정하고, 미래 신산업 19개를 신설해 총 60개로 재편했다. 기존 48개 주력산업 중 31개 산업은 기업 간 기술협력과 거래 관점에서 산업의 범위를 축소하고 구체화했다. 성장효과가 미흡한 11개 산업은 과감하게 제외했으며, 지역 내 고용과 생산 비중이 높고 공급망 관점에서 산업 범위가 이미 구체화돼 있는 제주의 청정 바이오 등 6개 산업은 유지했다. 즉 지역의 단순 희망 분야가 아닌, 기업의 집중도·특화도에 따라 주축산업을 집중화·간소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신산업은 국가전략기술과 지역의 혁신역량을 고려해 19개를 새로 선정했다. 지역의 수요와 중핵(anchor)기업, 혁신기관 현황 등을 고려해 전남의 도심항공교통(UAM), 경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특정 지역에 비교우위가 있는 전략기술을 선별하고 14개 산업을 지역단독형으로 선정했다.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초광역권 협력을 통해 공급망 형성이 가능한 수소 저장·운송, 반도체 첨단패키징 등 5개 산업은 지역협력형으로 선정했다.
R&D·인력양성·판로 등 통합적 신산업 지원 프로그램 마련,
테크노파크를 주력산업 육성 전담기구로 재편
이번 지역주력산업 개편은 기업의 관점, 지역 자율의 관점, 협력·상생의 관점에서 지역산업 육성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제시된 지역산업 육성 정책을 빈틈없이 뒷받침하려면 면밀한 정책 수단 역시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주축산업은 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분석해 기업군을 성장단계별로 유형화하고, 지역이 자율적으로 지원내용을 구성·운영토록 할 예정이다. 지역의 산업과 경제 활성화를 선도하는 기업을 발굴해 지역 대표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고, 기존의 개별기업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군 지원방식을 도입하며, 성과평가에 따른 지역별 차등 지원 규모를 확대해 성과 기반의 정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둘째, 미래 신산업은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신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장비, 인력양성, 판로 등 통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한다.
셋째, 지역주력산업 개편에 따른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원체계를 정비할 예정이다. 「지역중소기업 육성 및 혁신촉진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정비해 주력산업 개편 주기를 정례화하고,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지역주력산업선정위원회’를 신설할 것이다. 테크노파크를 주력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재편하고, 지역별 산업과 기업 정보, 성과분석을 위한 지역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 중심의 주력산업 육성 기반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지역중소기업 및 지역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지방소멸, 인구위기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수많은 어려움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정책현안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든 주체가 엄중한 현실을 공감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