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금융 추진단’과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 등 통해 ESG 공시 관련 정책 만들고 ESG 관련 금융환경도 대폭 개선할 예정
최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익성과 같은 전통적인 재무적 지표 이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ESG 관련 공시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EU, 2024년부터 강화된 ESG 공시기준 적용···
글로벌 ESG 공시 강화 우리 중소기업에도 영향
ESG 논의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EU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에 기업의 ESG 공시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비재무정보 공개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개정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ESG 공시의무 대상기업을 기존 EU 역내 대형 상장·금융·공익 기업 중심에서 상장·비상장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시기준에서도 기존에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중에서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도록 했던 것을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에서 제정한 공시기준으로 단일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또한 기업의 ESG 공시채널을 기존에 사업보고서 이외의 별도 보고서도 인정했던 것에서 사업보고서로 일원화하고, 제3의 독립기관으로부터 ESG 공시내용을 의무적으로 검증(assurance)받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EU 의회가 CSRD를 최종 승인함에 따라 2024년부터 강화된 ESG 공시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기업의 자율적인 ESG 공시 규제체제를 유지해 왔던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상장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기후 분야 공시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서는 상장기업이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정보 등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기업 규모와 상장 여부에 따라 공시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검증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 영국, 홍콩, 일본 등 주요국도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ESG 공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ESG 공시 표준화 논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1년 11월 IFRS 재단은 G20,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등의 지지 속에서 글로벌 ESG 공시기준 표준(baseline) 제정을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일반 분야와 기후 분야 등 2개 분야에 대한 ESG 공시표준(안)을 발표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의 경우에도 기업, 관계부처, 민간 전문가 등 국내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ISSB 측에 한국의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ESG 공시표준을 제정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일부 내용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기타 간접배출’(Scope 3,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도 물류, 제품 사용·폐기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기준의 탄소배출량 공시, 재무제표와 ESG 정보의 동시 보고, ESG 요소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양적 정보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ISSB는 세계 각국의 의견을 분석해 주요 쟁점과 관련한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일반 및 기후 분야에 대한 최종기준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EU 등 주요국의 ESG 강화 움직임은 우리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대기업이 EU 등의 강화된 ESG 공시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국내 중소기업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ESG 공시논의에 적극 참여해 한국 의견 반영,
연내 구체화된 ‘ESG 공시 의무화 방안’ 발표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글로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할 계획이다. 먼저 국제적으로는 EU, 미국 등 주요국과 ISSB 등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한다. 특히 ISSB의 경우 ISSB 한국인위원 활동 지원, ISSB 자문기구인 지속가능성기준자문포럼(SSAF) 참여를 통해 글로벌 ESG 공시기준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ISSB의 글로벌 ESG 공시기준 논의 과정에 한국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ESG 공시제도를 보다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대략 발표한 바 있다.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2030년까지 그 대상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명확한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 공시 항목·기준과 같은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아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 투자자, 민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중으로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ESG 공시기준(안) 검토를 위해 지난해 12월 회계기준원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ESG 금융 추진단(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과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 등을 통해 ESG 공시 관련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제도 이외에도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위해 ESG 관련 금융환경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ESG 평가기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ESG 경영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