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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벼 이외 작물로 생산 전환 유도해 쌀값 안정 달성한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 2023년 05월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올해 3월 벼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인 69만ha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쌀 생산량이 수요량에 비해 너무 많다고 판단해 지자체, 쌀 농가, 농협 등과 협력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 법칙과 달리 쌀의 경우에는 농업·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농업인 소득, 식량자급률로 대표되는 식량안보 등 다양한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쌀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원인은 쌀 소비량에 비해 쌀 생산량이 더디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이다. 전체 식량작물 소비량 중 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2000년의 쌀 소비량 93.6kg과 비교하면 20여 년 사이 쌀 소비량은 39.2%나 감소했다. 그동안 국민소득이 증가해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쌀국수, 쌀빵, 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 산업이 커지며 가공용 쌀 소비가 늘긴 했지만 전체 쌀 소비량은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2000년 560만6천 톤에서 2021년 388만2천 톤으로 30.7% 줄어 쌀 소비 감소율 39.2%를 밑돌았다. 생산기반 조성, 재배기술 향상, 우량품종 개발 등에 따라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2000년 451kg/10a(100a는 1ha)에서 2021년 530kg/10a으로 17.5% 증가한 점도 쌀 생산량 증가의 요인이다.

쌀 수급 안정을 달성하려는 이유는 쌀값 및 농업인 소득 안정과 관련성이 크다. 2021년 기준 농업 총생산액 59조2,171억 원 중 쌀 총생산액은 9조5,263억 원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한다. 농축산물 단일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또한 쌀 재배농가 수는 53만2천 호로 전국 총농가 수의 절반 이상이 쌀을 재배하고 있다. 결국 쌀값이 안정돼야 농업인 소득이 안정되고, 이는 농업·농촌 경제의 유지 및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자급률 측면에서도 쌀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45.8%로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식량자급률이 낮아질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의한 식량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92.8%로 가공용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밥쌀용 쌀은 자급하고 있다. 반면 쌀을 제외한 작물의 자급률은 낮다. 보리가 38.2%, 콩이 30.4%이고, 밀은 0.8% 수준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식량작물의 생산량을 늘려야 하지만 쌀은 쌀값 안정을 위해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과잉생산된 쌀은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유휴 논을 콩 또는 밀, 옥수수 등 우리나라에 부족한 사료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올해 새롭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도의 핵심 취지며, 쌀 적정생산의 주요 수단이 된다. 

전략작물직불제로 쌀 과잉공급 완화…
쌀 대신 콩 또는 가루쌀 재배 시 ha당 100만 원 지급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2021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7만5천 톤(10.7%) 증가하면서 지난해 산지 쌀값이 연초 5만889원/20kg에서 9월 말 4만393원/20kg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정부가 45만 톤이라는 대대적인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추진해 쌀값이 10월 초 4만6,994원/20kg까지 회복되는 등 쌀시장에 큰 변동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도를 도입하고 논 타작물 생산기반을 강화하는 등 쌀 적정생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쌀 생산 감소 방안은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방안과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이 있다.

우선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농식품부는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ha로 전망하고, 2022년 벼 재배면적인 72만7천ha 대비 3만7천ha를 줄인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도를 활용해 1만6천ha를 감소하고,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논 타작물 지원 사업을 운영해 1만ha를 줄인다. 농지 전용 등 기타 1만1천ha를 합하면 3만7천ha가 된다.

전략작물직불제도는 식량자급률 제고 및 쌀 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중요한 작물에 대해 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쌀과의 소득 차를 고려해 논에 벼 대신 콩 또는 가루쌀을 재배하는 농가에 ha당 100만 원을 지급하고, 하계 조사료(풀 사료)는 430만 원을 지급하는 한편 동계에 밀, 보리, 조사료 등을 재배하는 경우에는 50만 원을 지급한다. 중요 작물인 콩 또는 가루쌀을 밀이나 조사료와 이모작할 경우에는 인센티브 10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올해 총예산액은 1,121억 원이다. 가루쌀은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새로 개발한 품종으로 일반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아도 밀처럼 가루로 잘 빻아지는 특성이 있어 수입밀을 대체하고 가공용 쌀 시장을 확대해 쌀 수급 안정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7개 시도와 29개 시군 지자체에서도 245억 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논에 벼 이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지원한다. 농가의 소득 감소분을 지원하고, 작목 전환에 대한 위험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ha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지원하는데, 지원 대상 품목은 지역별 재배 여건, 주요 소득작물, 생산기반 여건에 따라 지자체별로 상이하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쌀 농가와 함께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가가 협약을 맺고 전략작물직불 대상 품목 이외 작물로 전환하거나 휴경할 때는 ha당 공공비축미 150~300포대를 추가 배정한다. 감축협약에 참여하는 농업법인이나 지역 농협이 시설·장비 지원, 고품질쌀유통활성화 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우선 선정기회 및 가점을 부여하는 등 우대한다.

벼 외 타작물 생산기반 구축하고
다수확 품종에 대한 공공비축 매입 제한


쌀농사를 짓던 농가가 의지만 갖고 다른 작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벼에서 다른 작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별도의 농기계가 필요하고, 농산물의 판매처도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콩, 가루쌀, 하계 조사료 등 벼 외 타작물의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관련 시설·장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1년 83개소였던 콩 전문생산단지는 올해 170개소까지 확대하고, 가루쌀 생산단지는 올해 38개소를 신규 선정했다. 또한 정부 공공비축을 강화하고, 식품기업과 농가 간 계약재배에 대한 융자 지원을 통해 농가 판로 확대 지원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임과 동시에 고품질 쌀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다수확 품종을 밥맛이 좋고 재배 안정성이 높은 고품질 품종으로 전환한다는 기본 방향을 수립했다. 공공비축 매입을 했던 다수확 품종 중에서 2024년부터는 4개 품종을 제한하고, 2025년부터는 10개 품종에 대한 정부 보급종 공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향후 쌀 신품종은 밥맛 중심의 고품질 품종과 가루쌀과 같이 가공제품 생산에 유리한 품종을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사후에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시장격리보다는 사전에 벼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과 수요를 맞추는 방안이 재정절감 효과도 있고 시장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 지원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논 타작물의 대규모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쌀을 적정하게 생산하도록 해 가격을 안정화하면서 식량자급률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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