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는 홍수, 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에 시름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남부지방은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후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사회의 핵심의제로 부상했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3(Global Risks Report 2023)」을 통해 발표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가장 심각한 위험 10개 중 1위는 기후변화 완화 실패였으며, 2위로는 기후위기 적응 실패가 선정됐다. 국제경제의 흐름 역시 기후위기 대응으로 급변하고 있어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가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기업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사용을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 EU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이 대표적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롭게 확대해 2030년까지
전환 부문에서 2018년 대비 45.9%의 온실가스 감축
우리 정부도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해 왔다. 2020년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에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으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까지 상향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목표를 세워왔다.
이와 같은 도전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및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의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세부적인 감축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기후적응,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발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정의로운 전환, 인력양성 및 교육 등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다.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와 감축대책은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수소, 흡수원,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국제감축 등 10개 부문별로 감축수단을 면밀히 검토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37%가량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확대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5.9%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예정이다.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연료·원료 전환 등을 통해 감축하되, 단기간에 공정을 개선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2018년 대비 11.4%를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다양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효율이 우수한 기업에 더 유리하도록 할당방식을 개선해 기업의 감축 노력을 돕고자 한다.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과 그린리모델링을 확산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2030년까지 약 450만 대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저탄소 농축산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지속 가능한 농축수산업을 실현하고, 폐기물 원천 감량 및 순환이용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사회 전체의 순환경제 고리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및 탄소 다배출 업종 지원방안도 마련
한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큼 흡수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산림·습지 등 흡수원을 잘 가꾸고 보전하는 한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과 국제감축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에 대비한 국내 역량도 강화한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기후위기가 국민건강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후적응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위성을 비롯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를 감시하고 정보제공을 강화해 취약계층이 폭염, 한파, 기후재난 등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시행한다.
탄소중립 추진으로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탄소 다배출 업종과 관련된 기업·노동자·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피해집단을 파악하고, 고용·산업 등에서 위기가 우려되는 지역은 ‘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각 지자체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탄소중립 지원센터 확대 등
지역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체계 확립
청년과 미래세대의 참여 보장하는
투명한 이행점검 체계 마련하고
미흡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할 예정
또한 탄소중립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기존의 하향식 정책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단위에서 주민과 지자체의 참여를 이끄는 상향식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각 지자체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시 중앙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지자체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확대하는 한편 정례적 소통채널 활성화 등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기본계획에는 녹색산업 성장을 위한 기술개발과 금융 지원, 탄소중립 관련 전문인력 양성체계 정비 및 환경교육 강화, 국격에 걸맞은 기후변화 국제협력 대책 등이 포함돼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목표만 의욕적으로 세우고 실천에는 소홀했던 그간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세부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과 미래세대의 참여를 보장하는 투명한 이행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미흡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현황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수시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기본계획도 그에 맞게 유연하게 보강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래세대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국민의 관심과 실천, 기업의 기술혁신에 정부의 좋은 정책이 더해진다면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