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6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2024년~2026년)’을 심의·의결했다. 소비자정책위원회는 범정부 소비자정책을 수립·조정하고 심의·의결하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고 8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15명 및 한국소비자원장으로 구성된다. 「소비자기본법」 제21조는 범정부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을 3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은 2009년에 수립됐다.
이번 제6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고물가·저성장의 영향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홍수·가뭄·폭염 등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으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수립됐다. 기본계획은 AI·데이터·클라우드·소프트웨어 등 개별 기술의 발전이 고도화되고, 전기자율차, 디지털 헬스케어, 가상자산, 생성형 AI 등 초지능·초연결·자동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신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신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담고 있다.
소비자와 함께하는 안전하고 공정한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비전으로 안심, 신뢰, 협력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기본계획의 기본방향이다. 이런 비전을 달성하고 기본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안전, 거래, 역량, 피해구제 및 정책협력 등 4개 영역의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소비자 안전을 확보(안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거래환경을 조성(거래)하며, 취약계층의 소비자 역량을 강화하고 바람직한 소비문화를 선도(역량)하는 한편, 소비자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추진 기반을 마련(피해구제 및 정책협력)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안전기본법’ 제정해 안전관리 사각지대 해소…
생산 단계에 있는 수산물의 유해물질 검사 강화
먼저 안전 영역에서는 부처 간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 안전 관련 종합정책 수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소비자안전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AI 알고리즘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로부터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물 책임법」 적용 범위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허가 등 안전기준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이들 기기를 체계적으로 허가·관리한다.
아울러 농·축·수산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잔류농약 등 유해물질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생산 단계에 있는 수산물의 유해물질 검사를 강화하고 양식장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등록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최근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해외 직구를 통한 소비자 위해 식품 및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적극 차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위해제품 관리 협의체’에 참여하는 기관을 확대하고 해외 직구제품의 리콜정보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등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간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기기 사용 교육 강화하고 쉬운 키오스크 개발·보급,
식품에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 표시
두 번째로 다크 패턴(온라인시장에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 온라인상 부당광고 등에 대한 조사와 시정을 강화하고, 금융·미디어·게임 등 플랫폼 기반 거래에서의 소비자 권익을 보장하는 등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온라인 플랫폼 거래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13가지 유형의 다크 패턴 중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로 규율이 가능한 7가지의 행위 유형(거짓 할인, 거짓 추천, 유인 판매, 위장 광고, 속임수 질문, 숨겨진 정보, 가격비교 방해)은 「전자상거래법」의 집행을 강화해 대응하고,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6가지 유형(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설정, 잘못된 계층구조, 특정 옵션 사전선택, 취소·탈퇴 방해, 반복간섭)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한다. 또한 뒷광고·거짓후기, 플로팅 광고, 온라인상 불법 의료광고 행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행정지도와 행정처분을 병행하기로 했다.
또한 가상자산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단계로 고객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율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도입하고 2단계로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가상자산시장의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를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포털 뉴스기사 및 동영상 배열과 노출기준을 검증하는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설치하고 앱마켓 결제 환불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한편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중고거래에서의 개인 간(C2C) 거래에 대해서는 분쟁해결기준을 제정해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분쟁해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 소비자의 디지털 거래역량을 높이고 소비자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환경을 조성하며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에 대비한 소비자 교육 지원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령소비자 등 디지털 취약소비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쇼핑, 키오스크 사용, 모바일 교통권 예매 등 디지털기기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층·장애인 등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이용자환경(UI) 플랫폼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식품에도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를 표시해 시각장애인의 식품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 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소비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수소차 충전기를 확충하고,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의 하위법령을 개정해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한편 친환경제품이 아님에도 친환경제품으로 광고하는 그린워싱에 대해 소비자단체와 온라인 유통사가 협력해 부당한 환경성 표시행위의 감시를 강화하기로 하는 동시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홍보도 확대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개별 기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 분쟁해결을 한국소비자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기관 간 협업체계로 전환함으로써 효율적·실질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코로나19 및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거래가 증가한 만큼 기존 오프라인 중심 분쟁해결방식에서 온라인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해 소비자 민원 처리의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유사하거나 동일한 유형의 소비자 피해구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집단분쟁조정을 강화하고 부당하게 반복적으로 분쟁조정을 거부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소비자 소송 지원을 강화해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